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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대군 - 길에서 길을 묻다
이정근 지음 / 청년정신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학교에서 계유정난을 배울 때는 그저 그런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으로만 알았다.
나이가 들어 역사에 대한 나름의 시각을 가지고 조선의 역사를 살펴보게 되었을 때
조선이라는 나라를 특권층의 권력욕에 휘둘리는 허약한 나라로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
바로 수양대군과 한명회의 권력욕이 빚은 계유정난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선의 건국 초기 이성계의 우유부단과 정도전의 야망이 어우러지며 불거진 왕자의 난.
건국과정의 추축이 되었던 태종의 승리로 조선은 초기 굳건한 왕권을 확립할 수 있었고
그것이 그대로 세종의 치세로 이어져 조선의 국운이 힘차게 뻗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수양의 계유정난으로 인해 조선은 공신이라는 특권층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들이 그대로 훈구파와 사림의 대결, 4색 당파, 노론과 소론의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조선의 왕권을 점점 약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결국 허약한 나라로 만들어 버렸다.
그 시초가 바로 수양과 한명회의 계유정난이었기에 난 결코 세조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책은 수양과 한명회의 계유정난 전 후의 사정을 실록에서 발췌하여 소설 형식으로 엮었다.
엄청난 기록양에 눌려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왕조시록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씀으로써
일반인도 쉽게 그 시대의 상황과 계유정난이 역사에서 담당한 역할에 대해 알 수 있게 해 준다.
기존의 역사소설과 다르게 실록의 기록을 근거로 사실만을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그러면서 일반인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대화체를 많이 사용하고 어려운 용어들을 피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계유정난의 문제점과 그것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실록이라는 것이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수양에 대한 평가가 후할 수 밖에 없다.
수양이 중국에 사은사로 가면서 대륙을 보며 고구려 선조들의 기상을 회고 했다는 장면이나
양평대군이 군사를 길러 김종서, 황보인 등과 함께 왕좌를 차지하려 했다는 부분은
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사실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진위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기록들 마저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쓴 책이다 보니 수양에게 다소 유리한 논리를 펴고 있다.
수양이 권력욕에 의해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한 것이 아니라 한명회 등의 계략이라고 말하는 부분,
처음부터 단종을 죽이려 하지 않고 상왕으로 두고자 했고 귀양도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는 부분 등은
실록의 기록을 사실로 간주하는 것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수양의 진실에 대해서도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겨진 실록의 기록이 수양의 의도에 따라 왜곡된 것이라면
우리는 결국 수양의 의도에 따른 역사를 배울 뿐 그의 진실에 대해서는 절대로 알 수 없게 된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가? 대선을 앞두고 역사는 곧 정치임을 알 수 있다.
명백히 쿠데타로 기록되어 있는 5.16마저 부정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5.16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또 다시 역사에 기록된다면 우리 후손들은 그 진실을 알 수 있을까?
성공한 쿠데타는 혁명이라는 논리가 먹히면 그 사회는 결코 발전할 수 없음을 다시 깨달아야 한다.
이미 그런 논리가 먹혀들었던 조선의 역사, 계유정난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