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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1
스즈키 유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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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대고 큰 소리로 웃다가, 끝날 즈음, 웃고 있는 나나 '미녀는 괴로워'라고 엄살떠는 칸나나 미워 죽을 지경이 되었다. 얼굴값 한다,라고들 하는 미녀에 대한 편견 여전하고, 그래 성격조차 나쁘면 네가 어디서 남자를 구하냐,는 추녀에 대한 험담이 난무하다. 그래서, 역시 최고의 여자는 원래 예쁜 천연미녀보다는 예상밖의 2세라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뚱녀였다가 수억들여 '이룬' '인공의' 미녀다, 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눈물나, 여자인 나는. 웃지 않았다고, 읽는 내내 삐딱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말미에 정말 슬퍼졌다고 고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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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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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놓인 하얀 장정의 작은 책을 몇 번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였다. 결국은 집에까지 동행하게 된 이 작은 책에서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처음 만났고, 그녀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졌다. 같은 주파수대에서 울리는 감수성에 피할 수 없는 느낌이긴 한데, 그게 크고 심각한 건 아니다. 가벼운 듯 진지하다고, 앞뒤가 어색하게 밖에 설명할 수 없다니 애석하다.

눈물을 철철 흐르게 하는 심각함없이, 어찌보면 '큰' 일들이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가고 있다. 치유력을 깨우게 되는 불행이 있고, 냉담함처럼 보이지만 따뜻한 포용이 있다. 사실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다고 그토록 죽을 듯이 아프냐고 질문받은 것처럼 지금껏 내가 갇힌 고민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무국적의 세대, 그런 그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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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요정 이야기
바바라 G.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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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을 택해서 입밖으로 내어놓은 다음 순간, 내가 어느 편에 서있는지 놀라면서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이전까지 으레 익숙한 감상들로 읽게 되던 동화에서 어느 순간 나쁜 냄새가 난다고 느껴져서 더이상 읽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차곡차곡 쌓은 관습이나 고정된 사고방식이 그저 역겹기만 해서, 옴싹달싹 할 수 없을 때 상상하는 것은 올바른 것,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고, 아무도 억압하지 않으면서 모두에게 행복한 어떤 것이다.

익숙한 편견들에 눈을 맡기지 않은 것, '괴물'로 묘사되던 것이나, '마녀'로 묘사되던 것을 다르게 보는 것, 혹은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 아이나 소녀에게 백마탄 왕자를 상상하지 않게 하고, 타인을 대할 때 흔한 편견에 자기를 맡기지 않게 하고, 다른 세상을 꿈꾸면서 또한 행동하게도 하는 것. 소박하더라도 말하고 행동하는 것. 이 모든 게 이 동화를 쓴 그녀나 내가 함께 바라는 게 아닐까. 매끄럽지 않아도, 한 걸음 내딛었으니 다음 걸음도 이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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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머거리 너구리와 백석 동화나라 - 빛나는 어린이 문학 2 빛나는 어린이 문학 2
백석 지음 / 웅진주니어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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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시이면서 동화니까, 소리내어 읽으세요. 그림을 함께 보고 소리내어 읽는다면 정말 좋답니다. 재미있는 말들이 매끄럽게 읽히는데다가, 함께 나누고 서로 돕는 즐거움이 있고, 정당하게 요구하고 용감하게 맞서는 얘기도 있고, ~체 하다가 웃음거리가 되는 얘기도 있고,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면 이걸 두고 하는 얘길겁니다. 우리 말이 얼마나 듣기 좋고 재미있는지 알게 할 수 있고, 공연히 예쁜 공주나 왕자를 꿈꾸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동화지요.

자연을 책으로만 아는 아이들이 게가 밥을 짓는다는 묘사를 이해할런지, 묘사되는 동물들을 삽화이상으로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알지 못한다면 너무 멀거예요. 논도 개구리도 많은 나라에서 밀밭풍경을 상상하는 아이들뿐일 수도 있잖아요.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만을 상상하는 아이들은 슬프다구요. 가까운데 귀기울이고, 눈길을 주는 섬세한 말글이라 더 반가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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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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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시모토 바나나가 좋다. 간결해서 좋고, 감정이 풍부해서 좋고, 신비로와서 좋다.

바나나의 짧은 소설들에 익숙하다가, '암리타'를 읽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읽으면서 '이러이러한' 소설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추상적인 따뜻함을 느낀다. 이상하게도 설명하려면 갑자기 소름이 돋는 전율도 또 느끼고, 무심함도 느낀다.

'반만 죽'은 건 암리타의 화자가 한참을 누리게 되는 상태다. 정확히 말하자면 계단에서 굴러 반쪽의 기억을 잃은 그녀의 상태를 '영혼을 보는'여자가 묘사하는 말이다. 힘들게 도달할 수 있는 상태라면서.

여동생이 자살하고, 남동생이 '영혼을 듣고', 엄마가 이혼했고, 사촌과 엄마친구로 꾸려지는 유사가족 속에서 '움직이는 일이 좋다'고 말하는 화자는 딱히 바라는 것도 없는 어른들이 보기에 한없이 가볍게만 보일 젊음이다. 내가 동화되는 감수성이란 그런 것, 욕망이나 야망이 없다고 어른들에게는 가벼워 보여도 진지했던 어른들보다는 훨씬 평화로운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기운들. 좀 더 섬세한 상처를 느끼는 감수성, 나와 닮고도 다른 것들.

그러고도 삶을 살아내는 간절히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을 보면서 따뜻하고도 소름끼치고, 무심하고, 또 마음이 가고.

간절히 행복하고 싶어 하는, 타인에게 관대한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서, 생명의 감로수를 삼키듯 바나나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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