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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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재미있다.  

그런데, 읽다가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런 것이다. 동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인형을 집어던지면, '인형이 아야해, 그러면 안 되지'라고 한다고, 이걸 모든 사물에 영이 깃든다는 오래된 동양식 사고와 관계, 타인의 생각을 고려하는 식이라고 설명하는데, 그럼 도대체, 서양의 어머니는 무슨 이유로 아이가 인형을 던지지 못하게 하는 걸까.   

이 책의 저자는 서양 사람이라서, 이 책을 읽는 동양인 어머니인 내가 서양의 방식을 궁금해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식의 설명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나는 이게 너무 궁금해서, 다른 설명들을 건너뛰기도 한다. 많은 규칙들, 규범들 대부분을 그럼 도대체 무슨 이유로 강제하는 것일까,    

 그리스, 로마로부터 이어져온 논리적 전통과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추구가, 어떤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 공동체와 조화에 대한 추구는 또 어떤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 설명한다. 실험집단으로 동양은 중국, 일본, 한국이며, 특히 대부분은 중국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 책을 덮고 나니, 책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동양인에게 잘 나타나는 속성인 '내 그럴 줄 알았어'가 발동한다. 재밌기는 하지만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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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 2009-05-23 0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며 끄덕끄덕 하다가, 어라? 이거 다른 형태의 오리엔탈리즘 아닌가? 싶어 갸웃거리기도 하다가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참 기능적이고 징그럽게 합리적인 저들-서양인-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다가, 그랬다지요. ㅎ
그리고 서양의 어머니들은, '아까운 인형이 부서지고 집에 먼지가 나니까 안 돼!'라고 말하지 않을까요? ㅎ
 
지방은 식민지다! - 지방자치.지방문화.지방언론의 정치학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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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촌스럽다는 걸 안다. 엄마가 요리프로를 보면서 '저걸 다 넣고, 맛 없기가 힘들지'라고 말하듯이,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을 티비에서 보면서 '돈만 있어봐, 저 정도 못 되겠나'라고 말은 하지만, 어느 순간 알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촌에서 취향을 키운 사람이다. 서울에서 산 것은, 딱 4년 뿐이었고, 인생의 거진 대부분을 서울 밖에서 살았다.

그러면서, 많은 말들이 서울사람, 그렇지 않더라도 '시민'의 입으로 나온 말이란 걸 깨달을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민망해진다. 소설을 보거나, 신문 논평을 보거나, 티비 드라마를 보거나, 하다못해 진보적이라는 인사의 강연을 들을 때에도, 그런 깨달음은 몰입을 방해하다.

어느 순간, 나는 신경숙처럼 시골의 정서를 가진 작가들이 물러나고, 내내 도시 더 정확히는 서울의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걸 안다. 서울과 서울 밖의 사람들은 그렇게 다르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학번을 물어 듣는 사람 당황하게 했던 것처럼, 서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모두 서울에 사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서울 아닌 사람들이 서울 아닌 삶에 토하는 울분은 그대로 수용이 된다. 나는 그 '수용'이 이상하다. 나는 그러한 토로도 그에 대한 당연한 '수용'도 나서 자라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러니까 주인된 자에게 예의가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밖에, 도시도 못 되는 곳을 고향으로 가진 나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박탈감,이란 게 의아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제목에는 절대 동의하니까, 읽은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강준만의 흔들리는 문제의식이 어지럽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 어렵다.

나의 관심이 자치라면, 강준만의 관심은 자치를 가능하게 할 언론이다. 그만큼의 차이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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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놀이
크베타 파코브스카 지음, 이지연 옮김 / 베틀북 / 2001년 5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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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요일마다 코뿔소가 나타나는데, 신기해서인지 좋아한다. 울퉁불퉁한.
색깔놀이
크베타 파코브스카 지음, 김서정 옮김 / 베틀북 / 2000년 8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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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정말, 정말 좋아한다. 그림이 참 이상한데도, 놀기에 참 좋다.
입이 큰 개구리
조나단 램버트 그림, 키스 포크너 글, 정채민 옮김 / 미세기 / 2001년 5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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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말이 필요없다.
뜰이 있는 메이지 하우스
루시 커즌 지음, 전정숙 옮김 / 어린이아현(Kizdom) / 2008년 8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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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재밌더라. 원래 더 큰 아이들을 위한 거라 선물하려고 샀었는데, 내가 궁금해서 뜯었고, 선물이 불가능한 지경이 되었다.

참, 이건 책이 아니라 장난감이다. 인형의 집이 되는 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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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지음, 신창용 옮김 / 삼우반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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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걸어 내려오면서, 이 책 생각이 났다. 그 대목은 돈을 주면 좋은데, 쿠폰을 주고, 그래서, 식당에서 허접한 밥을 비굴하게 먹어야 한다는 부랑인의 심정을 토로하던 장면이다. 그건, 나름 최근에 우리나라의 굶는 청소년들 이야기와 엮여서 떠올랐다. 돈을 안 주고, 식권을 주는 정책은 어디서 나온 걸까. 돈을 주면 머리를 볶을까봐 그러는 건가, 그럼 그건 어떤 태도 때문인가. 굶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서 나온 정책인가, 혹은 내가 준 돈을 내가 쓰라는 데 쓰라는 태도인가. 조지 오웰은 책 속에서, 정책입안자가 부랑인과 대화를 나눠 본다면, 그런 정책은 안 만들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부랑인과 대화를 나눈 심정이 되었다.

원래 이런 책에 약간의 편견이 있어서 선뜻 선택하지 못했는데, 읽고 나서는 잘 읽었다 싶다. 편견이란 이런 것이다. 스스로 가난해진 자의 허영이 보일까 걱정하는 맘. 나는 조지 오웰이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는 걸 아니까, 이 이야기 자체가 젊은 어떤 날의 경험담 정도로 보일까봐, 그런 작가의 허세가 드러날까봐-나는 작가가 될 거니까, 이 정도는 겪어봐야지, 하는 식의- 겁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뭐, 절대 아니다. 실제 가난뱅이가 되어 쫄쫄 굶는 젊은이 심정은 그대로 담백하다. 사람을 관찰하는 세심한 눈은, 가난한 자로써의 자신과 주변인들을 묘사할 때 빛난다.

파리의 접시닦이가 되어, 접시닦이들의 자긍심이나, 호텔 웨이터의 생각, 호텔 내 계급구조 따위를 풀어놓으니 생생하고, 영국의 부랑자가 되어 하루종일 보호소까지의 긴 길을 걸어걸어 이동하는 삶을 듣고 있자니 내가 가진 편견들을 깨닫는다. 명쾌하게 말해주니까 모를 수가 없다. 그렇다. 나는 겁먹고 있다. 수십에서 수백까지 이르는 부랑인을 단 몇 사람이 감시하는데도, 그들이 위험하다고 겁먹고 있었다. 한, 심, 하, 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선택하는 순간 순간에 작동하는 공포들에 생각하게 된다.

참, 판타스틱에서 소개된 글을 보고 샀는데 표지디자인이 바뀌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음, 좀, 안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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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 2009-05-23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요! 조지 오웰이 이런 책도 썼군요! ^^;;

별족 2009-05-2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추입니다.
 
밀레니엄 1 - 하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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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스릴러나 미스터리가 조금씩 깔깔했다. 그건, 어린 어떤 날 아빠가 추리소설 읽던 나에게 뭐가 되려느냐고 걱정을 날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태백산맥을 읽다가 마주친 '어린 혁명가 소년이 추리소설 읽던 소년을 경멸하던 장면'때문이기도 하다. 무언가, '재미있기만 한 어떤 것'을 보고 있다는 죄책감에 더하여 또 하나 죄책감을 보태는 것은, 그런 소설들이 쌓여 내 마음이 어두워지고,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책 속의 정황들이었다. 악인을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책임해보이고, 그렇다고 이유없는 살인자를 보고 있자면 마당있는 단독주택의 꿈은 무모하게 느껴진다.

이 책에도 광기로 휩싸인 살인자가 나온다. 나의 고민대로 지금껏 삶에서 그 원인을 찾아주려는 사람도 주인공이고, 그건 무책임하다고 말하는 이도 주인공이다. 두명의 주인공은 내 마음 속 두가지 고민을 그대로 말하고, 그것은 그대로 유효하고 그대로 진지하다.

범죄를 따라가는 경로는 고전적이라-피범벅의 현장 대신, 오래된 사진과 자료들로 따라가는 머릿속의 추리가 전부다- 다행스럽고, 현실 속의 범죄는 말끔하다. 공원의 노숙자에 삶의 공포를 투사하기를 바라는 정말 범죄자들-금융사기꾼, 양복을 빼입고 뇌물을 챙기는 사람들, 진실대신 쉬운 찬양으로 쉬운 위치를 얻는 언론인들-이 이 소설에는 등장한다. 그래서, 좋았다. 편견에 편견을 보태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 재밌어서 정신없이 읽었다. 아직 두 개의 시리즈가 남아 있어 좋고, 또 그게 전부라서 아쉽다. 너무 깔끔하게 딱 떨어져서, 내가 작가의 이력을 듣고는 오독했는가 싶기도 하다. 어린이용 영웅물의 소년탐정과 말괄량이 삐삐가 아마도 어른이 되었다면, 싶은 것이 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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