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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의 불행학 특강 - 세 번의 죽음과 서른 여섯 권의 책
마리샤 페슬 지음, 이미선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850쪽 가까이 되는 책에서 미스터리라고 할만한 사건이 500쪽이 다 되어야 등장한다. 500쪽에서 등장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책속의 이야기는 너무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로 치자면, 앞 500쪽의 이야기는 -아, 책 속의 챕터를 가르는 책들을 몰랐던 것처럼, 나는 끌어다 댈 영화들도 얄팍하기 그지없다- '헤더스'나 '크래프트'-이건 영화소개프로에서만 본 듯, 전학온 여학생이 마녀그룹의 일원이 되어 얽히는 이야기-같았다면-그러니까 전학온 고등학생이 어떤 비밀서클에 얽혀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 뒤 350쪽은 '바더 마인호프'-내가 직접 보지도 않고, 친구가 전한 줄거리만 알면서 쓰는 게 좀 그렇군, 그러니까, 잘 드러나지 않는 역사로서의 어떤 것, 일본의 적군파나, 뭐 그런-같았다. 그런데, 두 이야기의 연결은 너무 헐겁다. 전편의 주연이 후편에서는 사라져버리는 느낌이었다. 전체가 놀랍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면 또 달랐을 텐데, 그렇게 놀라운 연결을 만들기에 고등학생인 시기는 너무 짧고, 나는 그룹의 아이들이 이 이야기에서 하는 역할을 잘 모르겠다.
각각의 장은 책들 제목으로 쪼개졌는데, 책들은 내가 제목만 겨우 주워섬긴 것이거나, 제목도 들은 적 없는 것이라서, 알고 있던 책들을 통해 연결되는 놀라운 느낌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이건 나의 얕은 독서를 탓해야 하는 것인가 싶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름을 단 한 권의 책인데 재미있으려면 다른 책을 꼭 읽었어야 한다면, 그건 책으로써는 실패한 게 아닐까. 모르더라도 재미는 별 네 개정도는 되고, 안다면, 별 다섯이 부족한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솔직히 책을 주욱 읽을 수 없어서 무언가 놓치는 게 있을 수도 있겠다. 얼마나 오래 읽었는지 모르겠다. 수첩에는 책이 끝나는 날만 저자와 함께 기록하는 중이라서, 알 수가 없다. 놓치는 게 많았더라도, 그래도 다시 읽어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아, 나도 쓸데없이 생각이 많기는 하지만, 별 거에 다 주석을 달아 출처를 밝히는 고삐리 천재소녀의 글을 읽는 건 괴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