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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평점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작가를 좋아하지만 사실 [빅 피쳐] 이후에 [위험한 관계]까지는 좋았으나 [모멘토]는 다소 아쉬웠다. 그런데 [파리 5구의 여인]을 읽으면서 다시 좋아졌다. 소설적 재미가 더 늘었다고 할까? 그래서 그의 신작 [템테이션]은 꼭 읽고 싶었던 책의 목록에 들어가 있었다. 별 주저함이 없이 선택한 소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11년간 무명작가로 살아가던 '데이비드 아미티지'에게 어느날 느닷없이 성공이 찾아온다. 무명작가에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시트콤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헐리우드에 입성한다. 한 번 시작된 성공을 다른 성공을 낳고 한 번의 성공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계속 성공을 쫒게된다. 그러는 가운데 어김없이 수많은 유혹이 들어오고 결국 그는 함께 고생한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정착한다. 그런 그에게 억만장자 필립이 위험한 제안을 한다. 이성적으로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헐리우드에 만연한 성공을 위한 처세에 물든 그는 결국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의 성공이 최고점에 다다른 그 순간 사소한 문제 하나로 그의 갑작스런 몰락이 시작된다. 바닥에서 정상으로 그리고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그의 인생의 이야기 속에 위험하고 냉정한 약육강식의 법칙이 숨겨져 있다. 과연 그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작가는 우선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목표지점이 있고 그 지점에 도착했을 때 성공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리가 원하던 목표지점에 도달하면 우리는 우리의 성공을 자축하며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을까? 소설에서 주인공 데이비드는 한 번의 성공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속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보다 큰 성공을 쫓아 끊임없이 일에 매여 살게 되는 그의 삶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가 아내를 버리고 선택한 샐리의 삶도 세상의 시선에서 보면 성공이지만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작가는 성공이란 자기만족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다 큰 성공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고 자신이 원했던 자리에 멈출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 하나의 커다란 주제는 흔히들 '유혹'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이 실패를 하게되면 그는 자신이 성공한 위치에 있을 때 타인 혹은 물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실패이유를 자신을 유혹한 타인이나 물질에게서 찾으려 한다. 작가는 말한다. 그런 유혹도 결국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의심에 따른 결과라고.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 혹은 타인을 이용하려는 자신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라고 말한다. 책의 제목이 '유혹'이라는 것도, 책의 내용에서 주인공이 유혹에 넘어가 휘청대는 모습도 모두 이 주제를 말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의 다소 철학적인 독백에 이 책의 가장 큰 주제가 담겨져 있다.
이 책의 매력은?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의 힘이다. 성공에서 시작해서 정상에서의 몰락 그리고 재기의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 자체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이야기의 재미가 대단하다. 헐리우드라는 곳의 생태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또 다른 재미를 선물하고 방송계와 영화계의 뒷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거대한 갑부인 필립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가지는 힘과 능력에 대한 말카로운 비판도 빼놓지 않는다. 그 속에서 간절히 원하면서도 함께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로맨스(?)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독자의 추리를 유도하는 구성으로 되어있어 지루할 틈이 없는 것도 매력이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데이비드의 딸이 말한 '나쁜 늑대 없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이다. 내가 생각해 봐도 나쁜 늑대가 없는 아기돼지 삼형제는 어떤 이야기도 풀어내기 어렵다. 그걸 우리 삶에 비유하면 참으로 아니러니한 진실이 드러난다. 데이비드와 마사가 시로 마음을 주고 받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마사가 말하는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더글라스 케네디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가볍게 읽으면서도 성공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결코 가볍지 않는 주제의식을 가진 소설이다. 내가 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정도를 지수로 나타낸다면 100점 만점에 95점이다. [빅피쳐]를 뛰어넘은 더글라스 케네디 최고의 소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