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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함께 있기>
수피즘 철학에 따르면, 벗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은
행복을 얻는 방법 중에서도 의뜸가는 것에 속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위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앉아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서로를 바라보아도 되고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같이 있으면 기분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더 이상 마음을 쓰거나 떠벌릴 필요도 없다.
그저 말없이 함께 있음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 P. 222 ~ 223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을 읽다보면 그의 무한한 상상력과
그 끝을 알 수 없는 방대한 지식에 기가 질리게 마련이다.
그 상상력과 지식을 버무리는 그의 글 솜씨는 하늘이 내려 준 재능이라 할지라도
그가 가진 상상력과 방대한 지식이 너무 부러웠다.
<나무>라는 단편집을 통해 그의 무한한 상상력의 일단을 옅볼 수 있었다고 한다면
이 책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그의 방대한 지식의 일면을 옅볼 수 있는 책이다.
그의 대표작인 <개미> 시리즈를 통해 소개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내 기억으로는 총 4권이다.
소설의 중간중간에 끼어져 있는 단편적인 지식들은 소설을 풀어나가는 열쇠를 제공한다.
이 책은 그 단편적인 지식들을 하나로 모아놓은 것이다.
소설속 백과사전의 작가인 에드몽웰즈는 실존하지 않지만 백과사전은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지식들을 만나면서 즐거운 지식의 만찬을 즐겼다.
나름대로 많은 분야에 많은 지식을 얄팍하게라도 알고있다고 자부하던 나 자신이 초라해 졌다.
과학부 기자 출신의 작가의 이력을 그대로 보여주듯 과학적 지식이 많은 부분을 이루고
종교적, 철학적, 예술적, 음악적, 등등 방대한 부분에 걸쳐 수많은 지식을 나열한 책.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지만 거짓은 아닌 지식들.
그래서 책에 나열된 지식들에 개인의 경험적, 문화적 배경을 합쳐서 생각했을 때
그 개인들에게는 절대적인 지식으로 기억될 수 있는 그런 지식들.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스스로 판단할 여지를 남겨주는 백과사전.
읽는 기간 내내 지식의 바다에 빠져 신나게 헤엄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는 책.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니고 지식의 나열이다 보니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지식들을 자신의 경험이나 자신의 문화권에 비쳐 생각하다 보면
그런 지루함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책이다.
베르나르베르베르는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상상력을 옅볼 수 있었던 <나무>에 이어
그의 방대한 지식의 한 켠을 공유할 수 있었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그에게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간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았었다.
다음번에 그의 작품을 읽을 때 이 책에서 나왔던 지식들을 만나게 된다면
기억에서 잊혀진 친구를 만난 것 처럼 기분좋은 느낌이 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