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꾼 우시지마 2
마나베 쇼헤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재미난 만화책들을 샀니라."

그래서 도착한 택배 한 박스에 이게 두 권 들어있었다. 먼저 읽고 난 나의 소감은 이런 것.

"아, 이런 건 좀 사지 마라."

나의 감상이 이런 이유는 너, 무, 나, 도 신랄해서 무섭기 때문이다.

베르세르크의 공포는 현실을 벗어나지만, 이건 절대로 현실이다.

안다, 이 만화가 묘사한 이상의 심한 일들이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과연?) 그런데도, 못 보겠다.

허영심 때문에 파멸해가는 젊은 여자를 보는 것은, 도박벽 때문에 사채를 쓰고 그 사채 때문에 모진 꼴을 당하면서도 다시 파칭코 앞에서 서성이는 가정주부를 보는 것은, 검고 진지한 그림체 때문에 더욱 더 무섭다. 그렇게 나약한 인간이라서 무섭다.

고리사채는 정말 쓰면 안 되겠구나, 를 학습하는 데는 정말 좋은 책이다.

하지만, 쓰게 된다면 그건 우시지마 말대로 몰라서가 아니라 늘 그러듯이 나만은 괜찮겠지 혹은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 때문이란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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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uts 15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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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미있다.

이 놈의 만화는 리그 꼴찌 팀이 우승하기 위해 나아가는 여정, 쯤으로 묘사되는-아직도 계속되는 중이니 우승할 지는 모른다고 해도- 스포츠 만화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빛깔이 되는 것은 '야구는 도박'이라는 걸 깔고 들어오는 승부의 묘사다. 심리전과 정보전, 이기기 위해 필요한 냉혹함, 따위. 게다가 15권에 접어들어 이 만화 경기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점점 자라고 있다.

아직 15권이고 갈 길이 먼데도, 살짝은 위태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스포츠 만화 구도에 끼어들어오는 상투적인 풍경을 만났을 때다. 야구장을 벗어났으니, 이제 그런 상투적 구도가 다시 필요할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독자의 입장에서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내내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수긍하다가, 한순간 멈칫 '정말 그래?'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팀워크라는 걸 깨우치기 위해 도입한 극단적 '성과급' 제도를 맞닥뜨린 순간이다. 어쩔 수 없이 직장인이라, 아 이런다면 정말 무섭겠다, 가 되어서, 그런 순간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게 정말이 아니라, 만화라서 가능한 거면 좋겠다, 뭐 이런 식이 되는 거다.

좀 더 두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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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
돈 리 지음, 임주현 옮김 / 문학사상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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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수자,이면서 차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러나, 소수자라고 그러한 차별에 갇히는 것은 또 그만큼 어리석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인 나는 돈 리가 말하는 미국땅의 한국인,이 느끼는 차별을 멀게만 느낀다. 그러나, 마지막 자전적 단편에서 드러나는 '차별받고 있다'에 사로잡힌 그 안에 갇힌 한국인이 이해가 되었다. 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한 심정, 다르지만 알겠다.

나는 여자다. 모두 자기 자리에서 그런 고민에 빠지는 것처럼, 나는 내가 여성이라는 것에서 그런 고민에 빠진다. 내가 어리석게도 차별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또 혹은 어리석게도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을까봐 걱정하고 행동할 때마다 근심한다.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하다.

다른 단편들은 그런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풍경처럼 처리하지만, 마지막 단편에서는 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좁은 이민자 사회를 묘사하기 위한 것인듯, 서로 다른 단편들은 조금씩 다른 면으로 연결되었다. 배경이 모두 같아 살짝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어느 순간 아 먼저 단편의 아저씨가 이제 다른 모습으로 여기 등장하는구나, 알아차렸다. 그래,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삼 남매가 세 편의 단편으로 등장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얽힌 사람들이 또 등장하는 식이다. 숨은그림찾기같이 것도 즐거웠다. 

전체적으로 폭발하는 이미지라기보다는 물에 비친 풍경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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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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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인데, 이걸 신랑에게 읽어보라고 해야 할지 어디 숨기고 못 보게 해야 할지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나의 고민은, "아내가 결혼했다"고 자신을 골이 마구 들어오던지 말던지 골대에 기대어 서서 망연자실한 골키퍼에 비유한 이 남자의 아내가 너!무!나!도! 완벽하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반응은 "네가 이 여자 반에 반만 해도, 이 남자처럼 당근 살 수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결혼을 축구에 비유한 장면들, 결혼에 대한 인류학적 조망, 세상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일처다부제의 마을이 모두 유쾌하고 놀라우며, 생각할 거리를 던짐에도 불구하고, 역시 최악의 반응에 대한 걱정이 모든 것을 앞선다.

여성에게 여러 모로 불리한 사회에서 여성의 비행?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이유 혹은 조건이 필요하다.

아내가 바람이 날 때는 남편이 무심하고 때로는 난폭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필요하고, 여기서는 약간 다르지만, 이 아내가 결혼을 두 번 할 수 있으려면, 정말이지 최고의 아내여야 한다. 고부갈등이란 말은 들어본 적 없는 양 두 결혼으로 맺은 관계에 능숙하고, 살림도 척척,  밤에도 능란. 뭐 이런 것.

이론적으로는 '여자가 두 번 결혼하는 게 무에 그리 큰 잘못인가'라는 생각이 들도록 온갖 것들로 설득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 보면 '넌 절대 이 여자처럼 못할걸, 꿈도 안 꾸는 게 좋아, 솔직히 이 여자정도 되니까, 다른 남자랑 결혼하겠다는 여자랑 그냥 살지, 누가 살겠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나 할까.

뭐, 웃고 그만인 책으로 지나치게 진지한 게 나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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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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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을 여러날에 걸쳐 읽다니, 나 답지 않다.

그러나, 만화책,이라고 부르기에는 말이 너무 많다. 게다가, 나이먹을수록 보기 버거워지는 무척 사실적인 이야기들이다.

내 안에 에너지가 가득할 때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내가 어둡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 에너지가 한 풀 꺽인 채라면, 이런 이야기는 내 맘을 어둡게 하고, 나도 어둡게 하고, 그래서 안 보고 싶어진다.

알아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에 더하여, 결국 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가 되는.

명백히 부당하고, 잘못이란 걸 알면서도, 그저 자신의 삶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에만 관심있어서 이제 듣고 싶지도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그 이스라엘의 여자들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그저 내 손에 총이 없고, 내가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라고 나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걸 또 내가 아니까.

보통은 이런 사람들에 의해서 직접 손에 총을 든 사람들이 행하는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이 정당화되고 계속된다는 걸 또 아니까.

 불편한 채로 책을 덮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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