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우 무섭다.
신우는 답없는 사랑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쓰이기는 하지만, 사랑을 받기에는 무언가 행동이 모자란다. 자기를 안 보는 사람을 사랑하는 건 분명히 고백을 한 번도 안했지만, 백번은 차인 기분이 들겠지만, 그냥 친절과 사랑에서 나오는 친절을 정말 구분할 수 있나. 그 사람이 자기를 안 보고 있다는 걸 안다면, 벌써 바람맞혀 마음이 상했어도 늦게라도 놀이공원에 가야 한다. 그 사람이 자기를 안 본다는 것도 알면서, 자기 기분에 빠져서-슬프기야 하지만, 자기를 바라보지 않는 사람의 사랑을 얻으려는 2인자는 그러면 안 된다- '피곤하다'면서 거절하다니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뒤돌아 뛰어가는 미남이를 따라가 잡아야 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한다.
미남이는 기본적으로 사랑과 친절이 가득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다. 신우의 친절이나 제르미의 친절이 자신을 사랑해서라고 판단할 이유는 별로 없다. 미남이도 그렇게 누군가를 도울 사람이기 때문에-황태경을 위로하고, 돕고, 댓가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돌이켜 다른 사람의 친절을 자신이 특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걸, 나는 훌륭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남녀관계에서 온갖 친절을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도끼병'이지 않나.
그런데, 신우는 에둘러 말하면서 알아차리기를 바라고, 그러면서 상처받는다. 어제 겨우 고백이란 걸 하긴 했는데, 것도 참 어리석은 것이 상대가 다른 사람을 본다는 걸 알면서, 분명한 대답을 원했다는 것이다. 이제 완전히 차인 것이다. 그런 에두른 고백은 알아차려도 아는 척 할 수 없고-어쩔 것인가, 이미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런 고백을 아는 척 해서 돌아오는 것은 거절당하기를 두려워하는 남자의 부인 뿐이지 않을까-, 한 번의 확실한 대답은 애초에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찌될 지 알기 때문이겠지만, 말하는 걸 계속 미룸으로써, 결국 기회를 날려버리는 극소심 연애초보남을 보는 것은 안타깝기는 하지만 뭐 별수 없다.(091119)
(정말 모든 캐릭터를 다 좋아했는데, 왜 이런 글이나 쓰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