디따 재밌다. 장근석, 좋아 죽겠다.
그런데, 어제는 박신혜(고미녀 역)의 구두가 너무 너무 너무 거슬렸다. 고아원에서 자랐고, 견습수녀였다가, 우여곡절 끝에 쌍둥이 오빠대신 남장을 하고 아이돌그룹에 들어가 있는 그녀가 마침 서울에 올라오신 원장수녀님을 만나려고 간만에 여장을 하고 외출하는 장면이었다. 색은 까맣지만, 9센티쯤 되어 보이는 아슬아슬한 힐을 신고 있었다. 황태경을 기다리다가 옷을 사가지고는 늦게나마 온 황태경을 향해 뛰어오는 그 불편한 걸음걸이가 거슬렸다. 숙소로 돌아갈 때 다시 남장으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그녀의 가방이 너무 작았던 데다가, 그런 복잡한 상황에서 역시 제일 심난한 것은 신발인데, 힐처럼 성별구분이 뚜렷한 데다가 부피도 꽤 차지하는 신발은 답이 안 나오니까.
기억에 옛날에도 박신혜의 구두가 거슬렸던 적이 있다. 그 때도, 극 중에서 어려서 부모를 잃고 늦은 나이에 입양된 여자-알고보니 입양한 사람이 친엄마였던가, 기억이-였는데, 내내 힐을 신고 출근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어제는 이게, 박신혜의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가, 생각하는 지경이 되었다. 연기도 출중하고, 얼굴도 예쁜 이 여자 연기자가 가진 극심한 콤플렉스로써 키 말이다. 충분히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녀가 그런 콤플렉스를 가졌다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 콤플렉스의 크기가 극 중 상황이나,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데도 선택하게 할 만큼 어마어마하다는 게 더 슬프다. 그래도, 그래도,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연기자로써 고미남 역을 하는 고미녀로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면, 힐을 포기해야 한다. 내가 '미남이시네요'에서 만나는 그녀는 '키 때문에 힐을 포기 못하는 배우인 박신혜'가 아니라, '절제의 미덕을 내내 학습했던 견습수녀 고미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