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놓인 하얀 장정의 작은 책을 몇 번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였다. 결국은 집에까지 동행하게 된 이 작은 책에서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처음 만났고, 그녀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졌다. 같은 주파수대에서 울리는 감수성에 피할 수 없는 느낌이긴 한데, 그게 크고 심각한 건 아니다. 가벼운 듯 진지하다고, 앞뒤가 어색하게 밖에 설명할 수 없다니 애석하다. 눈물을 철철 흐르게 하는 심각함없이, 어찌보면 '큰' 일들이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가고 있다. 치유력을 깨우게 되는 불행이 있고, 냉담함처럼 보이지만 따뜻한 포용이 있다. 사실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다고 그토록 죽을 듯이 아프냐고 질문받은 것처럼 지금껏 내가 갇힌 고민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무국적의 세대, 그런 그녀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