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사랑 이야기 - 깨달음의 나라 인도가 전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
하리쉬 딜론 지음, 류시화 옮김 / 내서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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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인도라는 나라를 정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간혹 무력으로 그들의 영토를 점령하는데는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복자들은 인도에 동화되고 인도에 스며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도라는 대륙의 지닌 정신적, 철학적, 종교적 힘이 모든 침략자들을 동화시켰다고 합니다.
책에서 여러번 읽은 적이 있는 인도대륙과 인도인들의 정신적 힘을 직접 본 적이 없기에
인도라는 대륙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점점 깊어갑니다. 그래서 이 책은 꼭 읽고 싶었습니다.
나에겐 아직, 어쩌면 영원히 미지의 대륙일 수 밖에 없는 인도의 사랑이야기를 알고 싶었습니다.

전세계 어느 민족이나 전해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는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춘향전'을 필두로 하여 수많은 사랑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그 이야기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모든 것을 내던지는 절대적인 사랑'입니다.
오직 사랑만이 진실이고 사랑만이 삶의 의미라고 주장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들이죠.
이 책에 나오는 4편의 사랑이야기도 그 공통된 주제의 범중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낯선 대륙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그래서 익숙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 입니다.

다만 이 책의 이야기들은 다른 사랑이야기들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 속에는 인도의 정신문화와 인도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녹아 있습니다.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서 인도인들이 개인과 가족의 명예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생각하는 명예의 기준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과 가족의 명예라는 것이 4쌍의 연인들에게 강요하는 가혹한 운명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도인들의 가치관에서는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자신의 현실에 좌절하기 보다는 타인의 불행을 스쳐가지 못하는 인도인들의 심성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인도라는 나라는 빈부의 격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묘사하듯 하위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죠.
그런 삶을 살면서도 인도인들은 크게 불평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그들은 자신의 현세가 전생의 잘못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현실의 삶을 견디며 내세의 삶을 위해 자신보다 타인을 위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이 내세를 말하지는 않지만 인도인들의 생활속에 배어있는 이타심의 일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육체적 욕망에서 시작되서 영혼의 성숙으로 이어지는 구도의 과정을 닮아 있습니다.
4편의 이야기 모두 그들의 사랑의 시작은 얼굴로 대표되는 외모로 시작되고 육체적 욕망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서 연인들은 서로의 영혼을 키워나가고
성숙된 자신들의 영혼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 영혼의 성장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서 자신들의 사랑에 대한 강한 믿음을 주고
죽음앞에서도 초연하게 자신들의 절대가치인 사랑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마치 사랑이라는 절대적 신앙을 향해 걸어가는 한쌍의 구도자들의 여정을 보는 듯 합니다.
이것 또한 인도의 정신적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 자체가 구도인 인도인들의 모습이죠.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번도 만나지 않는다. 언제나 서로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당신은 한 사람이지만 한 사람에게 당신은 세상입니다.'
'한 사람을 사랑할 때 그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됩니다.'
'사랑에 관해서는 모든 사람이 틀리다. 사랑하는 두 사람만이 옳다'

4편의 이야기에 앞서 나오는 말들입니다. 하나 하나 가슴을 찌르는 말들입니다. 
특히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이 말에 대한 공감이 더욱 크겠지요.
불같은 사랑의 시절을 보내고 지금의 평온함에 빠진 중년의 아저씨에게도 공감이 가는 말들 입니다.

'류시화'라는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해 봅니다.
부드럽고 잔잔하게 이어지는 문체가 여자들이 참 좋아할만한 작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삽화의 느낌이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를 더욱 감성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 사랑에 빠져있는 연인들, 그리고 사랑의 난관에 막혀있는 연인들에게 추천합니다.
차가운 바람이 가슴을 스치는 계절에 따뜻함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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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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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거기에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있고 독자들의 평가도 후합니다.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리뷰들을 보다가 나도 그 리뷰의 행렬에 동참합니다.

배경은 정신병원 중에서도 최악의 환경을 지닌 수리희망병원.
주인공은 방화의 유혹에 빠지는 재벌가의 사생아와
가위만 보면 경련을 일으키는 심각한 공황장애를 지닌 헌책방 아들.
범상치 않은 배경과 범상치 않는 등장인물들 만으로도 기대를 품게 합니다.
병원의 문이 활짝 열려있다고 해도 절대로 병원을 떠나지 않을 것 같은 책방 아들 이수명과
바늘구멍만한 틈이라도 있으면 어떻게해서든 병원을 탈출하고 싶은 재벌아들 류승민.
류승민의 탈출시도에 번번이 엉키면서 본의 아니게 그의 동지가 되는 이수명.
도망치는 승민이 이해되지 않는 수명과 붙어있으려 하는 수명을 이해하는 승민.
25살 동갑청년 두명의 정신병원 탈출기,
아니, 그들을 버렸던 세상 또는 그가 버렸던 세상으로의 복귀를 향한 몸짓이 그려집니다.

정신병 환자들을 다룬 이야기는 크게 두가지의 분류로 나뉩니다.
그들의 상태를 희화화하여 비하하면서 자신들의 상대적 우월감을 드러내거나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이 겉모습과는 다르게 나름의 철학을 가진 무거운 인물로 그리거나.
이 소설의 최고의 미덕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그리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취재를 위해서 일주일이나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들어가 있으면서 그들과 같이 생활했다는 작가가
그들에게 차마 약속하지 못한 그들의 억울함을 조금을 풀어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시간이 없는 승민의 초조함과 최후의 비행에 대한 무모할 정도의 집착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분리되고자 하는 수명의 상처도 어루만지고 싶어집니다.
세상의 시각에서 그들은 정신병 환자이지만 이미 타인의 시선이 의미가 없어진 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세상이 무서워서 자신의 상처가 더 벌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스스로가 세상에서 달아났을 뿐입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고 우리가 그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도 절대 아닙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그들을 어떤 형태로든 이용하는 우리의 모습이 더 미친 것 처럼 느껴집니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이야기의 결론은 오직 하나 입니다.
’세상이 너를 무너뜨리려고 할 때, 너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에게 수없이 많이 한 질문이지만 아직 답은 알 수 없습니다.
난 과연 나 자신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맞서 싸울 수 있을까? 아니면 도망가 버릴까?
나는 류승민일까? 이수명일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한번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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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동무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배유안 지음 / 생각과느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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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조에 대한 이야기는 수많은 소설의 소재가 되고 그의 시대는 수많은 소설의 배경이 됩니다.
그 이유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아쉬움을 남긴 불우한 왕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왕조사에서 상상도 못했던 아비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왕이었고
왕이 된 이후에도 수많은 정적들에 둘러싸여 생명의 위협을 맞이했던 왕이었고
그래서 철저히 자신을 단련하고 잠시도 게을러질 수 없었던 철의 군주였고
그 파란만장한 인생을 49세의 젊은 낭이에 요절로 마감해야 했던 삶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삶 때문인지 몰라도 그의 반대편에 서있던 노론세력은 역사의 죄인으로 인식됩니다.
그 중심에 있던 정순왕후 김씨와 그의 오라비 김귀주, 화완옹주와 그의 양자 정후겸.
역사의 죄인이었고 세손이었던 정조와의 정치적 싸움에서 패자로 남아있던 그들입니다.
이 소설은 그 중에서 정후겸의 시선으로 정조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소설입니다.
그를 재해석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의 잘못을 두둔하고 그의 편을 들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의 입장에 서서 사도세자의 죽음과 정조의 모습을 바라보며 느꼈을 절망과 질투의 기록입니다.

몰락한 양반이기에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어린 정후겸이
화완옹주의 양자가 되어 궁에 들어오고 같은 또래의 세손(정조)를 만나며 싹트는 우정.
그러나 자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결코 세손의 기품을 따라갈 수 없다는 좌절감.
자신보다 더 나을게 없는 세손이 단지 왕족이라는 이유로 그의 위에 선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
게다가 자신 못지 않은, 오히려 자신을 뛰어넘는 재능을 가진 세손에 대한 질투심.
수많은 감정들이 섞이면서 정후겸이 정조의 대항마가 되어야만 했던 과정을 그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정조와 정후겸이 본격적인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는 생략한 채 동무에서 정적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정후겸의 입장에서 그 과정을 이해하려 하다 보면 그가 참으로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책 속에 나오는 말처럼 그가 스스로를 다스려 정조의 정적이 아닌 영원한 친구로 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시대에 수많은 인재들이 그렇게 쓰러져갔던 것 처럼 어쩌면 정후겸도 시대의 희생양이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역시 그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개인적으로는 비판적인건 여전합니다.

실제로 그랬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정후겸의 모습이
서로 물어뜯기에 정신이 없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인들 보다 몇배는 멋있게 느껴집니다.
정조에 대한 수많은 소설들 중에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이 소설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패자였기에 할말을 하지 못했던 정후겸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경청해 보심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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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 전2권 세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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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천재성은 언제나 혀를 내두르게 만듭니다.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다작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일정 이상의 만족을 주는 그의 천재성은
때로는 하나의 소설로 독립해고 될 수많은 이야기를 한권의 소설로 묶어내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백야행> 입니다. 이번에 영화로 개봉되서 화제가 된 책이기도 하죠.
제가 <백야행>을 읽은 건 이미 2년 전이었고 그 후 게이고의 작품을 수없이 읽었습니다.
이미 제 책장의 두 블록을 꽉 채우고도 남길 만큼 그의 작품을 읽었지만 아직도 다 읽지는 못했죠.
이번에 읽은 <환야>도 그런 남은 숙제들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만족도는 기대 이상 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설이 절대로 <백야행>의 속편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독자들은 모두들 이 책을 읽으면서 감히 <백야행>의 속편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백야행>의 지독한 팜므파탈, 그녀의 모습이 그대로 <환야>의 미후유에 반영되었기 때문이죠.
아니, 어쩌면 <환야>의 신카이가 오히려 <백야행>의 그녀의 빰을 제대로 후려친다고 할 수 있죠.
간단하게 말하면 <백야행>의 그녀가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런 건 금의환양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소설의 전개는 <백야행>과 80%이상 닮아 있습니다.
고배 대지진의 참혹한 혼란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미후유과 마사야.
끔찍한 혼란속에 충동적으로 사람을 죽인 마사야에게 다가온 미후유.
그녀는 살아갈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에게 유일한 지표가 되고 그와 그녀는 환상의 파트너가 됩니다.
그녀는 그를 발판 삼아 자신의 지위를 한단계씩 높혀가고 그는 그녀가 제공한 환상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끝까지 쫓아가는 날카로운 눈빛의 형사까지.
속고 속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속에서 타인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최고의 팜므파탈.
그녀의 치밀함과 냉철함, 타인을 다루고 얼르는 솜씨까지... 소름이 끼치게 만듭니다.
중간 중간에 <백야행>과의 연관성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들도 있고... 확실히 <백야행>의 속편입니다.

<백야행>의 주인공들은 어린 시절 최악의 범죄에 노출되어 앞을 볼 수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제목 그대로 환한 낮을 걷고 있으나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없는 지독한 어둠에 묻혀살죠.
<환야>에서 마사야는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의 혼란속에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미후유가 제공하는 환상에 빠져 버린 채 살아갑니다.
영혼을 잃은 채 그녀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그의 삶은 환한 낮을 살고 있지만 결국은 환상입니다.
밤이라는 것을 알지만 환한 낮처럼 걸어가는 백야가 아닌
낮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밤이 만든 환상인 환야에 사로잡힌 불쌍한 영혼의 이야기입니다.
'백야'의 남자 주인공이 여자주인공과 동등한 입장에서 동업자의 관계였다면
'환야'의 마사야는 미후유가 제공하는 환상을 먹고사는 그녀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불쌍한 영혼... 가해자라고 하지만 그 누구보다 큰 피해자인 마사야의 영혼이 가엽게 느껴집니다.

<백야행>에서 두 사람의 행위가 나열될 뿐, 그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묘사는 전혀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마사야라는 주인공의 심리상태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스토리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당연히 <백야행>보다는 상황에 대한 이해력이 훨씬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씁쓸함은 그 정도가 더 강해집니다. 오히려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백야에서 환야를 거쳐 점점 더 발전된 게이고의 팜므파탈 캐릭터가 어떻게 발전될 지 궁금해 집니다.
소설의 결말이 그리 된 것도 어쩌면 아직도 팜므파탈의 그녀에게 휴식을 주지 않는 게이고의 매정함일 수도 있겠네요.

<백야행>이 화제의 중심이 된 지금, 함께 읽으면 정말로 좋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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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 시선 속에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세상을 판단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담겨있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시선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런 시선의 차이가 충돌을 일으킬 때 우리는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에세이'의 가치는 큽니다.
워낙에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에세이는 손이 잘 가지 않는 저같은 사람도 가끔은 좋은 에세이를 만나곤 합니다.
지금까지 읽은 몇 안되는 에세이들 중에서 제 기억에 오래동안 남아있던 책들을 소개합니다.


1.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전담하고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OST로 유명한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
그가 말하는 프로에 대한 정의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그리고 애정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 입니다.
그의 음악은 언제나 사람의 감정선을 예민하게 자극해서 진한 감동을 전해주며 영화나 드라마의 작품성을 높혀줍니다.
그런 그가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라는 다소 어이없는 명제를 두고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결과물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를 '천재적 재능을 가진 음악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어보면 그가 가진 재능 보다는 그의 열정과 노력, 자신을 채찍질하는 무단한 단련의 결과임을 알게 됩니다.
또한 그의 이러한 성공의 비결은 언제든지 우리들 자신의 일과 삶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스스로 프로가 되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히사이시 조의 애정어린 조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아빠, 어디가?

아들을 두명이나 둔 아버지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버지들 처럼 아이들과 캐치볼을 하고 싶고 함께 놀이동산에 가고도 싶은 평범한 아버지.
그러나 그런 일상의 일이 간절한 소원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이야기 입니다.
형은 스스로 걸을 수도 없고 어떤 언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정신장애와 육체장애가 동반된 상태이고
동생 또한 형을 닮아가는 상황에서 '아빠, 어디가?'라는 질문을 무한반복하고 있은 상태.
세상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그 누구보다 불쌍한 아버지의 역할을 강요받게 된 아버지의 실화 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고 장애를 가진 자식들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비하하는 속에서 웃음을 찾고 자식들의 황당한 에피소드들에서 유머를 끌어냅니다.
세상의 불쌍한 시각으로 바라보다 그렇게 불쌍한 아이들로 떠나 보낼 수 없었던 아버지의 역설적인 부성애가 
쓰디 쓴 웃음을 물게 만드는 슬픈(?) 에세이 입니다.


3. 야구의 추억

2009년 처럼 야구의 인기가 많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적같은 끝내기 홈런으로 결정된 우승을 비롯하여 수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즐긴 프로야구.
이 에세이는 지금처럼 체계화된 선수관리도 없었고 프로야구의 기반도 취약했던 80,90년대 프로야구의 이야기 입니다.
저 처럼 20년 골수 롯데팬이 아니더라도 그 시대 프로야구를 보았다면 누구나 그리워할 영웅들의 이야기 입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기억속에 남아있거나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들의 숨겨진 이야기도 있고
대부분의 팬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졌지만 그를 기억하는 팬들의 기억속에는 최고의 영웅이었던 이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치적 이유를 달고 출범하였으나 이제는 대한민국 서민들의 대표적인 여가생활이 되어가는 프로야구.
누구도 정리하지 않았던 그 오래된 영웅들의 기록을 정리해서 올드팬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 준 소중한 책 입니다.


4. 솔로이스트

얼마 전 영화로 개봉해서 지금도 상영되고 있는 영화의 원작이 되는 실화 입니다.
줄리어드에서 인정받던 천재적인 음악가가 하루아침에 발병한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노숙자가 되고
그런 그를 발견한 노련한 칼럼니스트가 그의 이야기를 신문에 쓰면서 미국 전체를 감동시키고
로스엔젤레스의 노숙자 정책에 까지 변화를 일으킨 감동적인 실화를 엮은 에세이 입니다.
영화는 이 책에서 감동적인 부분을 극대화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에 무리한 첨삭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읽은 이 에세이의 가장 큰 매력은 노숙자이자 정신분열 환자를 보는 칼럼니스트 로페즈의 시선입니다.
처음엔 자신이 나다니엘을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있고 해 줘야 한다는 오만을 부리지만
나중엔 자신이 나다니엘에게서 너무도 큰 것을 배우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변화의 과정이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가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동정하는 이들에 대한 위선이 얼마나 창피한 것인지 깨닫게 되죠.
세상을 보는 저의 시선을 한 번 더 깨워 준 소설보다 훨씬 소중한 실화 입니다.


5.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2

경제전문가로 더 유명한 시골의사 박경철님이 자신의 원래 직업인 의사의 입장에서 쓴 에세이 입니다.
삶과 죽음이 수시로 교차하고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가 극단적 상황을 맞이하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환자에 대한 애정,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적인 의사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언제나 사랑한다 말하고 언제나 이해한다 말하는 우리의 인간관계가 삶과 죽음의 극단적 상황 앞에서
모든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드러나게 될 때 얼마나 허술하고 얼마나 위선적인 수 있는지....
우리가 무시하고 외면했던 너무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랑이 그 어떤 드라마 보다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식의 시신을 안고 영안실로 내려가는 아버지의 흔들리는 어깨를 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보며
사랑이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님을, 그리 거창하지도 그리 아름답지만도 아님을 다시 한번 깨우쳐 줍니다.
시골의사의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아직은 그리 매정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에도 따뜻함으로 메워지는 가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의 어줍잖은 글들로 이 책들의 감동을 전하기는 어렵네요.
직접 읽어 보시면 제가 소개한 소개글이 얼마나 초라한 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조금씩 차가워지는 겨울의 초입에서 가슴 속에 따뜻함을 충전할 수 있는 좋은 책들 입니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세트 - 전2권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09년 11월 27일에 저장
구판절판
솔로이스트
스티브 로페즈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9년 11월 27일에 저장
품절

야구의 추억- 가슴 뛰는 그라운드의 영웅들
김은식 지음 / 이상미디어 / 2009년 3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2009년 11월 27일에 저장
절판

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9년 11월 2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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