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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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이걸 이글루의 초록불 블로그(orumi.egloos.com)를 보고 (http://bluepyramid.org/)가서 하게 되었었다. 책테스트 결과를 받아든 건 3월 말, 책을 산 건 4월 15일, 그런데도 사놓고 묵히다가, 오늘 아침에 다 읽었다. 나는 내 책 테스트 결과로 나온 이 책의 표지가 마음에 안 들었다. 저렇게 어두운 할아버지의 얼굴이라니, 하고는 테스트 결과 전에도 책소개를 본 적 있으면서, 머뭇머뭇 넣어볼까도 했으면서, 그런데도 미적미적 방치했던 것이다. 게다가, 나는 이게 나의 무언가 정체성과 걸려있다는 생각을 해서 겁이 났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내내 내가 이런가, 생각했다.  

책 속의 세계가 완벽한 통제된 평화로 보이는 순간에 모르는 게 약인 세상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혹시 내가 이런 세상을 꿈꾼다는 인상을 주나?'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게다가 나는 여성평등이랄지, 가족관계의 불평등성이랄지에 대해 생각하고, 나름 미래는 어때야 할까 많이 궁리했었기 때문에, 가족관계에 대한 묘사나 공동체를 위한 엄격한 규칙들, 모든 자원을 배분하고, 선택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묘사가 흥미로웠다. 그 안에 속한 주인공 소년의 묘사를 따라가는 독자로써의 나는 내내 그 사회에 대한 큰 의문없이, 이것이 미래소설이라기보다는 조금 원시적인 공동체의 묘사라고 생각했다. 작은 공동체, 마을 원로들이 섬세하게 많은 것을 결정하는 이 구조를 미래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소년이 기억보유자로 선택되어 기억전달자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이 사회를 이 공간을 상상할 수 없었다. 혹은 나의 상상은 실재와 너무나 달랐다. 텍스트로 비어있는 공간이 기억전달자를 통해 드러나면서, 나의 상상이 오류 투성이여서 놀랐다.  

책 테스트 결과는 '내가 보호받으면서 따뜻한 유년기를 보냈고, 지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두 시기를 조화시키는 게 중요하다'정도로 말했다. 그런데, 그런 의미로 이 책을 추천받았다니, 나는 계속 생각만 많아지는 거다.  

내가 소년의 전반기 묘사에 지나치게 안도했음을 깨닫고, 내가 혹시 그런 세상을 바라는가 의심하게 되고, 그래서, 혹시 선택을 기피하는 나의 게으름에 일침을 놓으려는 선정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나는 내 인생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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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의 대화 - 자폐를 극복한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의
템플 그랜딘.캐서린 존슨 지음, 권도승 옮김 / 샘터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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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데, 속도가 안 났다.  

궁금하고 신기한 이야기가 책 한 권에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짬짬이 쉬면서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자기자신이 자폐라서, 동물을 더 잘 이해하는지도 모르겠다면서, 뇌과학, 심리학, 그리고 자신의 사고방식, 여러가지를 들어 동물의 보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그건, 진화의 단계마다 덧붙여 발달하는 뇌의 이야기나, 보여주기로 가르치는 앵무새 이야기나, 인간의 의지에 따라 진화의 방향이 달라진 쥐 이야기, 쌍으로 움직이는 특성 때문에 인간의 의도와 다르게 발현되는 특성들-고기를 얻기 위해 개량한 닭들에게 나타나는 난폭함-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보여주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는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개가 없었다면, 인간의 진화는 없었을 거라는 말도, 인간과 가축 사이의 분담된 역할의 진화에 대한 말도 하나하나 곱씹게 된다.  

게다가, 동물의 사고방식에 대한 저자의 묘사는 동물과 인간 사이를 수직적으로 열세우지 않는다. 뇌에서 통합하고 선별해서 제거하는 그래 결국 차이를 놓치고 마는 일반인과 모든 차이를 그대로 인지하는 동물, 그리고 자폐인을 두고 누가 더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자기 자신을 통해서, 그리고 책을 통해서.   

내가 좀 더 주의깊었다면, '어둠의 속도' 다음에 이 책을 찾아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게으르고 무심한 나머지 친구가 알려줘서 알게 되었다. 지금에라도 읽게 되어 다행이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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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극의 칼 - The Blad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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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이란 이렇게 쓸쓸하고 허무한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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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토끼들의 휴일 2 - 완결
단영 지음 / 뿔미디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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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로맨스를 읽어보자 마음먹은 적이 있다. 마음이 울적하여, 한번쯤 쉬는 마음으로 아무 생각없이 읽어도 좋을 그런 로맨스를 읽어보자고 책을 산 적이. 그 책을 끝내고는, 나는 그럴 수 없구나, 세상에 '아무 생각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남편이, 나의 마음 같을 때, 왈 '우석훈 시리즈를 읽고 있자니 너무 우울해서, 다음에 평이 대단하고, 게다가 19금이라길래 궁금해서' 샀단다. 그러고는, 내가 먼저 읽고, 나의 평가 때문에 아마도 남편은 읽지 않을 것이다.  

생각이 많은 여자는, 로맨스를 읽으면서 온갖 생각을 하고는, 아, 그래서, 사람들이 꽃남보는 여자들을 뭐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다시 돌아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보는 것은, 아슬아슬한 로리타 콤플렉스-여주는 작고, 나이는 먹을만큼 먹고도 완전 무지하며, 아기처럼 뽀얀피부를 가진, 아, 그러니까 계속 묘사가 미성년을 묘사하는 거 같았다는 거-, 부자는 착하고 품위있고 , 가난하면 염치없고 뻔뻔한-여주를 배신한 전 남친은 여주의 돈을 보고 애정없이 달려드는 허영심 가득한 가난뱅이- 캐릭터의 전형성, 오래된 부자-여주-는 고상하고, 졸부는 천박하고-여주의 친구라며 배신때리는 나쁜 여자-, 부자는 있지만 부자를 되게 하는 방식-남주는 M&A, 처분, 이런 행위를 하고, 이는 냉정한 결단력과 사업수완으로 묘사되지만, 그건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의 해고와 이직, 같은 것들을 포함하는 것이란 걸 모른 체하는- 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춘기 여학생이 활자로 보면서 상상 가능하도록 성행위의 묘사는 상세하고 진지하지만, 그렇다고 19금이라니 어이없다.

로맨스를 써보자고 마음먹었던 적이 있다.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랑이야기, 하나쯤 보태어도 흠은 아니지, 의기양양, 그래, 사랑에만 집중하여, 사랑만 하자고, 그러다가, 쉽지 않군 하였었다. 그리고, 여기 하나 더 기대를 저버리는 로맨스를 보고는 '로맨스'란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들을 언제 또 읽게 될 지 기약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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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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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쉽지 않다. 제목에 '자유롭다'라고 써놓고 나면, 얼마나 운신의 폭이 좁은지, 별볼일 없는 나의 다짐을 남기려고 읽은지 한참 지나, 서평을 쓴다. 나의 다짐이란 이런 것, 내가 만약 책을 쓴다면, '자유'라는 말을 앞머리에 달지는 않을 테야.  

자유는 사람들 마음마다 다 달라서, '촌에서는 못살아'를 입에 달고 있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는 나에게 '자유로운 사람'의 이미지는 타인의 시선따위 신경 안 쓰는 멋대가리 없고 수더분한 촌사람이다. 

그래서, 직업적 좌절을 겪고 늦은? 나이에 파리로 떠나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산다는 이 분이 내게는 그렇게 '자유로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나는 자유롭다'고 선언하지 못할 것이다.  

자유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그 사람들 마음에 다른 빛깔로 존재하는 무수한 자기만의 벽들을 초월하는 것이라서, 아무리 누군가 '나는 자유롭다'고 말해도 쉽사리 수긍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제목에 '자유'라는 말을 읽은 순간부터 이 책을 좋게 읽을 가능성이 절반쯤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가사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비용을 지불하고 가사노동을 제공받는 것에 대하여 나는 아직 입장을 정할 수 없었다. 내 입장은 목수정이기보다, 희완에 가깝겠지만, 또 모든 가정에서 결정권자는 여성이어야 한다,는 지극히 편파적인 태도에서 그게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하는 대신, 그 가정에 그 나름의 원칙을 세우시라,고 하고 말았다. 누군가의 삶, 그 삶에 대한 말,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그만큼 만족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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