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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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한 여인, 미묘한 사랑의 감정, '바람의 화원'에서도, '커피프린스'에서도 익숙하다. 내년에는 이 책도 그런 드라마에 하나를 보탤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그 상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여성적 활동으로는 돈을 벌 수 없는, 글쓰고 책읽는 재주만 있는, 병약한 남동생을 가진 소녀가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 뿐이었다고 절대 동의한다. 내내 책만 베끼던 이 소녀가 자신의 학문의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도, 남성들만의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이루어진 약속들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 오히려 배포 큰 남자 중의 남자로 인식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시대의 공기를 잡아내는 묘사도 좋다. 당파들 간 적개심, 과거시험장의 풍경, 

이야기에 거의 완전히 속을 뻔했는데, 나는 장르로서의 로맨스에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비극을 바랄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엔딩은 좋지 않다. 지금까지 잘 속았는데, 마지막에 이게 다 꿈이었다는 걸 깨닫는 결말처럼 허무하였다. 그렇지, 이건 로맨스였어,라고 되뇌게 하는 결말. 로맨스로서는 전혀 나쁘지 않다. 그저, 내가, 아직, 로맨스의 세계관에 적응하지 못한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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