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긍심 - 건강한 인간관계와 행복의 바탕
마릴린 소렌슨 지음, 진성록 옮김 / 부글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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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무 싫은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은 밥을 사도 싫고, 선물을 줘도 싫고, 말을 걸어도 싫어서,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식으로 감정을 낭비하는가 심난해져서, 이 책을 샀다.  그렇다. 초록불님의 블로그(orumi.egloos.com)에서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런 말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하고는 어울리지 말라"-그런 사람이란 자신의 자긍심을 갉아먹는 사람이다-. 나는 그 인용문을 읽는 순간, 나의 옹졸함, 나의 편협함, 나의 온갖 악덕들을 변명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을 사서 읽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그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 혹은, 나를 대하는 남편의 태도, 오히려 나랑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 말에 왜 화를 내는가. 나의 어떤 면을 그 말들이 자극하는 것일까. 나의 나에 대한 자긍심은 어떤 성분들로 구성된 것일까.   

"있잖아, 그 사람이 그런 의도가 있는 것처럼 내가 느꼈어도, 그 사람이 그게 아니라고 하면, 믿어야 하잖아.  그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내가 너는 그랬잖아,라고 인정하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내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니까, 남편은 그 사람과 자신이 같냐면서 나에게 화를 냈다. 이 때 남편은 나의 어떤 행동이 자신을 무시해서 그러는 거라면서 내가 아니라고 하니까, 계속 인정하라고 했다. 가까운 관계에서 생기는 오해는 상대가 그렇게 느꼈다고 해서, 모두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책 속에는 타인의 반응을 끊임없이 오해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훼손된 자긍심때문에, 그저 단순한 거절에도 영원한 절교를 상상하는 사람들, 그래서 인간관계를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이 오해하는 상황들이 나의 무엇 때문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말을 오해하는 남편과 동료의 말을 오해하는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 좀 더 단순해지기로 결심하였다.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상대를, 관계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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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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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한 여인, 미묘한 사랑의 감정, '바람의 화원'에서도, '커피프린스'에서도 익숙하다. 내년에는 이 책도 그런 드라마에 하나를 보탤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그 상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여성적 활동으로는 돈을 벌 수 없는, 글쓰고 책읽는 재주만 있는, 병약한 남동생을 가진 소녀가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 뿐이었다고 절대 동의한다. 내내 책만 베끼던 이 소녀가 자신의 학문의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도, 남성들만의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이루어진 약속들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 오히려 배포 큰 남자 중의 남자로 인식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시대의 공기를 잡아내는 묘사도 좋다. 당파들 간 적개심, 과거시험장의 풍경, 

이야기에 거의 완전히 속을 뻔했는데, 나는 장르로서의 로맨스에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비극을 바랄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엔딩은 좋지 않다. 지금까지 잘 속았는데, 마지막에 이게 다 꿈이었다는 걸 깨닫는 결말처럼 허무하였다. 그렇지, 이건 로맨스였어,라고 되뇌게 하는 결말. 로맨스로서는 전혀 나쁘지 않다. 그저, 내가, 아직, 로맨스의 세계관에 적응하지 못한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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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지옥

요며칠 이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아가씨를 부탁해,를 보면서,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 강혜나는 왜 서동찬이 자신의 집사가 되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자기 곁에 있었는지 모두 알았다. 그런데도, 마음이 그게 아니라, 기회를 준다고 에둘러 말하는데도, 서동찬은 그 기회를 날려버린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녀의 마음은 지옥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 말을 하고, 그런 의도를 가진 것이 무엇을 증명하는가. 서동찬은 그런 의도로 -강혜나를 꼬셔서 자기 빚 1억을 갚을- 그녀의 집사가 되어서는, 그녀가 이태윤변호사를 좋아하는 그 마음을 알고 이태윤변호사가 그녀 마음을 알도록 그녀를 거들어 주었고- 그 의도를 증명하려면 적어도 훼방을 놓았어야 한다-, 더 이상 그녀를 꼬실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 곁을 떠났으며, 그녀가 정말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시 돌아와서는 회사 안에서 그녀가 인정받도록 도와주고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말이나 의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행동'이다. 무엇을 했고, 어떻게 했는가만이 중요하다. 나에게 도움이 될 의도로 하는 모든 행동이 모두 다 고맙지 않은 것처럼, 그리고 그 행동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의도를 가졌다는 것은 아무 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런 의도를 공표했다는 것도 또한 아무 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 의도는 행동으로 증명되어야만 한다.  


언제부턴가 나는 속지 않거나, 이용당하지 않으려고 너무 애쓰지 않기로 했다. 사람은 서로 서로 어떤 방식으로 관계맺는다. 그건 표현하기에 따라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관계 안에서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다면, 타인의 의도를 알려고 애쓰는 것은 정말 아무 소용도 없다. 그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움직이려고 할 때, 그 마음이 정말 내 마음이라면, 그리고 상대가 나에게 행한 방식이 폭력이나 협박이나 어떤 부당한 게 아니라면, 왜 공연히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겠는가. 상대방의 의도라는 것도, 나와 관계맺는 과정에서 바뀔 수 있는 것, 계획과 실제는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오로지, 타인에 대한 판단은 '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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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 살인
보리스 아쿠닌 지음, 이형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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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서로 책을 살 때 알려주기로 했다. 택배비를 줄이자는 심산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살 때, 남편의 요청으로 들어온 시리즈물이다.  

아자젤의 음모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진행되는 에라스트 판도린의 첫번째 등장을 알리는 사건이고, 이건 두번째 사건으로 시점이 바뀌면서 진행된다. 나는 첫번째보다 이번 사건이 더 좋았다.  아자젤의 음모,가 비운의 단독자에 대한 이야기로 비장미 넘치는, 그러니까 영화로 치자면 본 아이덴티티 느낌인데, 내가 적을 거의 초반에 알아차려서 싱거웠다면, 리바이어던 살인,은 나일의 살인이나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연상시켰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리바이어던,이라는 여객선에서 범인을 추적한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배안에 있고, 한 테이블로 좁혀져 있다. 사건의 주요 배경이 고립된 운송수단이란 측면에서 나일의 살인, 이나 오리엔트 특급이 떠올랐다면, 그 살인사건의 동기나, 용의자의 면면에 대한 묘사라는 면에서 인디애나 존스가 떠올랐다. 분명히 주인이 있는 그 재물을 무력을 동원한 식민지의 지배자가 취할 수 있었던 시대, 그 시대상이 책 속에 묘사된다. 세계 어디를 가던 비자를 쓸 수 있는 시대에, 부족국가 왕의 어마어마한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인디애나 존스를 보는 것과도 같은 느낌. 많은 사회적인 배경들을 모른 척 쳐내고 나면 남는 소년의 로망같은 묘한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을 보내기 좋은 책이다. 지나간 시대의 가십들이 아귀가 맞도록 조합되어 있다. 내가 열광하거나, 경탄하는 종류는 아니지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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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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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해서 기대치가 높았다. 거금을 눈앞에 두고, 사람이 악해진다,는 개인적으로 영 동의하고 싶지 않은 줄거리란 걸 애초에 알고 시작하는 거니까, 문제는 그 과정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가, 더하기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였다.    

읽으면서, 내내, 나는, 왜 이 화자는 자신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는가 의아했다. 그리고, 또 왜 이토록 돈에 매여 있는가 생각하였다. 내가 생각한 원인은 미국의 문화, 돈을 대하는 문화적 방식이 주인공을 그런 식으로 자기합리화하면서 범죄를 저지르게 했다고 생각했다. 자기자신의 도덕성을 완전하게 믿는 태도, 그러면서도, 현재 삶에 대한 불만으로 들끓는 자기자신과 아내, 더하여 문화적으로 조장되는 물신주의.   

사실, 화자가 자신의 도덕성을 확신하는 것은, 상대적으로-다른 두 명의 공범에 비하여- 자신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그렇지만, 나는 절대반지를 거부하는 회색마법사 간달프의 태도로 내 자신을 믿지 못한다. 그래서 그의 태도가 의아했다. 그리고, 이런 지나친 확신을 경계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우리 문화 안에, '행복은 부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수많은 은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자의 가을걷이 볏가리 뒤에 웅크린 채 깔깔 대는 거지 모녀에 대한 묘사를 어린 날 내 어머니로부터 들었었다. 그것은, 반복되는 문화적 은유 속이 계속된다. 그래서, 화자가 점점 그 돈 자체를 포기하지 못하는 과정에 공감하지 못했다.

화자가 남성이면서 갖게 되는 여성에 대한 묘사에 또 의아했다. 노골적인 팜므 파탈은 아니지만, 오히려 더 나쁜, 구조 상 화자의 변명에 동원되는 그의 아내에 대한 묘사다.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남편의 손에 피를 묻히도록 하는 그의 아내는 많은 이야기 속에서 참으로 흔하고 매번 나의 미움을 산다. 그만큼은 화자에게 설득당한 거다.

그리고, 이야기 말미에 붙은 해설을 읽으면서, 나는, 그 해설에 내 자신이 떠올라서 두려웠다. 해설에서 말하는 원인은 내가 생각한 원인과 달랐다. 그 속에서 주인공이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은 '친구없이 가족 내에 고립된 삶'과 '지나친 가족주의'였다. 화자가 이야기 속에서 잠깐 언급하지만, 도대체 친구란 어떤 존재이길래라는 게 나의 의문. 친구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친구란 어떤 존재란 말인가. 그런 걸 원인이라고 떡하니 명시하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해설이 이상하다고 말해버리고 말테다.

번역의 문제로 냉소적인 원작의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다고, 그래서, 화자의 성격이 많이 사라졌다는 리뷰를 봤다. 아마도 그래서 내가 수긍하지 못하는 게 있는 거라고, 그래서 그만큼 재미도 덜했던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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