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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평점 :
난 요시모토 바나나가 좋다. 간결해서 좋고, 감정이 풍부해서 좋고, 신비로와서 좋다.
바나나의 짧은 소설들에 익숙하다가, '암리타'를 읽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읽으면서 '이러이러한' 소설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추상적인 따뜻함을 느낀다. 이상하게도 설명하려면 갑자기 소름이 돋는 전율도 또 느끼고, 무심함도 느낀다.
'반만 죽'은 건 암리타의 화자가 한참을 누리게 되는 상태다. 정확히 말하자면 계단에서 굴러 반쪽의 기억을 잃은 그녀의 상태를 '영혼을 보는'여자가 묘사하는 말이다. 힘들게 도달할 수 있는 상태라면서.
여동생이 자살하고, 남동생이 '영혼을 듣고', 엄마가 이혼했고, 사촌과 엄마친구로 꾸려지는 유사가족 속에서 '움직이는 일이 좋다'고 말하는 화자는 딱히 바라는 것도 없는 어른들이 보기에 한없이 가볍게만 보일 젊음이다. 내가 동화되는 감수성이란 그런 것, 욕망이나 야망이 없다고 어른들에게는 가벼워 보여도 진지했던 어른들보다는 훨씬 평화로운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기운들. 좀 더 섬세한 상처를 느끼는 감수성, 나와 닮고도 다른 것들.
그러고도 삶을 살아내는 간절히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을 보면서 따뜻하고도 소름끼치고, 무심하고, 또 마음이 가고.
간절히 행복하고 싶어 하는, 타인에게 관대한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서, 생명의 감로수를 삼키듯 바나나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