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학원비! - 대한민국 최초로 밝힌 사교육 진실 10가지. 그리고 명쾌한 해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엮음 / 비아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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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왜 사람들은 실천하지 못하는가, 생각했다.  이렇게 명료하게, 이렇게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는데도, 왜 사람들은 실천하지 못하는 거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는 이런 생각을 시작했고 여전히 멈추질 못하고 있다. 그러면, 지금 '안정된 직장'을 위해 하는 투쟁들은 어떤 의미인가?  

내내, 학원이 어떤 식으로 학생을 길들이고, 어떤 식으로 돈을 긁어모으는지, 어떤 식으로 불안감을 조장하는지 설명하는 이 책은 그래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반복되는 설명에 이렇게 자명한데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던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다른 질문을 하게 만든 것이다. 아이를 학원에 보낼까 말까 고민하는 엄마가 아닌 나는-결심은 이미 했고, 어떻게를 고민하는- 다른 설명에는 모두 긍정하면서, '이제 세상은 바뀌었고, 안정된 직장이란 허구이며, 사람들은 하나의 직업만을 평생 가질 수 없고, 그래서, 아이에게 스펙을 쌓는 방식의 공부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마지막 장에서 안정된 직장에서 더하여 육아에 편리한 시간 조정을 요구할 마음을 먹은 엄마로써의 정체성 때문에 뜨끔해진다. 충돌하는 것은 이런 것, '안정된 직장'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것인가? 직장이 달라지고 있고, 경력직 채용이 늘고 있고, 학벌이 완화되었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한전과 삼성과 기타 대기업의 채용구조등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를 인용하는 대목에서 갸웃거리는 거다.  

묘하게 도는 구조의 문제, 다른 차원의 문제에 대해 덮어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안정된 직장은 허구이므로, 그런 직장을 위해 더 좋은 학교에 목맬 필요가 없고, 그래서 학원에 밀어넣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은 내가 원하던 설명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예로 든 회사의 면면은 어떠냔 말이다.  

나는 그저, 아이에게 공부하는 게 즐거웠으면 좋겠고, 혼자서 문제를 생각해내고 풀어내면서 즐거웠으면 좋겠고, 그런 과정에서 살아낼 수 있으면 좋겠고, 그래서,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었던 거다. 문제풀이위주의 불필요한 반복으로 공부에 흥미를 잃게 하는 학원은 그래서 보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작은 리플렛이 책이 되느라, 혹은 그 부분이 빠지면 설득에 실패할까봐 그런 것일까. 덜컹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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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원이 엄마가 물을 뿌리는데, 길라임이 단련된 운동신경으로 피!한!다! 다음 순간, 다시 컵을 밀며 다시 가겠습니다,하지만, 피할 때 좋았다.

2. 라임이 주원에게 '인어공주는 왕자를 사랑했거든'이라고 비수를 꽂아주시는 장면.

3. 오스카가 스캔들 기사에 대한 윤슬의 반응을 보면서, '아, 내가 그랬었구나'라고 반성하는 장면. 오스카가 참 좋은 캐릭이었는데, 썬에게 자기 노래 불러주는 대목, 아줌마스런 한류스타란 면에서, 무척 훌륭한 인간이란 생각이 새록새록 드는. 아, 크크섬 좋아했는데.

4. 아버지 빈소를 지키며 울다 잠든 라임이 옆에 환자복을 입은 김주원이 나란히 눕는 장면. 이게 마지막 장면이어서, 시간낭비같았던 마지막회가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김주원이 길라임을 보자마자 돌진하던 태도에 대한 설명, 그래서, 말도 안 되는 판타지 해피엔딩이 된 것이 결국은 그 인연의 시작이 스물 하나였던 때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스물 하나였을 때 가진 그 모든 마음의 짐이라서, 그래서, 대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거라고. 돌이켜 그 때의 나는 그렇게 무모하지 않았더라도, 돌이켜 젊을 날을 포장하는 그 미덕들 가운데 하나인, 젊은 날 나는 그런 걸 몰랐지, 혹은 그런 걸로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믿었어,의 그런 대목이었던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아, 스물 하나인 젊은이에게 내가 기대하는 것.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나는 젊고 용감하다,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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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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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을 재방에 삼방까지 볼 때, 이 책을 샀다. 공자와 맹자를 읽고 싶어지는 마음도, 열하일기나, 정약용의 책을 읽고 싶어지는 마음도, 드라마 속 청춘들에게 빚지고 있다.  그 여름에 서점에서 이 책을 샀으면서, 해를 넘기고 이제서야 책을 마쳤다. 그저 고어일 수도, 그저 한문투의 번역체 문장일 수도 있었는데, 드라마 속 젊은이들의 그 아름다운 말들에 혹해서, -비난조차도 아름다웠지- 이 책을 산 것이다.  

책은, 조선시대 마지막 과거시험인 책문에 제출된 답안을 풀어 쓴 것이다. 임금이 제시한 질문에 답안지가 따라붙었다. 고정된 형식 안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임금의 마음, 그 임금의 물음에 답하는 선비의 마음이 드러난다. 드라마 속 청춘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절도있으나 뜨거운 마음은 낮게 업드려 고하고 있으나, 낮지는 않다. 목숨걸고 고한다는 그 대답에는 다시는 뜻을 펼칠 수 없더라도 고해야 하는 결기가 있고, 배우고 익혀 단련시킨 자신의 생각이 있다.  

엮은이가 가려뽑은 책제와 그 답변들, 뒤이어 시대상황과 답변한 선비에 대한 엮은이의 해설과 엮은이의 견해가 붙어있다. 현재에 읽힐만한 여지에 대해서 덧붙인 엮은이의 말은 가끔 덜컹거리기도 하지만 괜찮았다. 대답을 듣고 그 선비가 어떤 선비였는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었는지, 저 퍼렇던 청춘은 그 뜻을 어찌 펼쳐는 보았는지 궁금했으니까. 유교적 도덕국가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열강들 사이에 몸을 누인 강토를 보전하기 위해서, 도대체 어떻게 국가를 운영할지 고민하는 왕과 선비들은 드라마 속에서 보았던 것처럼 아름다웠다. 가끔은 해가 바뀌는 쓸쓸함에 대해 논하라는 것도 아름다웠다. 현실은 왕과 신하가 대결하고, 오해때문에 당파가 갈렸더라도, 관직에 나서는 선비들의 첫마음은 아름다웠다.  

선비들에 대한 설명글에서, 아 이 선비가 혹시 이선준의 모델은 아닐까도 생각하고, 왕이 신하에게 곤룡포를 덮어주는 장면에서는, 규장각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읽었다. 이건 소설이 아니고, 시험답안이니까.   

드라마에서 과도하게 개인적 배경을 깔았던 것이 극적인 여러 장면을 만들었음에도, 오히려 단점이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유교적 이상국가를 꿈꾸는 조선이란 나라에서, 관직에 나서려는 젊은이라면 자신의 아비가 혹은 형이 정치적 살해를 당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나라를 꿈꾸는 것은 그 배움의 과정에서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의식일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네 명의 주인공을 빼고 모두가 그저 몰려다니던 순간, 그랬다. 그 때 했던 공부란 결국 다스리는 것에 대한 것이었으니, 자신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고민을 하는 젊은이들을 보았더라면 하고 바랬고, 이 책 속에서 조금은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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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유정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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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생경해서 판타지 소설을 보는 것 같았다.   

카눈,이라는 고원지대의 전통적 관습법을 바닥에 깔고 있는 소설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 같았는데, 실상은 존재하는 이야기. 나를 새삼 먼 곳으로 데려다 준다고 느낀 두번째 소설-첫번째 소설은 '카자르 사전': 묘사된 설화라든지, 상상이 너무 생경해서, 와 신기한 나라구나, 그랬었지-이 되었다.  

그저 손님일 뿐인데도 신의 지위를 주고, 그 손님 때문에 복수의 고리에 얽혀 버리는 과정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싶기도 한 느낌. 

도시화로 세계의 어디나 비슷해져버린 지금의 내가 보기에, 그건은 이상하기만 한 그래서 판타지같다고 느껴지지만, 죽음까지도 명예보다 가벼운 고원지대의 율법 속에서 개인이 아니라 속한 자로써 살고 죽는 청년을 생각한다. 지금 삶에서 무언가 비어버린 부분 때문에, 나도 마차 속의 귀부인도 그 청년에 흔들리는 것일 거다. 그저 야만,이라고 말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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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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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맥가이버'에서 이런 에피를 본 기억이 있다. 맥가이버가 방문한 작은 공동체 마을에서, 공동체에 죄를 지어 벌을 받는 사람이 나온다. 그 사람에게는 아무도 말을 걸지도 않고, 얼굴을 보지도 않고, 공놀이에 끼워주지도 않는다. 그 공동체에서 그 사람은 말 그대로 투명인간,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벌을 받고 있었다. 외부자인 맥가이버는 이게 부당하다고 생각하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는데, 나는 이상했다. 그 벌이 뭐가 어때서, 라고 생각한 것. 때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추방하는 것도 아니고, 공동체에서 허용하지 않은 일을 한 벌로써 이루어지는 그 벌을 어째서 잘못,이라고 판단하는가, 했던 것. 아, 나는 지독하게 비사회적인 인간이기는 하다.   

책은 강의록이다. 하버드의 명강의를 옮겨놓았다는 설명대로, 책의 저자는 정의에 대한 철학적인 대답들을 차례대로 훑고,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내용은 새롭다기보다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오래되고 첨예하고 어려운지를 깨닫게 한다. 이건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는, 결국 상황마다 다른 답이 나올지도 모르는 문제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어찌보면 아리스토텔레스적인 방식으로 정의를 설명하는 사람이구나, 깨닫게 되더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수련하는 방식에 공감하게 된다. 정의도, 도덕도 수련하는 방식. 이게, 오히려 나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지금 시대가 간절히 원하는 정의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는 것, 그래서 계속 질문해야 한다는 것, 오랜 동안 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답을 내 놓았고, 그걸 통해 자기 자신이 어떤 정의에 더 가까운지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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