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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요정 이야기
바바라 G.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말을 택해서 입밖으로 내어놓은 다음 순간, 내가 어느 편에 서있는지 놀라면서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이전까지 으레 익숙한 감상들로 읽게 되던 동화에서 어느 순간 나쁜 냄새가 난다고 느껴져서 더이상 읽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차곡차곡 쌓은 관습이나 고정된 사고방식이 그저 역겹기만 해서, 옴싹달싹 할 수 없을 때 상상하는 것은 올바른 것,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고, 아무도 억압하지 않으면서 모두에게 행복한 어떤 것이다.
익숙한 편견들에 눈을 맡기지 않은 것, '괴물'로 묘사되던 것이나, '마녀'로 묘사되던 것을 다르게 보는 것, 혹은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는 것. 아이나 소녀에게 백마탄 왕자를 상상하지 않게 하고, 타인을 대할 때 흔한 편견에 자기를 맡기지 않게 하고, 다른 세상을 꿈꾸면서 또한 행동하게도 하는 것. 소박하더라도 말하고 행동하는 것. 이 모든 게 이 동화를 쓴 그녀나 내가 함께 바라는 게 아닐까. 매끄럽지 않아도, 한 걸음 내딛었으니 다음 걸음도 이어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