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간만에 만난 사람과 '인생은 재수(운)가 반 이상인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어두운 이야기들에 이입하지 못한다. 

그래서, 오스카르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임미와 욘니의 악행을 또 이해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톰미의 행동을 이해하지만 또 이해하지 못한다. 엘리를 숭배하는 그 남자는 이름조차 지운다.

그래서, 이 이야기 속에서 가장 공감한 사람은 바르기니아다.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있을 수 없는 사람, 그래서, 햇빛 속에 불타버리기를 결심하는 사람.   

이야기는 춥고, 차다. 흡혈귀,라는 존재는 영원히 외로운 존재라는 걸, 알겠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영원의 시간, 타인의 생명을 댓가로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야 하는 존재. 그런데도, 나는 변명을 들어줄 자세가 안 된다. 나는 차라리 불에 타버리겠다,고 생존의 문제를 쉽게 말한다. 엘리가 피를 사는 대목에서 나는, 그럴 수 있다면 왜 죽인 거야,라고 심지어 질문한다. 영원한 생명 때문에, 그런 교환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알 법도 한데, 영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피하고 외면하고, 등돌릴 것이다.

읽다가 어느 순간, 이 책들의 날짜와 요일이 올해와 일치한다는 생각을 했다. 11월 13일의 금요일로 끝나는 이 책의 순간들이 올해 2009년의 달력과 요일이 같았다. 아, 신기한 기분. 80년대 스웨덴의 찬 날씨가 그대로, 2009년 여기서 재현되는 그런 기분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신우 무섭다.
신우는 답없는 사랑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쓰이기는 하지만, 사랑을 받기에는 무언가 행동이 모자란다. 자기를 안 보는 사람을 사랑하는 건 분명히 고백을 한 번도 안했지만, 백번은 차인 기분이 들겠지만, 그냥 친절과 사랑에서 나오는 친절을 정말 구분할 수 있나. 그 사람이 자기를 안 보고 있다는 걸 안다면, 벌써 바람맞혀 마음이 상했어도 늦게라도 놀이공원에 가야 한다. 그 사람이 자기를 안 본다는 것도 알면서, 자기 기분에 빠져서-슬프기야 하지만, 자기를 바라보지 않는 사람의 사랑을 얻으려는 2인자는 그러면 안 된다- '피곤하다'면서 거절하다니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뒤돌아 뛰어가는 미남이를 따라가 잡아야 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한다.
미남이는 기본적으로 사랑과 친절이 가득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다. 신우의 친절이나 제르미의 친절이 자신을 사랑해서라고 판단할 이유는 별로 없다. 미남이도 그렇게 누군가를 도울 사람이기 때문에-황태경을 위로하고, 돕고, 댓가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돌이켜 다른 사람의 친절을 자신이 특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걸, 나는 훌륭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남녀관계에서 온갖 친절을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도끼병'이지 않나.
그런데, 신우는 에둘러 말하면서 알아차리기를 바라고, 그러면서 상처받는다. 어제 겨우 고백이란 걸 하긴 했는데, 것도 참 어리석은 것이 상대가 다른 사람을 본다는 걸 알면서, 분명한 대답을 원했다는 것이다. 이제 완전히 차인 것이다. 그런 에두른 고백은 알아차려도 아는 척 할 수 없고-어쩔 것인가, 이미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런 고백을 아는 척 해서 돌아오는 것은 거절당하기를 두려워하는 남자의 부인 뿐이지 않을까-, 한 번의 확실한 대답은 애초에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찌될 지 알기 때문이겠지만, 말하는 걸 계속 미룸으로써, 결국 기회를 날려버리는 극소심 연애초보남을 보는 것은 안타깝기는 하지만 뭐 별수 없다.(091119)
(정말 모든 캐릭터를 다 좋아했는데, 왜 이런 글이나 쓰는 것일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overjinny 2009-12-0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란걸 알아서 접고 싶은데.. 안되는 거지..

<미남이시네요>의 노래에 있자나..
하루에 수천번씩 이별을 하는데도 안된다고.. 어떡하냐고..

신우는 태경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끝까지 간건 아닐까? 나의 사랑은 자존심도 없다. 너는 여기까지 올수 있나??

별족 2009-12-03 11:18   좋아요 0 | URL
사실, 신우에 대한 말이 아니라, 미남이에 대해 말한 것이지. 미남이가 둔해서,가 아니라, 미남이의 태도는 훌륭한 태도고, 신우는 미남이에게 좀 더 분명했어야 한다는.

진영이 2009-12-0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
사실...나는 미남이가 알았다고 해도 말하지 않는 사람에게 머라고 할수 없었을꺼라고 생각해.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건.
오해하고 있다는 것 뿐이지 않은가?

별족 2009-12-03 13:30   좋아요 0 | URL
그렇지, 도끼병,이란 게 나의 생각^^;;;
 
지나 데이비스의 앤지 - Angi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보고 있으면 심난한 여자주인공에 마음도 가고, 이해도 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루의 불행학 특강 - 세 번의 죽음과 서른 여섯 권의 책
마리샤 페슬 지음, 이미선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850쪽 가까이 되는 책에서 미스터리라고 할만한 사건이 500쪽이 다 되어야 등장한다. 500쪽에서 등장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책속의 이야기는 너무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로 치자면, 앞 500쪽의 이야기는 -아, 책 속의 챕터를 가르는 책들을 몰랐던 것처럼, 나는 끌어다 댈 영화들도 얄팍하기 그지없다- '헤더스'나 '크래프트'-이건 영화소개프로에서만 본 듯, 전학온 여학생이 마녀그룹의 일원이 되어 얽히는 이야기-같았다면-그러니까 전학온 고등학생이 어떤 비밀서클에 얽혀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 뒤 350쪽은 '바더 마인호프'-내가 직접 보지도 않고, 친구가 전한 줄거리만 알면서 쓰는 게 좀 그렇군, 그러니까, 잘 드러나지 않는 역사로서의 어떤 것, 일본의 적군파나, 뭐 그런-같았다. 그런데, 두 이야기의 연결은 너무 헐겁다. 전편의 주연이 후편에서는 사라져버리는 느낌이었다. 전체가 놀랍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면 또 달랐을 텐데, 그렇게 놀라운 연결을 만들기에 고등학생인 시기는 너무 짧고, 나는 그룹의 아이들이 이 이야기에서 하는 역할을 잘 모르겠다.    

각각의 장은 책들 제목으로 쪼개졌는데, 책들은 내가 제목만 겨우 주워섬긴 것이거나, 제목도 들은 적 없는 것이라서, 알고 있던 책들을 통해 연결되는 놀라운 느낌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이건 나의 얕은 독서를 탓해야 하는 것인가 싶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름을 단 한 권의 책인데 재미있으려면 다른 책을 꼭 읽었어야 한다면, 그건 책으로써는 실패한 게 아닐까. 모르더라도 재미는 별 네 개정도는 되고, 안다면, 별 다섯이 부족한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솔직히 책을 주욱 읽을 수 없어서 무언가 놓치는 게 있을 수도 있겠다. 얼마나 오래 읽었는지 모르겠다. 수첩에는 책이 끝나는 날만 저자와 함께 기록하는 중이라서, 알 수가 없다. 놓치는 게 많았더라도, 그래도 다시 읽어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아, 나도 쓸데없이 생각이 많기는 하지만, 별 거에 다 주석을 달아 출처를 밝히는 고삐리 천재소녀의 글을 읽는 건 괴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가의 반어법 지식여행자 4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다른 사람의 삶이 궁금해서 혼자 소설을 쓸 때가 있다. 그 속에서 나의 아버지는 독재에 항거해, 신문사를 그만 둔, 이리 저리 직업을 전전해야만 하던, 굉장히 잘 생긴 젊은 남자고, 엄마는 초등동창인 남자의 잘생긴 외모에 혹해, 이름을 위장하고 펜팔을 하던 젊은 여자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이야기가 한권의 책이 될 때까지 열심히 추적해 소설을 쓰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는 소설을 썼다.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이 아닌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자신의 어린 날 만난 멋진 무용선생님의 삶을 다른 어떤 날 추적해가는 이야기. 자신이 만났던 그 사람이 정말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제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할 만큼 자라서 알아가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추억을 되짚고, 아픈 역사를 되짚는 이야기다.   

저자는 어린 시절을 냉전시대 체코의 소비에트 학교를 다닌 일본인이다. 그 학교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지나치게 훌륭한 무용선생님이 올가,이고, 그 선생님이 구사하는 언어습관이 칭찬을 가장한 비난으로의 반어법이다. 올가는 완벽한 무용선생님이다. 작가가 무용수의 꿈을 꾸게 할 만큼 공연으로써의 무용을 통해 다른 세상을 열어보일 수 있는 그런 선생님. 그래서, 저자는 궁금했던 거다. 나이를 알 수 없는 이 탁월한 무용수가 어째서,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선생님이 되었는지. 무용수의 꿈을 접고 번역가의 삶을 살면서 중년에 접어든 작가는 이제 지구 상에 사라진 소비에트가 아니라, 러시아에서 오래된 소비에트 학교의 기록들을 보면서, 친구를 만나고 이야기를 만난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나의 기이한 호기심에 놀란다. 어이없는 권력을 가지고, 거리를 걷던 어떤 소녀라도, 자기 집 침대 위에 부려놓는 권력자 남성에 대한 이야기나, 스파이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수용소에 감금된 여성들에게 자행된 폭력의 열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중학생일때, 아니 고등학생일때 교실을 돌던 마루타에 대한 이야기처럼, 기이하게 나의 호기심을 끌어당겼다. 그건 악취미라고, 그건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눈이 가는 이상한 상태. 도대체, 인간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지 놀라면서 궁금해지는 상태. 집중된 권력에 대해 생각한다. 일말의 동경을 품은 소비에트에서 탈출한 무용수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상상 그 이상의 악행들을 벌이는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나도 신기해서 두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