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쾌인쾌사
이수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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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조선을 만나다.
야사의 재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역사를 만나는 데 있다.
대중역사서에서 꽤나 알려진 작가인 저자는 
그동안 정사가 아닌 야사를 주로 다뤄왔다.
역사의 기록에 전혀 등장하지 못하는 여인들을 비롯하여
정사의 기록에서 만나왔던 경건하고 틀에 박힌 역사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처럼 웃고 즐기고 까불고 객기를 부리는 생생한 역사를 다뤄왔다.
이 책 또한 저자의 그런 새로운 역사서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가 그리고 있는 조선의 역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조선이다.
그리고 그런 역사는, 그런 조선의 민중은 생생하게 책 속에서 살아난다.

'쾌'인들의 '쾌'사, '쾌'담, '쾌'시
유쾌, 상쾌, 통쾌하다고 말할 때 흔히 쓰이는 '쾌'라는 글자.
조선의 역사를 통해 시대와 시류에 휩쓸린 벼슬아치들을 통쾌하게 조롱하였고
자신의 답답한 상황에 비관하지 않고 유쾌하게 세상을 즐겼던
그런 쾌인들의 이야기가 책 한권에 가득 차 있다.
정사에서는 다룰 수 조차 없었던 자유롭고 상상을 초월하는 조상들의 성적유희 또한 가득차다.
정사에 나오지 않았던 인물들의 수많은 일화들이 '쾌'라는 하나의 주제로 역여져 있다.
정사에 나왔던 인물들이라도 정사에서는 안보여지던 모습들을 통해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역사상에서 그들이 그려놓은 치적에 대한 평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책에서 그려지는 그들의 솔직한 모습은 답답한 현실에서 작은 웃음을 준다.

박장대소 하지 못한 아쉬움. 어디선가 들은 듯 한 이야기.
저자는 조선의 야사에서 박장대소 했다는 이야기들을 골라서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서 그런지 나와의 웃음의 코드가 달라서 그런지 한번도 박장대소를 하지 못했다.
통쾌한 이야기들은 많이 공감할 수 있었으나 기대만큼 웃음은 얻지 못했다.
하긴 그 시대에는 분명히 이 이야기들은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야사를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이야기들이 몇개는 들어본 듯 하고 기시감이 생긴다.
아무리 재미있었다고 하더라도 같은 이야기는 여러번 본다면 재미가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짧은 것이란 것도 아쉽다.
물론 야사의 기록이 짧았다 하더라도 작가의 상상력이 좀 더 가미되었다면 더 좋았을 듯 하다.

접하기 힘들었던 조선시대 한시들의 새로운 발견
조선사 수많은 쾌인들은 시를 통해서 세상을 조롱하고 촌철살인의 명시들을 남겼다.
그래서 이 책에는 수많은 한시들이 등장한다.
그런 한시들은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것이었고 그래서 이 책의 한시들이 반가웠다.
또한 그 한시들이 감추고 있던 사연들을 함께하다 보니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세상이 힘들고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에게
이 책을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통쾌함을 느낄 수 있고
키득키득 웃음을 짓게 해주었기에 이 책은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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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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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기>
수피즘 철학에 따르면, 벗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은
행복을 얻는 방법 중에서도 의뜸가는 것에 속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위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앉아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서로를 바라보아도 되고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같이 있으면 기분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더 이상 마음을 쓰거나 떠벌릴 필요도 없다.
그저 말없이 함께 있음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 P. 222 ~ 223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을 읽다보면 그의 무한한 상상력과
그 끝을 알 수 없는 방대한 지식에 기가 질리게 마련이다.
그 상상력과 지식을 버무리는 그의 글 솜씨는 하늘이 내려 준 재능이라 할지라도
그가 가진 상상력과 방대한 지식이 너무 부러웠다.
<나무>라는 단편집을 통해 그의 무한한 상상력의 일단을 옅볼 수 있었다고 한다면
이 책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그의 방대한 지식의 일면을 옅볼 수 있는 책이다.

그의 대표작인 <개미> 시리즈를 통해 소개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내 기억으로는 총 4권이다.
소설의 중간중간에 끼어져 있는 단편적인 지식들은 소설을 풀어나가는 열쇠를 제공한다.
이 책은 그 단편적인 지식들을 하나로 모아놓은 것이다.
소설속 백과사전의 작가인 에드몽웰즈는 실존하지 않지만 백과사전은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지식들을 만나면서 즐거운 지식의 만찬을 즐겼다.
나름대로 많은 분야에 많은 지식을 얄팍하게라도 알고있다고 자부하던 나 자신이 초라해 졌다.
과학부 기자 출신의 작가의 이력을 그대로 보여주듯 과학적 지식이 많은 부분을 이루고
종교적, 철학적, 예술적, 음악적, 등등 방대한 부분에 걸쳐 수많은 지식을 나열한 책.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지만 거짓은 아닌 지식들.
그래서 책에 나열된 지식들에 개인의 경험적, 문화적 배경을 합쳐서 생각했을 때
그 개인들에게는 절대적인 지식으로 기억될 수 있는 그런 지식들.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스스로 판단할 여지를 남겨주는 백과사전.
읽는 기간 내내 지식의 바다에 빠져 신나게 헤엄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는 책.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니고 지식의 나열이다 보니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지식들을 자신의 경험이나 자신의 문화권에 비쳐 생각하다 보면
그런 지루함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책이다.

베르나르베르베르는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상상력을 옅볼 수 있었던 <나무>에 이어 
그의 방대한 지식의 한 켠을 공유할 수 있었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그에게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간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았었다.
다음번에 그의 작품을 읽을 때 이 책에서 나왔던 지식들을 만나게 된다면
기억에서 잊혀진 친구를 만난 것 처럼 기분좋은 느낌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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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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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어느 빈민가 생선가게에서 그르누이는 태어난다.
태어나자 마자 생선창자들 사이에 버려진 그는 
스스로의 울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의 어머니는 아동학대의 죄목으로 처형을 당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였든 아니든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 
죽음을 안기며 시작된 그의 인생.
유급 유모와 수도원과 다시 유급 유모의 손을 거친 어린시절.
사람들은 냄새가 없는 그를 멀리하고 학대하지만 
그르누이는 매서운 겨울을 견디어내는 누에처럼 몸을 웅크리며 살아남는다.
자신이 가지지는 못했으나 향기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그는
향수 장인의 도제가 되어 향수제조의 방법들을 배우게 되고
그 배움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을 잉태하게 된다.

워낙에 유명한 책이었고 이미 영화로도 개봉했던 베스트 셀러.
내용의 끔찍함과는 전혀 다른 이쁜 책표지가 나의 주목을 끌었지만
어찌 된 것인지 결국 내가 구입하지 못했던 책인데
서울 국제도서전에 갔더닌 중고로 4000원. 바로 구입해 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강한 흡입력을 가진 책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향수의 세계를 끌어낸 작가의 참신한 아이디어.
수많은 공부의 흔적이 보이는 다양한 지식들의 향연과
그 무엇보다 독자들로 하여금 잠시도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들었던 이야기까지.
이 작가의 책이라고는 '좀머씨 이야기' 밖에 읽은 적이 없지만 그의 문체가 너무 마음에 든다.
결코 과장하거나 흥분하지 않은 채로 객관적인 서술로 이루어진 담담한 문체이지만
그 소박하고 담담한 문체로 이루어진 이야기의 내용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뒷 부분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그의 스토리텔링은 뛰어나다는 말로 부족하다.
중간 중간 다소 난해한 이야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는 책이다.

인간의 향기를 지니지 못한 한 인간이
인간의 향기를 찾아나선 기나긴 여정.
결국 자신의 만든 인간의 향기가 진정한 인간의 향기가 아님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불쌍한 한 인간의 슬픈 이야기이다.
잔혹한 동화같은 이야기이고 지독한 살인만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대한 인간성에 대한 탐구는 소설을 가벼운 이야기에 머물지 않게 한다.
그르누이가 평생 찾아 해메였던 인간의 향기는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나타내는 것 같다.
인간 세상에서 풍기는 냄새들을 지독한 악취로 느끼게 되는 것은
이미 우리 모두가 본래의 순박함과 따뜻함은 잃어버린 채
서로가 서로를 이기려고 경쟁하고 서로를 이용할 기회를 찾아 헤매고
그러면서 우리도 모르게 우리 몸속에 배이게 된 오염된 인간의 냄새이기 때문이다.
그르누이가 소녀에서 여인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여자들만 죽인 이유도
소녀에서 여인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이 인간의 순수한 본성이 최고로 달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순수한 인간성들로 만들어 낸 긍극의 향수는 결국 모두를 아담과 이브의 시절로 돌려 보냈다.
물론 그 광란의 끝에 인간은 다시 스스로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말았지만.

인간의 냄새를 가지지 않은 그르누이의 모습은 오늘날 흔히 말하는 '사이코 패스'를 닮아있다.
도덕적 개념이나 죄책감은 전혀 없이 인간을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는 사이코 패스.
어쩌면 그들 또한 그르누이처럼 인간의 냄새를 지니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그 자신을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동물의 세계에서 새끼의 몸에서 인간의 냄새가 나면 스스로 물어 죽여버리는 것처럼
그들도 자신이 가지지 못한 냄샐르 지닌 인간을 물어 죽이는 것은 아닐까?

단순한 이야기로 읽어 넘기기에는 남는 게 많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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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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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좀머씨
좀머씨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그의 과거, 현재는 물론이고 그의 친척에 대해서도, 심지어는 정확한 이름조차 모른다.
매일 매일 수십 Km를 걸어다니는 그를 마주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치 일종의 장식처럼 느껴지는 존재.
그가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 것인지, 왜 그렇게 걸어가는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니, 아무도 알려고 들지 않는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다.
좀머씨 또한 누구의 관심도 원하지 않는다.
그저 그가 걸어가는 대로 그대로 내버려 두기만을 바랄 뿐.
폭풍우치는 날에 그에게 전하는 따뜻한 도움의 손길마저
'제발 날 내버려 두라'는 뚜렷한 말로 거절하고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다.
그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걸어가는 것만 바랄 뿐.
그러나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혼자 빵을 허겁지겁 삼키며 토해내는 한숨에서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는 그래서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그의 진한 아픔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런 아픔은 한 소년의 삶을 구하게 된다. 그가 의도했던 아니었든....

작가 본인과 너무 닮은 좀머씨
<향수>라는 단 하나의 작품으로 세상의 모든 이들을 경악하게 하고 열광하게 만든 작가.
그러나 어떠한 문학상도 거부하고 세상과의 소통도 거부하며
'제발 나 좀 이대로 내버려 달라'고 외치는 듯 행동하는 작가의 모습과 좀머씨는 너무도 닮아있다.
'당신들이 상을 준다고 해도 나는 하나도 기쁘지 않소'
'나는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 뿐이요. 당신들이 그 글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난 상관없소'
'당신들이 나를 둘러싸고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는 것을 난 원하지 않소'
자신의 생각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원하는 대부분의 다른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작가.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주입시키려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 어떻냐고 하는 물음도 없는 작가.
글을 통해서만 말하고 대답을 신경쓰지 않는 그런 작가.
그러니 우리는 그런 작가를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그의 작품을 보다 많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작가의 작품이 좋다고 해서 꼭 그 작가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냥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 그의 글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어쩌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세상에 그런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 것은 아닐까?

소년의 눈을 통해 본 세상...그리고 소년의 성장통
주인공 또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좀머씨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알려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는 좀머씨의 숨기고 싶은 아픔을 본의 아니게 옅보게 되었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좀머씨의 마지막 모습을 역시 본의 아니게 옅보게 된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그 다른 모습이 그의 삶을 구했고 그 보답으로 그는 좀머씨의 마지막을 숨겼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좀머씨의 삶에 대해 쉽게 잊어버리게 되고 좀머씨를 기억하지 않겠지만
주인공만은, 세상의 딱 한사람 주인공만은 좀머씨를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작은 아픔이 밴 첫사랑과 세상에 대한 염증으로 생긴 방황을 딛고 일어설 기회는 좀머씨가 준 것이니까.
소년의 아픈 성장통 속에 좀머씨가 있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좀머씨 자신도 모르겠지만
세상은 결국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그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소년의 성장통 또한 혼자서 견디고 이겨낸 것이 아니라 타인의 도움을 통해 이겨낸 것이다.

작가는 소란스럽고 어지러운 세상의 관심이 꼭 좋은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소통의 단절처럼 보이는 좀머씨의 모습이 오히려 새로운 소통의 방법임을 말하고 있다.
세상엔 서로 대화를 통한 소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방송'처럼 일방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소통 또한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런 방식의 소통을 원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작가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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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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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찾아 떠난 양치기의 이야기
세상을 여행하고 싶어서 신학교를 나와 양치기가 된 산티아고.
어느 마을의 상의의 딸을 마음에 품게되면서 정착을 하고자 한다.
버려진 수도원에서 하루밤을 머물게 된 그는 꿈을 꾼다.
두번째로 꾸는 같은 내용을 보여주는 꿈.
다음날 마을에 들른 그는 해몽을 잘하는 집시 노파를 찾아가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그는 상상도 하지 못한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삶에 여정에 흩어진 표지를 따라가라 !
양치기 산티아고가 떠나는 여정을 지켜보면
그가 따라 나선 건 신의 계시나 운명의 가르침이 아니었다.
신은 우리의 인생의 여정 곳곳에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표지를 흩어 놓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표지들을 그냥 지나쳐 버린다.
신의 계시를 무시하거나 그 표지들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이 알려주는 그런 표지들의 의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놓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우리의 인생의 표지를 알려주고 일깨워 주지만
우리는 그런 마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런 사이 마음은 자신의 역할에 회의를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거리를 두게되고 인생의 표지를 잃고 표류하게 된다.
작가는 이제라도 자신의 마음이 가르치는 그런 표지들을 따라가라고 유혹한다.

인생을 보물로 만드는 연금술.
기껏해야 하찮은 양치기의 삶으로 바칠 수 있었던 산티아고의 삶.
그러나 그는 우연히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그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과 모험을 통해 그의 인생은 찬란함 빛을 발하게 된다.
단순히 보물을 찾아나선 이야기와 그 보상으로 받은 보물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의 꿈을 잃지 않고 신이 뿌려놓은 인생의 표지를 따라가는 과정을 통해
그의 삶 자체가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었고 삶이 스스로 빛나게 되었다.
이런 저런 핑계로 너무도 젊은 시절에 잃어버리고 마음속에 묻어두게 되는 꿈.
작가는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리는 우리의 삶에 용기를 준다.
아... 내가 20대 청년이었을 때 이 책을 만나지 못한 것이 얼마나 아쉬운 것인가?
이제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의무감에 발목이 잡혀있는데....

처음 만나는 파울로 코엘료. 그에게 반하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코엘료의 글을 읽고 열광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처음으로 접하는 그의 책이다.
그것도 이미 출간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책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서 사람들의 열광의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잔잔하고 편안한 글 속에 담긴 지극히 철학적인 이야기들.
그러나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어린 날의 동화같이 재미있게 써내려간 이야기.
주제 사라마구의 글들이 이해하기 힘든 어지러움 속에서 깨달음을 얻게 한다면
그의 글들은 가볍고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심오한 진실을 전한다고 할까?
쉽게 빠져들어 쉽게 읽어내려가지만 다 일고난 후 한참동안 움직일 수 없었던 책.
내가 모르던 또 한명의 작가를 만나게 된 느낌이다. 어느새 그에게 반하게 된다.

내 아들에게 꼭 한번 권하고 싶은 책.
책을 읽는다는 것에 나이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판타지를 읽을 수 있고 결혼을 해도 연애소설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책이 대상으로 삼는 독자층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책 또한 삶을 대하는 보편적인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대상은 삶의 새로운 장을 펼치기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이다.
이제 막 꿈을 펼치기 시작하는 이들,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버거운 장벽에 마주치게 된 이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꼭 한번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렇기에 내 아들에게도 꼭 한번 전하고 싶은 책이다.
아직은 어린 내 아들이지만 조금 더 커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할 때
그 초입에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삶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책이기에....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똑같을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 P. 55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 P. 73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만일 내가 싸워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남들처럼 싸우다 미련 없이 죽을 거요.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 P. 144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 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 P.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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