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즘, 폭력인가 저항인가? - 테러리즘 Terrorism 아주 특별한 상식 NN 9
조너선 바커 지음, 이광수 옮김 / 이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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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국회통과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때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빨리도, 쉽게도 읽을 수가 없었다. 

제국주의로 부를 일군 서구 주류의 상식은 테러와 테러리스트에 대한 적대적인 감각이고 그 상식에 반하는 다른 관점, 그러니까 저항일 수도 있는 테러에 대해 설명하는 이 책은, 식민지였던 역사를 가진 나에게는 그렇게 새롭지는 않았다. 폭력으로 하는 저항이었던 테러를, 책 속에서 묘사하는 먼 이야기들보다 많이 우리 역사 속에서 끌어다 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명명인가? 나는 4월의 제주와 5월의 광주를 아는데, 미 문화원을 점거한 젊은이들은 테러리스트인가? 군인,은 국가,는 단지 지금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다른가? 뭐라고 부르든 무슨 상관인가, 싶은 거다. 

책 속에는 정치가 불안정한 나라들에서 벌어지는, 테러리스트와 다를 바 없는 국가의 폭력들-암살, 납치, 폭파, 폭력을 조장하는 폭력행위-을 묘사하고, 지금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들이 자라나는데 기여한 미국의 행위들을 묘사한다. 그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그 나라의 독재를 오히려 지원했던 미국을 묘사한다. 책을 보면서, 미문화원을 점거한 젊은이의 절박함, 을 알겠다. 미국의 군사적 교두보가 되어버린 이 나라의, 미군없이는 이 나라를 지킬 수 없다고, 때마다 공포로 표를 구걸하는, 지금 권력을 잡은 자들을 본다. 

두려움,은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큰 두려움을 말하는 사람을 대할 때면, 언제나 그 꿍꿍이를 조심해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위험도 없을 거라며, 테러방지법이건, 부당한 권력행사 건 눈 감는 건, 권력이 더 커지고, 더 위험해지도록 내버려 두는 거다. 나라 안의 권력은, 지구 상의 권력은 적당한 크기로 적당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나라 안에 독점적 권력자가 존재하는 것, 지구 위에 단 하나의 거대한 권력으로 미국이 존재하는 것, 그 권력이 크다고 두려워하는 것, 그런 것들이 계속 사람 안의 울분을 폭력을 밀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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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나? - 이슬람 Islam 아주 특별한 상식 NN 8
지아우딘 사르다르.메릴 윈 데이비스 지음, 유나영 옮김 / 이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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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슬람에 대해 나쁜 인상은 아니다. 우선, 만날 일이 없는 채로 어느 날 들은 이야기가 '이슬람에서는 이자를 받으면 안 된대'였다. 고리 사채에 시달리는 이야기들에 둘러싸여 '친한 사이일수록 돈은 빌려주면 안 돼'고, '빚보증은 절대 안 된다'는 식의 조언들로 관계들이 절단나는 세상에서, 어떤 종교는 아예 '이자'를 받지 말라고 한다니 참으로 훌륭하지 않은가, 그런 거다. 한참 도심개발로 극심한 철거가 진행되고 있을 때 들은 이야기는, '이슬람에서는 이미 지어져 사람이 사는 집은 부수지 못한다'는 거였다. 이런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는 서구의 기독교도들이 묘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종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거다. 


이 책은 영국에서 출간된 NO-NONSENSE 시리즈의 8권이고, 애초에 보편적이랄 만한 기존 관점에 다른 관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나는 애초에 이슬람을 나쁘게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뭘 알고 있는 건 아니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 이슬람 문명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특히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슬람에서는 하느님이 스물 다섯 명의 선지자를 보냈고, 선지자 마호메트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선지자는 없다고 하셨단다. 그러니까, 그 스물 다섯 명에는 아브라함도 모세도 예수도 포함되어 있다. 구약이나 신약을 몰라도, 온갖 매체를 통해 그 이름을 모를 수 없는 나는 이런 설정이 너무 즐거운 거다. 그래 세상 모든 신을 그래 있다 치고,로 시작하는 나는, 신들의 마을에서 하느님이 선지자를 보낼 때마다 부처님이 옆에서 '도대체 그런 고달픈 일을 왜 하느냐'라고 물을 거 같고, 공자님이 '인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모두 소용없다'며 혀를 끌끌 찰 것도 같다. 아마도 하느님이란 신은 신 중에서 그래도 젊고 패기에 차서 인간을 구제할 수 있을 거라고 선지자를 보냈겠지만, 결국 거듭된 실패로 스물 다섯이나 보내놓고 아 최후의 경전을 보내고도 이런 세상을 보고 있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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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노잉
체비 스티븐스 지음, 노지양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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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아빠가 추리소설 읽는 내게 뭐라 그런 적이 있다. 순전한 오락,이라는 면에서 추리소설은 그런 종류의 비난을 언제나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추리소설, 스릴러, 장르소설 들을 그저 재미로, 여전히 읽고 있다. 그런데, 근래 읽은 장르 소설들이 다 무언가 기분나빠서, 지금 그 때 아빠처럼 나이먹어서는 다시 똑같은 말을 할 거 같다.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는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믿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기본적으로 상대도 나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상대도 나와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거다. 상대도 나와 같을 테니, 나만의 주장을 할 수도 없고, 상대도 나와 같을 테니, 적당히 서로 양보하면서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고.

 

책 소개에, 부동산 중개업자였던 작가가 자신에게 일어날 법한 가장 끔찍한 일을 상상해서 쓴 소설,이라고 적혀 있다. 작가의 첫 책 스틸 미싱과 이 책 네버 노잉. 나는 첫 책은 읽지 않았고, 이 책도 남편이 샀다. 책이 읽히지 않는 날들 가운데, 읽어 가다가 마지막에는 휘적휘적 줄거리만 채가지고 넘기고 덮었다. 이 소설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성장하지 않는 것은, 지금 모든 현대인에게 현재적인 문제인가 보다.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 할 수 있지만, 자신의 모든 악덕을 부모들에게 돌리는 게 맞을까.

핏속에 흐르는 기질-그래 알고 보니 연쇄 살인마의 딸이라고 했지-, 입양아로써 유년기에 가졌던 버려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줄기차게 열거하는 여자 주인공은 끔찍했다.

상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미행을 서슴치 않는 주인공에, 지극히 평범한 아빠나 할아버지처럼 묘사되는 연쇄 강간 살인마, 범인을 잡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뭐든 해대는 경찰까지, 도대체, 이 이야기는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싶은 거다. 그런 상상을 이런 책으로 그래도 줄거리가 되게 늘어놓는 것은 재능이 맞겠지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캐나다(네버 노잉)나 스웨덴(악명높은 연인)이나 독일(백설공주에게 죽음을)처럼,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들에서 상상으로 더 센 자극을 찾아서 그저 장면들, 이상한 사람들을 모아 만드는 이야기들을 본다. 살면서 인간에 대한 선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나는 이 책에 관대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가는 중에 인간에 대한 악한 확신만을 강화시키는 지금의 이 나라에서 나는 이 책들에 관대해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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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들이 들려주는 인문학 명강 시리즈 1
강신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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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좋지 않았다. 다 개별적 강의라고 맨 처음 강신주,를 펼쳐 읽은 것이다. 강신주의 악평을 많이 읽은 상태에서 한권도 읽지 않은 채라 궁금해서 펼친 거였는데, 지금 내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나 저성과자 역량향상제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런지 강신주의 글은 그러니까 순전한 개소리,로 들린 거다. 그러니까, 기득권자를 전혀 위협하지 않기 때문에 성취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라는 게 가능했던 프리랜서가 자신을 대붕으로 비유하는 글을 본 거다. 정말 어이없네, 팔아도 돼?라고 물었더니 책 주인인 남편이 팔아도 된다고 해서, 안 읽고 팔기가 뭐해서 읽기 시작한 거다. 

강의의 편차가 크다. 동양인에게 설명하는 것이지만, 동양의 고전을 설명하기 위해 서양의 고전이나 기독교적 비유를 사용한다. 우리는, 우리의 정신세계는 그렇게 멀리 와 버렸다. 

인문학이 돈이 된다고, 해대는 많은 책들처럼 기획이나 설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작을 광고하는 사람이 여는 책을, 강신주로 시작해서 고미숙으로 닫았다. 좋은 인상일 수가 없는 거다. 그나마 별이 세 개인 것은, 그 중간에 읽은 좋은 글들 덕이다. 좋은 인상이 지배적이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100자평 꼭대기에 지금 올라앉은 '정말 아닌 사람과 정말 읽어봐야 하는 사람이 섞여서...이거 원...인생 같네요.'가 너무 적확해서 우선 공감을 꾸욱 눌렀다. 그 이상 적확할 수는 없고, 다 사족이겠지만, 나에게는 강신주와 고미숙,이 읽을 필요 없었다고 그러니까 성격나쁜 사람이 성격나쁜 말을 해두려고 펼친다. 좋은 말을 해야 좋은 행동이, 좋은 습관이, 그래서 좋은 인격이 될 텐데, 아, 나는 글러먹었다.  

마음을 단련하는 학문인 유교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이미 사놓은 산해경을 다시 꺼내 읽고 있으니, 나름 고전영업에는 성공했다. 책이 쉽게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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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진흙 창비청소년문학 71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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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야 읽었다. 남편이 딸 읽으라고 사준 책인데, 내내 뚱하다가, 읽기 시작한 이유는 작가가 구덩이의 루이스 쌔커였기 때문이다. 새벽에 깨어 책을 읽는데, 딸이 깨어 컴퓨터로 웹툰을 본다. 나는 책을 딸은 웹툰을 중계하면서 정말 재밌다고 보라고 한다.

 

읽으면서, 요며칠 회사 익명게시판에 불붙었던 '학교폭력'에 대한 논쟁이 생각났다. 어린이집에서부터 난폭했던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냐는 글이었다. 글의 시작이 그 아이 부모의 소속을 가까운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 수 있게 적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지, 알아볼까?'하는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에, 그 글에 달린 누군가의 '이게 초등학교 1학년 그 아이를 두고 회사게시판에서 할 짓이냐'라는 댓글에 공감했다. 그러나, 익명의 인터넷 공간의 말들이 수렴하는 방식 그대로 극단의 말들만이 살아남았다. 그 여덟살 어쩌면 부모에게 상처받아 또래를 괴롭힐 그 아이는, 이미 끝장나서, 경찰서에 들락거리는, 중대 범죄자로 자랄 예정이고, 그렇게 자신의 아이가 상처받으면, 당장 상대아이의 부모에게 달려가 반쯤 죽여버리는 부모들이 추천을 받고, 이 방식도 똑같이 폭력적이라는 말은 가해자를 옹호하는 말이 되어 비추천이 가득찼다. 단 한 명의 어른이,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줘서, 자신이 바르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이는 변할 수 있다. 싸움에서 피해자의 자리를 선점한 다음, 가해자를 징벌하는 데 총력을 모으자고 말하는 대신, 함께 아이를 어떻게 하면 변화시킬 수 있을 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거였다.  

 

채드는 마셜을 괴롭힌다. 채드는 가해자고, 마셜은 피해자다. 그렇지만, 마셜은 한 번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맞서지 못했고, 채드는 아버지에게 '너의 생일을 왜 우리가 축하해야 하지?'라는 답을 듣는 아이다. 두 아이는 모두 안타깝다. 자신을 괴롭혔다고 해서, 숲 속에 방치되어 있는 채드에 대해 말하지 않는 마셜은 또 그렇게 피해자지만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삶은 한 단면을 끊어 낼 수도 없고, 그렇게 단순해지지도 않는다. 규칙들 속을 겨우 움직이는 타마라 덕분에, 사건들 가운데서 아이들은 친구가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할 힘이 있고, 아이들의 세상에 어른들의 영향력은 정말이지 우!습!다!

이건 아이들만이 존재하는 세상, 루이스 쌔커의 이야기고, 아이도 어른도 실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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