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때, '맥가이버'에서 이런 에피를 본 기억이 있다. 맥가이버가 방문한 작은 공동체 마을에서, 공동체에 죄를 지어 벌을 받는 사람이 나온다. 그 사람에게는 아무도 말을 걸지도 않고, 얼굴을 보지도 않고, 공놀이에 끼워주지도 않는다. 그 공동체에서 그 사람은 말 그대로 투명인간,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벌을 받고 있었다. 외부자인 맥가이버는 이게 부당하다고 생각하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는데, 나는 이상했다. 그 벌이 뭐가 어때서, 라고 생각한 것. 때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추방하는 것도 아니고, 공동체에서 허용하지 않은 일을 한 벌로써 이루어지는 그 벌을 어째서 잘못,이라고 판단하는가, 했던 것. 아, 나는 지독하게 비사회적인 인간이기는 하다.   

책은 강의록이다. 하버드의 명강의를 옮겨놓았다는 설명대로, 책의 저자는 정의에 대한 철학적인 대답들을 차례대로 훑고,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내용은 새롭다기보다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오래되고 첨예하고 어려운지를 깨닫게 한다. 이건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는, 결국 상황마다 다른 답이 나올지도 모르는 문제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어찌보면 아리스토텔레스적인 방식으로 정의를 설명하는 사람이구나, 깨닫게 되더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수련하는 방식에 공감하게 된다. 정의도, 도덕도 수련하는 방식. 이게, 오히려 나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지금 시대가 간절히 원하는 정의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는 것, 그래서 계속 질문해야 한다는 것, 오랜 동안 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답을 내 놓았고, 그걸 통해 자기 자신이 어떤 정의에 더 가까운지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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