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의 대화 - 자폐를 극복한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의
템플 그랜딘.캐서린 존슨 지음, 권도승 옮김 / 샘터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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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재미있는데, 속도가 안 났다.  

궁금하고 신기한 이야기가 책 한 권에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짬짬이 쉬면서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자기자신이 자폐라서, 동물을 더 잘 이해하는지도 모르겠다면서, 뇌과학, 심리학, 그리고 자신의 사고방식, 여러가지를 들어 동물의 보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그건, 진화의 단계마다 덧붙여 발달하는 뇌의 이야기나, 보여주기로 가르치는 앵무새 이야기나, 인간의 의지에 따라 진화의 방향이 달라진 쥐 이야기, 쌍으로 움직이는 특성 때문에 인간의 의도와 다르게 발현되는 특성들-고기를 얻기 위해 개량한 닭들에게 나타나는 난폭함-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보여주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는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개가 없었다면, 인간의 진화는 없었을 거라는 말도, 인간과 가축 사이의 분담된 역할의 진화에 대한 말도 하나하나 곱씹게 된다.  

게다가, 동물의 사고방식에 대한 저자의 묘사는 동물과 인간 사이를 수직적으로 열세우지 않는다. 뇌에서 통합하고 선별해서 제거하는 그래 결국 차이를 놓치고 마는 일반인과 모든 차이를 그대로 인지하는 동물, 그리고 자폐인을 두고 누가 더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자기 자신을 통해서, 그리고 책을 통해서.   

내가 좀 더 주의깊었다면, '어둠의 속도' 다음에 이 책을 찾아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게으르고 무심한 나머지 친구가 알려줘서 알게 되었다. 지금에라도 읽게 되어 다행이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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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극의 칼 - The Blad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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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이란 이렇게 쓸쓸하고 허무한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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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토끼들의 휴일 2 - 완결
단영 지음 / 뿔미디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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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를 읽어보자 마음먹은 적이 있다. 마음이 울적하여, 한번쯤 쉬는 마음으로 아무 생각없이 읽어도 좋을 그런 로맨스를 읽어보자고 책을 산 적이. 그 책을 끝내고는, 나는 그럴 수 없구나, 세상에 '아무 생각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남편이, 나의 마음 같을 때, 왈 '우석훈 시리즈를 읽고 있자니 너무 우울해서, 다음에 평이 대단하고, 게다가 19금이라길래 궁금해서' 샀단다. 그러고는, 내가 먼저 읽고, 나의 평가 때문에 아마도 남편은 읽지 않을 것이다.  

생각이 많은 여자는, 로맨스를 읽으면서 온갖 생각을 하고는, 아, 그래서, 사람들이 꽃남보는 여자들을 뭐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다시 돌아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보는 것은, 아슬아슬한 로리타 콤플렉스-여주는 작고, 나이는 먹을만큼 먹고도 완전 무지하며, 아기처럼 뽀얀피부를 가진, 아, 그러니까 계속 묘사가 미성년을 묘사하는 거 같았다는 거-, 부자는 착하고 품위있고 , 가난하면 염치없고 뻔뻔한-여주를 배신한 전 남친은 여주의 돈을 보고 애정없이 달려드는 허영심 가득한 가난뱅이- 캐릭터의 전형성, 오래된 부자-여주-는 고상하고, 졸부는 천박하고-여주의 친구라며 배신때리는 나쁜 여자-, 부자는 있지만 부자를 되게 하는 방식-남주는 M&A, 처분, 이런 행위를 하고, 이는 냉정한 결단력과 사업수완으로 묘사되지만, 그건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의 해고와 이직, 같은 것들을 포함하는 것이란 걸 모른 체하는- 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춘기 여학생이 활자로 보면서 상상 가능하도록 성행위의 묘사는 상세하고 진지하지만, 그렇다고 19금이라니 어이없다.

로맨스를 써보자고 마음먹었던 적이 있다.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랑이야기, 하나쯤 보태어도 흠은 아니지, 의기양양, 그래, 사랑에만 집중하여, 사랑만 하자고, 그러다가, 쉽지 않군 하였었다. 그리고, 여기 하나 더 기대를 저버리는 로맨스를 보고는 '로맨스'란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들을 언제 또 읽게 될 지 기약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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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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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쉽지 않다. 제목에 '자유롭다'라고 써놓고 나면, 얼마나 운신의 폭이 좁은지, 별볼일 없는 나의 다짐을 남기려고 읽은지 한참 지나, 서평을 쓴다. 나의 다짐이란 이런 것, 내가 만약 책을 쓴다면, '자유'라는 말을 앞머리에 달지는 않을 테야.  

자유는 사람들 마음마다 다 달라서, '촌에서는 못살아'를 입에 달고 있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는 나에게 '자유로운 사람'의 이미지는 타인의 시선따위 신경 안 쓰는 멋대가리 없고 수더분한 촌사람이다. 

그래서, 직업적 좌절을 겪고 늦은? 나이에 파리로 떠나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산다는 이 분이 내게는 그렇게 '자유로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나는 자유롭다'고 선언하지 못할 것이다.  

자유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그 사람들 마음에 다른 빛깔로 존재하는 무수한 자기만의 벽들을 초월하는 것이라서, 아무리 누군가 '나는 자유롭다'고 말해도 쉽사리 수긍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제목에 '자유'라는 말을 읽은 순간부터 이 책을 좋게 읽을 가능성이 절반쯤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가사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비용을 지불하고 가사노동을 제공받는 것에 대하여 나는 아직 입장을 정할 수 없었다. 내 입장은 목수정이기보다, 희완에 가깝겠지만, 또 모든 가정에서 결정권자는 여성이어야 한다,는 지극히 편파적인 태도에서 그게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하는 대신, 그 가정에 그 나름의 원칙을 세우시라,고 하고 말았다. 누군가의 삶, 그 삶에 대한 말,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그만큼 만족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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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재발견 - 한국 자본주의와 기업이 빠진 조직의 덫, 개정판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2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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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꼽만큼이나마 알게 되었다.  88만원 세대가 표지나 각종 서평이나 지나치게 우울하여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이 책부터 집은 건데, 회사에서 느끼는 답답함, 우울함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회사에 속한 누구라도 붙들고 얘기하고 싶다. 정말 재밌다고, 정말 읽어보라고. 

이런 말,   

'갈등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 조직에서, 경영자나 종사자는 차라리 바보가 되기를 선택한다'라던지. 

'4,50대 남성에게 맞춰진 지금의 조직은~'이라는 묘사는, 회사에서 느끼는 나의 죄책감-아,나도 저렇게 오래도록 일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나의 불편함-왜 자꾸, 골프를 치래!-, 나의 거부감-나를 무성의 존재로 대하는 것만큼 '레이디 퍼스트'운운도 고맙지 않다-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나의 이런 죄책감, 불편함,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내가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는 것이 조직에게는 오히려 좋은 것-응??-이라는 이상한 결론까지.  

혁신을 말하면서, 혁신을 원하지 않는 조직.  

조직 내에서 동기부여에 실패한 조직. 내가 속한 조직은 내가 더 위로 올라가 조직에 기여해야겠다는 동기를 내게 부여하지 못했다. '그게 싫다면 나가라'라고 내게 대놓고 말한다면-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나는 아주 오래 고심할 것이다.  
아침, 상사와 면담이 있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라면, 진급하라고 안 하지, 조직을 위해서 능력있는 사람들이 진급을 해야지."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라면, 좀 더 쉽게 아, 나는 조직에 무용한 사람이구나, 라고 나의 가정과 조직생활에서의 양립 불가,에 대해 자책하겠지만, 이 책을 읽은 나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 그건 조직이 달라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야근도, 이른 출근도, 빼 줄 수 있다면, 이게 그만큼 조직이 변한 거라고 수용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그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뿐, 야근도 이른 출근도 나 대신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한다는 건 입맛이 쓰다.  조직은 달라지지 않고, '여성이고 아직 어린 아이의 엄마인 나'에게만 특별히 주어진 혜택, 나는 차라리 속하기를 그만두어야 하는가 고민한다.  
 

그래서, 참, 우리나라 조직들 큰일이구나.  

조직은, 그 조직을 구성하는 개개인이면서, 그 개개인과는 또 다른 어떤 존재다.  지금 조직은 무엇을 배워야 조직의 소망인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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