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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평점 :
자유,는 쉽지 않다. 제목에 '자유롭다'라고 써놓고 나면, 얼마나 운신의 폭이 좁은지, 별볼일 없는 나의 다짐을 남기려고 읽은지 한참 지나, 서평을 쓴다. 나의 다짐이란 이런 것, 내가 만약 책을 쓴다면, '자유'라는 말을 앞머리에 달지는 않을 테야.
자유는 사람들 마음마다 다 달라서, '촌에서는 못살아'를 입에 달고 있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는 나에게 '자유로운 사람'의 이미지는 타인의 시선따위 신경 안 쓰는 멋대가리 없고 수더분한 촌사람이다.
그래서, 직업적 좌절을 겪고 늦은? 나이에 파리로 떠나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산다는 이 분이 내게는 그렇게 '자유로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나는 자유롭다'고 선언하지 못할 것이다.
자유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그 사람들 마음에 다른 빛깔로 존재하는 무수한 자기만의 벽들을 초월하는 것이라서, 아무리 누군가 '나는 자유롭다'고 말해도 쉽사리 수긍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제목에 '자유'라는 말을 읽은 순간부터 이 책을 좋게 읽을 가능성이 절반쯤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가사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비용을 지불하고 가사노동을 제공받는 것에 대하여 나는 아직 입장을 정할 수 없었다. 내 입장은 목수정이기보다, 희완에 가깝겠지만, 또 모든 가정에서 결정권자는 여성이어야 한다,는 지극히 편파적인 태도에서 그게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하는 대신, 그 가정에 그 나름의 원칙을 세우시라,고 하고 말았다. 누군가의 삶, 그 삶에 대한 말,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그만큼 만족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