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극의 칼 - The Blad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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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무협이란 이렇게 쓸쓸하고 허무한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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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토끼들의 휴일 2 - 완결
단영 지음 / 뿔미디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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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로맨스를 읽어보자 마음먹은 적이 있다. 마음이 울적하여, 한번쯤 쉬는 마음으로 아무 생각없이 읽어도 좋을 그런 로맨스를 읽어보자고 책을 산 적이. 그 책을 끝내고는, 나는 그럴 수 없구나, 세상에 '아무 생각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남편이, 나의 마음 같을 때, 왈 '우석훈 시리즈를 읽고 있자니 너무 우울해서, 다음에 평이 대단하고, 게다가 19금이라길래 궁금해서' 샀단다. 그러고는, 내가 먼저 읽고, 나의 평가 때문에 아마도 남편은 읽지 않을 것이다.  

생각이 많은 여자는, 로맨스를 읽으면서 온갖 생각을 하고는, 아, 그래서, 사람들이 꽃남보는 여자들을 뭐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다시 돌아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보는 것은, 아슬아슬한 로리타 콤플렉스-여주는 작고, 나이는 먹을만큼 먹고도 완전 무지하며, 아기처럼 뽀얀피부를 가진, 아, 그러니까 계속 묘사가 미성년을 묘사하는 거 같았다는 거-, 부자는 착하고 품위있고 , 가난하면 염치없고 뻔뻔한-여주를 배신한 전 남친은 여주의 돈을 보고 애정없이 달려드는 허영심 가득한 가난뱅이- 캐릭터의 전형성, 오래된 부자-여주-는 고상하고, 졸부는 천박하고-여주의 친구라며 배신때리는 나쁜 여자-, 부자는 있지만 부자를 되게 하는 방식-남주는 M&A, 처분, 이런 행위를 하고, 이는 냉정한 결단력과 사업수완으로 묘사되지만, 그건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의 해고와 이직, 같은 것들을 포함하는 것이란 걸 모른 체하는- 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춘기 여학생이 활자로 보면서 상상 가능하도록 성행위의 묘사는 상세하고 진지하지만, 그렇다고 19금이라니 어이없다.

로맨스를 써보자고 마음먹었던 적이 있다.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랑이야기, 하나쯤 보태어도 흠은 아니지, 의기양양, 그래, 사랑에만 집중하여, 사랑만 하자고, 그러다가, 쉽지 않군 하였었다. 그리고, 여기 하나 더 기대를 저버리는 로맨스를 보고는 '로맨스'란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들을 언제 또 읽게 될 지 기약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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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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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쉽지 않다. 제목에 '자유롭다'라고 써놓고 나면, 얼마나 운신의 폭이 좁은지, 별볼일 없는 나의 다짐을 남기려고 읽은지 한참 지나, 서평을 쓴다. 나의 다짐이란 이런 것, 내가 만약 책을 쓴다면, '자유'라는 말을 앞머리에 달지는 않을 테야.  

자유는 사람들 마음마다 다 달라서, '촌에서는 못살아'를 입에 달고 있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는 나에게 '자유로운 사람'의 이미지는 타인의 시선따위 신경 안 쓰는 멋대가리 없고 수더분한 촌사람이다. 

그래서, 직업적 좌절을 겪고 늦은? 나이에 파리로 떠나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산다는 이 분이 내게는 그렇게 '자유로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나는 자유롭다'고 선언하지 못할 것이다.  

자유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그 사람들 마음에 다른 빛깔로 존재하는 무수한 자기만의 벽들을 초월하는 것이라서, 아무리 누군가 '나는 자유롭다'고 말해도 쉽사리 수긍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제목에 '자유'라는 말을 읽은 순간부터 이 책을 좋게 읽을 가능성이 절반쯤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가사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비용을 지불하고 가사노동을 제공받는 것에 대하여 나는 아직 입장을 정할 수 없었다. 내 입장은 목수정이기보다, 희완에 가깝겠지만, 또 모든 가정에서 결정권자는 여성이어야 한다,는 지극히 편파적인 태도에서 그게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하는 대신, 그 가정에 그 나름의 원칙을 세우시라,고 하고 말았다. 누군가의 삶, 그 삶에 대한 말,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그만큼 만족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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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재발견 - 한국 자본주의와 기업이 빠진 조직의 덫, 개정판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2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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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꼽만큼이나마 알게 되었다.  88만원 세대가 표지나 각종 서평이나 지나치게 우울하여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이 책부터 집은 건데, 회사에서 느끼는 답답함, 우울함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회사에 속한 누구라도 붙들고 얘기하고 싶다. 정말 재밌다고, 정말 읽어보라고. 

이런 말,   

'갈등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 조직에서, 경영자나 종사자는 차라리 바보가 되기를 선택한다'라던지. 

'4,50대 남성에게 맞춰진 지금의 조직은~'이라는 묘사는, 회사에서 느끼는 나의 죄책감-아,나도 저렇게 오래도록 일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나의 불편함-왜 자꾸, 골프를 치래!-, 나의 거부감-나를 무성의 존재로 대하는 것만큼 '레이디 퍼스트'운운도 고맙지 않다-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나의 이런 죄책감, 불편함,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내가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는 것이 조직에게는 오히려 좋은 것-응??-이라는 이상한 결론까지.  

혁신을 말하면서, 혁신을 원하지 않는 조직.  

조직 내에서 동기부여에 실패한 조직. 내가 속한 조직은 내가 더 위로 올라가 조직에 기여해야겠다는 동기를 내게 부여하지 못했다. '그게 싫다면 나가라'라고 내게 대놓고 말한다면-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나는 아주 오래 고심할 것이다.  
아침, 상사와 면담이 있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라면, 진급하라고 안 하지, 조직을 위해서 능력있는 사람들이 진급을 해야지."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라면, 좀 더 쉽게 아, 나는 조직에 무용한 사람이구나, 라고 나의 가정과 조직생활에서의 양립 불가,에 대해 자책하겠지만, 이 책을 읽은 나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 그건 조직이 달라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야근도, 이른 출근도, 빼 줄 수 있다면, 이게 그만큼 조직이 변한 거라고 수용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그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뿐, 야근도 이른 출근도 나 대신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한다는 건 입맛이 쓰다.  조직은 달라지지 않고, '여성이고 아직 어린 아이의 엄마인 나'에게만 특별히 주어진 혜택, 나는 차라리 속하기를 그만두어야 하는가 고민한다.  
 

그래서, 참, 우리나라 조직들 큰일이구나.  

조직은, 그 조직을 구성하는 개개인이면서, 그 개개인과는 또 다른 어떤 존재다.  지금 조직은 무엇을 배워야 조직의 소망인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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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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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을 보면, 내가 내 자신을 노동자라고 호명하는 게 옳은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내게 '구식'으로 느껴졌다.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선정되어 메인에 올라 있는 내내 나는 표지가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거미줄인가? 거미인가, 겨울에 창에 낀 성에인가, 아무리 보아도 알 수 없던 걸 실물을 앞에 두고 알았다. 사람의 뒷모습. 땀으로 절었을 뒷머리와 등을 하얗게 탈색시키고 남은 윤곽. 그렇게 그대로 사람이면서 소금꽃나무가 되는 노동자의 뒷모습.

용산에서 벌어진 일들을 전해 듣고 보면서, 나는 그 분들이 그 상황이 닥치기 전까지 자신을 '철거민'이라고 호명한 적 없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같이 근무하는 비정규직을 비정규직이라고 생각지 않는,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노동자를 또 만난다. 목전에 칼날이 닥치기 전에 나의 이 자각이란 것도 입으로만 머리로만 하고 있는 것이란 걸 나도 안다. 그런데, 이런 책을 만나면, 나는 나의 자각이 옳은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나와 너무도 다른 상황, 나와 너무도 다른 어떤 것들 때문이다. 그것은, 그대로, 그럴 수 있음에도, 내가 나를 똑같은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은 다른 식으로 그분들께 누가 되지 않나, 싶은 것이다. 전형적인 블루칼라 노동자, 지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운동을 하는 이 여성노동운동가에게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글은 다른 식으로 멋을 부린 인상을 주고, 상황은 지나치게 암담하여 우울하다. 노동, 더 정확히는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심성에 대한 말들은 또 다시 나에 대한 자각과 어떤 미안함을 가지게 하고, 그만큼의 거리를 만든다. 그래서, 한 사람 더 동조자를 만들어, 자기 곁에 세우고 싶었을 이 운동가는 노동자를 어떤 신성화된 무엇으로 형상화하여 내가 무얼 해'주어야 하나'하는 이상한 고민을 하는 자신이 '노동자인지 회의하는' 독자를 하나 보태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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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 2009-05-23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서 '구식'으로 느껴졌다는 말, 백 번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 구식이 읽는 내내 가슴을 아프게 찔러대서 괴로웠어요. 죽도록 고생만 한 늙은 부모의 그 삶이 환멸스럽다가도 가슴 저릿하게 아픈 것처럼...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