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지옥

요며칠 이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아가씨를 부탁해,를 보면서,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 강혜나는 왜 서동찬이 자신의 집사가 되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자기 곁에 있었는지 모두 알았다. 그런데도, 마음이 그게 아니라, 기회를 준다고 에둘러 말하는데도, 서동찬은 그 기회를 날려버린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녀의 마음은 지옥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 말을 하고, 그런 의도를 가진 것이 무엇을 증명하는가. 서동찬은 그런 의도로 -강혜나를 꼬셔서 자기 빚 1억을 갚을- 그녀의 집사가 되어서는, 그녀가 이태윤변호사를 좋아하는 그 마음을 알고 이태윤변호사가 그녀 마음을 알도록 그녀를 거들어 주었고- 그 의도를 증명하려면 적어도 훼방을 놓았어야 한다-, 더 이상 그녀를 꼬실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 곁을 떠났으며, 그녀가 정말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시 돌아와서는 회사 안에서 그녀가 인정받도록 도와주고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말이나 의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행동'이다. 무엇을 했고, 어떻게 했는가만이 중요하다. 나에게 도움이 될 의도로 하는 모든 행동이 모두 다 고맙지 않은 것처럼, 그리고 그 행동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의도를 가졌다는 것은 아무 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런 의도를 공표했다는 것도 또한 아무 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 의도는 행동으로 증명되어야만 한다.  


언제부턴가 나는 속지 않거나, 이용당하지 않으려고 너무 애쓰지 않기로 했다. 사람은 서로 서로 어떤 방식으로 관계맺는다. 그건 표현하기에 따라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관계 안에서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다면, 타인의 의도를 알려고 애쓰는 것은 정말 아무 소용도 없다. 그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움직이려고 할 때, 그 마음이 정말 내 마음이라면, 그리고 상대가 나에게 행한 방식이 폭력이나 협박이나 어떤 부당한 게 아니라면, 왜 공연히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겠는가. 상대방의 의도라는 것도, 나와 관계맺는 과정에서 바뀔 수 있는 것, 계획과 실제는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오로지, 타인에 대한 판단은 '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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