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핀란드에 있다 - 국가 경쟁력 1위의 비밀
리차드 루이스 지음, 박미준 옮김 / 살림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EBS 지식채널 e에서 흥미로운 나라를 소개했다. 그건 시리즈물이었고, 나는 첫 번째를 보았다. 추운 나라, 유럽의 북쪽, 러시아와 국경을 대고 있는 핀란드라는 나라가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십년만에 선거를 통해 시장주의자들을 선출했다는 이야기, 그리고는 바로 이어지는 복지예산 삭감으로 고통받으면서, 좌우파 대연정을 통해 극복했단다. 그리고, 말미에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라는 이 책이 참고문헌으로 뜬다.

아, 너무 궁금해, 너무 궁금한 걸. 지금 우리 상황이 딱 저렇잖아. 경제를 살린대서, 말도 안 되는 놈을 뽑아줬더니, 아주 말라 죽을 지경이잖아. 어떻게 한 걸까, 어떤 나라일까. 다음 시리즈를 마저 보지도 못하고, 이 책을 사고 싶어서, 남편에게 뭐 사줄까, 물어서 책을 보태서 냉큼 산 것이다. 그런데, 나는 궁금한 걸 알 수 없었다.

이 책은 지리적 특성, 역사적 특성, 언어적 특성, 그래서 결국 핀란드라는 국가정체성을 형성하는 민족의 민족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핀란드인들은 과묵하고, 정직해서 믿을 만 하단다. 그래서 국가경쟁력 1위인 거란다. 그럼 그걸 어찌 배울 수 있는가 말이다.

그래서, 이건 흥미롭기는 하지만, 위험하다. 이런 류의 책들은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가경쟁력 1위라는 게 허망하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인간은, 어느 나라가 1위던지, 그 나라의 민족성에 따라 설명하자면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도 아마 민족적 차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핀란드인과 우리나라 사람을, 더 정확히는 나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데 핀란드인은 '진실은 하나다'라고 믿는 반면, 나는 '진실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더라. 이 상황을 대하는 핀란드인은 '민족성이 이래서 국가경쟁력 1위다'라는 걸 진실이라고 믿고 설명한다면, 이런 상대주의에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이런 대목. '핀란드인은 개인주의자이기 때문에, 관습화된 부패에 휘둘리지 않는다'-정확한 구절이 아니다- 아, 부럽구나. 이것도 '관례', 저것도 '관례'인 우리 나라에서 저런 경지의 '개인주의'라니. 거짓말 정부를 상대하는 현재 상황에 비추어도 미치도록 부럽구나!!!

+ 목차만 꼼꼼히 봐도 알 수 있는 걸-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오리와 시미코의 밤의 물고기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시리즈를 샀는데, 읽는 순서가 잘못되었다.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에서 이미 있는 이상한 상점이 여기서 생기니까, 이 책을 먼저 읽었어야 했다. 이 책은 '일본적인 것들'의 묘사가 직접적이지는 않다.

이야기들은 기묘하게 이상하지만, 단순하고 즐겁다. 전하자면 무섭지만, 보고 있는 동안 무섭지는 않다.

고서점의 유령이야기에 절대 동감.

은근 웃겨주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오리와 시미코의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월간 판타스틱을 구독하는 중이다. 현실과 싱크로율 100%인 단편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 읽고 싶은 책 소개를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

판타스틱 6월호 특집으로 이 만화의 작가가 소개되었다. 살아있는 목,을 보여주면서 친구가 '정말 재밌어'라고 말한게 5년도 더 전인데, 몇 페이지에 걸친 작가 소개를 보고, 그 기이한 '재미'란 걸 알아보고자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두 권을 샀다.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와 '밤의 물고기'.

이건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에 대한 서평이므로, 읽으면서 느낌을 말하자면 억울한 마음이 된다.

정말 억울한 마음을 가질 만한 것인가,에는 지식이 부족하지만, 못 하나 치지 않고 지어진다는 '한옥'은 희박하고, 툭 잘려나간 역사의 한 시기가 애석해서 억울한 거다. 안동 하회마을에 가야 겨우 보게 되는 서낭나무나, 장승이나, 한옥에 붙이는 글귀, 절기마다 찾아오는 풍습이나, 밤이면 나타나는 도깨비나, 우리 나라 사람들 의식의 바닥에 깔려있을 오래된 것들을 아, 나는 모르는데,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의 이 단절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 일본은 오래된 것들로부터 이렇게 살찌우는 구나,하는 억울한 마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의식 속에 자리잡은 '오래된 것들'을 설명할 환상을 나는 아는가, 하는. 그건, '우부메의 여름'을 읽을 때도 들던 마음이다. 이런 마음이 되는 것은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가 사용하는 환상들이 일본의 '오래된 것들'과 많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많이,보다는 직접적,이란 표현이 적당하다. 일본의 역사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견마신의 보물을 찾는다거나, 신사의 수수께끼라던가, 그런 소재들을 가져다 쓴다. 내가 그런 억울한 맘으로 읽기 시작해서 더욱 그런 지도 모르겠다. 역시 호러,라는 장르는 이상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킹콩걸 - '못난' 여자들을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민병숙 옮김 / 마고북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펑크를 먼저, 페미니즘을 그 다음으로 만난 프랑스 여자의 이 책을 이제사 다 읽었다. 샀다가 이렇게 묵힐바엔 구판으로 사면 저렴한데, 막상 그 때 사지 않으면, 한참 지나서 사게는 될까 싶기는 하다.

내가 페미니즘을 만난 것은 대학 때고,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열렬'이었던 적은 없었다. 어떤 게 '열렬'인 건지 모른다는 게 정확한 표현. 나는 내가 여자라서 무얼 하지 못한다는 말 들은 적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는 불평등한 '공기'가 있다는 걸 배웠고 가끔은 그런 대우를 받았다. 나와 나의 친구들은 우리 있는 자리에서 발언을 한다. 우리 집은 가난하지만, 나는 가난하지 않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해서, 준 공기업에 근무하는 여직원이니까- 말은 과격할 지 몰라도, 겁은 많아서, 운 좋게도 길거리에서 추행당한 적도 없다. 이런 나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책이 그렇게 궁금했나보다. 이 책의 작가도 이런 제목 달지 않았을 '못난 여자들을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라는 부제가 궁금했덧 것이다. 나같은 '배우고 그래도 좀 사는 여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깨달음을 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강간을 당한 경험과 창녀로 일한 경헝이 있는 이 여자는 '피해자 연'하는 페미니즘의 강간 논리를 넘어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몇 몇 대목에 깊게 공감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인상은 산만하다. 

페미니즘보다 먼저 들어온 펑크를 통해 순결따위 숭배하지 않는 작가의 태도와 강간 때문에 펑크 록 순례를 멈출 수 없는 작가의 그 마음 때문에 오히려  펑크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1948 제헌선거에서 2007 대선까지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흥미진진.

5회에 걸처 이루어진 강의가 책으로 묶인 거라서, 쉽게 읽힌다. 재미있다. 이야기로 들으면 건너뛰게 되는 부분이 책에도 있으니, 그런 궁금증은 그렇게 남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선거만으로 우리나라 현대사를 모두 알 수는 없는 거니까. 빈틈은 어쩌면 당연한 거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그래서 흥미진진한 선거가 책 속에 있다.

역사란 재미있다. 지금과 다른 풍경이 책 속에 펼쳐진다. 이승만은 자기가 당선되기 위해 '간접선거'를 '직접선거'로 바꾸고, 박정희는 영구 집권을 위해 직접선거를 간접선거로 바꾼다. 지금 약한 자를 위한 정치인들을 정치공간 밖으로 내모는 '빨갱이'란 공격은 처음 출마한 선거공간 속 박정희에게 오히려 득이 된다.

선거의 순간 순간, 만약 그 때 이랬더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 출렁출렁하는 마음의 흐름들이 그래도 점점 더 나은 순간을 만들어왔음을 목격한다.

이십대인 동료로부터 '쇠고기 그거 안 먹으면 그만 아닌가요'라는 말을 듣고, 사십대의 직장 선배로부터는 '노무현 vs 이명박'이라는 인터넷 글을 포워딩받는다. 열심히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촛불정치가 '정치에 대한 혐오' 대신, 진짜 '생활정치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