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Outs 15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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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미있다.

이 놈의 만화는 리그 꼴찌 팀이 우승하기 위해 나아가는 여정, 쯤으로 묘사되는-아직도 계속되는 중이니 우승할 지는 모른다고 해도- 스포츠 만화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빛깔이 되는 것은 '야구는 도박'이라는 걸 깔고 들어오는 승부의 묘사다. 심리전과 정보전, 이기기 위해 필요한 냉혹함, 따위. 게다가 15권에 접어들어 이 만화 경기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점점 자라고 있다.

아직 15권이고 갈 길이 먼데도, 살짝은 위태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스포츠 만화 구도에 끼어들어오는 상투적인 풍경을 만났을 때다. 야구장을 벗어났으니, 이제 그런 상투적 구도가 다시 필요할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독자의 입장에서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내내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수긍하다가, 한순간 멈칫 '정말 그래?'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팀워크라는 걸 깨우치기 위해 도입한 극단적 '성과급' 제도를 맞닥뜨린 순간이다. 어쩔 수 없이 직장인이라, 아 이런다면 정말 무섭겠다, 가 되어서, 그런 순간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게 정말이 아니라, 만화라서 가능한 거면 좋겠다, 뭐 이런 식이 되는 거다.

좀 더 두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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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
돈 리 지음, 임주현 옮김 / 문학사상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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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수자,이면서 차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러나, 소수자라고 그러한 차별에 갇히는 것은 또 그만큼 어리석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인 나는 돈 리가 말하는 미국땅의 한국인,이 느끼는 차별을 멀게만 느낀다. 그러나, 마지막 자전적 단편에서 드러나는 '차별받고 있다'에 사로잡힌 그 안에 갇힌 한국인이 이해가 되었다. 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한 심정, 다르지만 알겠다.

나는 여자다. 모두 자기 자리에서 그런 고민에 빠지는 것처럼, 나는 내가 여성이라는 것에서 그런 고민에 빠진다. 내가 어리석게도 차별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또 혹은 어리석게도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을까봐 걱정하고 행동할 때마다 근심한다.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하다.

다른 단편들은 그런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풍경처럼 처리하지만, 마지막 단편에서는 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좁은 이민자 사회를 묘사하기 위한 것인듯, 서로 다른 단편들은 조금씩 다른 면으로 연결되었다. 배경이 모두 같아 살짝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어느 순간 아 먼저 단편의 아저씨가 이제 다른 모습으로 여기 등장하는구나, 알아차렸다. 그래,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삼 남매가 세 편의 단편으로 등장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얽힌 사람들이 또 등장하는 식이다. 숨은그림찾기같이 것도 즐거웠다. 

전체적으로 폭발하는 이미지라기보다는 물에 비친 풍경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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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는 책인데, 이걸 신랑에게 읽어보라고 해야 할지 어디 숨기고 못 보게 해야 할지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나의 고민은, "아내가 결혼했다"고 자신을 골이 마구 들어오던지 말던지 골대에 기대어 서서 망연자실한 골키퍼에 비유한 이 남자의 아내가 너!무!나!도! 완벽하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반응은 "네가 이 여자 반에 반만 해도, 이 남자처럼 당근 살 수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결혼을 축구에 비유한 장면들, 결혼에 대한 인류학적 조망, 세상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일처다부제의 마을이 모두 유쾌하고 놀라우며, 생각할 거리를 던짐에도 불구하고, 역시 최악의 반응에 대한 걱정이 모든 것을 앞선다.

여성에게 여러 모로 불리한 사회에서 여성의 비행?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이유 혹은 조건이 필요하다.

아내가 바람이 날 때는 남편이 무심하고 때로는 난폭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필요하고, 여기서는 약간 다르지만, 이 아내가 결혼을 두 번 할 수 있으려면, 정말이지 최고의 아내여야 한다. 고부갈등이란 말은 들어본 적 없는 양 두 결혼으로 맺은 관계에 능숙하고, 살림도 척척,  밤에도 능란. 뭐 이런 것.

이론적으로는 '여자가 두 번 결혼하는 게 무에 그리 큰 잘못인가'라는 생각이 들도록 온갖 것들로 설득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 보면 '넌 절대 이 여자처럼 못할걸, 꿈도 안 꾸는 게 좋아, 솔직히 이 여자정도 되니까, 다른 남자랑 결혼하겠다는 여자랑 그냥 살지, 누가 살겠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나 할까.

뭐, 웃고 그만인 책으로 지나치게 진지한 게 나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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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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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을 여러날에 걸쳐 읽다니, 나 답지 않다.

그러나, 만화책,이라고 부르기에는 말이 너무 많다. 게다가, 나이먹을수록 보기 버거워지는 무척 사실적인 이야기들이다.

내 안에 에너지가 가득할 때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내가 어둡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 에너지가 한 풀 꺽인 채라면, 이런 이야기는 내 맘을 어둡게 하고, 나도 어둡게 하고, 그래서 안 보고 싶어진다.

알아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에 더하여, 결국 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가 되는.

명백히 부당하고, 잘못이란 걸 알면서도, 그저 자신의 삶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에만 관심있어서 이제 듣고 싶지도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그 이스라엘의 여자들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그저 내 손에 총이 없고, 내가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라고 나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걸 또 내가 아니까.

보통은 이런 사람들에 의해서 직접 손에 총을 든 사람들이 행하는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이 정당화되고 계속된다는 걸 또 아니까.

 불편한 채로 책을 덮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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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현감 귀신체포기 1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이가서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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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어린 날의 독서경험을 말하자면 참으로 별 게 없다. 그 때는 그림책, 을 어린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사치는 생각하기 어려웠으니 그림책은 구경도 못했고, 작은 촌 동네에 도서관은 없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구했다고, 학급문고에 가져다 냈다가는 책을 분실한 적 있고, 그래서 언니-정작 그 책의 소유권을 주장할 만한-에게 타박만 들었다.

이런 어린 날의 기억 중에 내게 남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페르시아 민화집, 한국 전래 동화집, 표지가 떨어져 나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기에 더하여 누렇게 바랬고 글씨도 작고 줄거리도 복잡했던 박씨부인전, 전우치전. 좀 쎄고 이상한 이야기들.

전우치전이 정말 집에 있었던 건가, 내가 그걸 읽었던 건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읽었다 치고. 어린 기억에는 박씨 부인이 좀 더 쎘다. 전우치는 귀여운 개구장이 같았다면, 박씨부인은 무시무시했으니까.

그런 전우치를 다시 만났다. 기담집과 이상한 이야기를 즐기던 즈음에 장바구니에 넣어놓고는 그저 넘겨버렸던 책을 형님네 놀러가서 책꽂이에서 발견한 것이다. 주책맞게 일찍 일어나는 휴일의 아침들에 다른 사람들이 깨기 전에 읽어치웠다.

귀여운 개구장이같던 전우치는 나이먹어 철 덜든 아저씨처럼 보였고,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던 인어소년들과 야차와 호리병 속의 여우들이 나오는 기담은 나이먹은 아저씨들의 환상처럼 묘사되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름도 이상한 미미라는 파란 눈의 여승에 대한 묘사는 나로써는 좋아할 수가 없다-. 

삽화는 내 멋대로 상상하는 담백한 개구장이 전우치나 어리버리한 부여현감을 수염덥수룩한 아저씨같은 인상으로 고착시켰다. 작가의 의도와 잘 맞는 그림이라니, 내가 작가의 의도를 거부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책의 삽화는 상상력을 제한한다. 글래머러스한 삽화가 없었다면, 내가 이 책을 좀 더 내 멋대로 각색해서 기억할까, 알 수 없다.

우습고, 빨리 읽히고, 전혀 걸리는 부분이 없고, 정말은 작가도 그 친구도 흡혈귀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권하는 말을 찾지 못하겠다. 재밌다나 신기하다고 하기에는 권할만큼인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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