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사랑 이야기 - 깨달음의 나라 인도가 전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
하리쉬 딜론 지음, 류시화 옮김 / 내서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그 누구도 인도라는 나라를 정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간혹 무력으로 그들의 영토를 점령하는데는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복자들은 인도에 동화되고 인도에 스며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도라는 대륙의 지닌 정신적, 철학적, 종교적 힘이 모든 침략자들을 동화시켰다고 합니다.
책에서 여러번 읽은 적이 있는 인도대륙과 인도인들의 정신적 힘을 직접 본 적이 없기에
인도라는 대륙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점점 깊어갑니다. 그래서 이 책은 꼭 읽고 싶었습니다.
나에겐 아직, 어쩌면 영원히 미지의 대륙일 수 밖에 없는 인도의 사랑이야기를 알고 싶었습니다.

전세계 어느 민족이나 전해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는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춘향전'을 필두로 하여 수많은 사랑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그 이야기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모든 것을 내던지는 절대적인 사랑'입니다.
오직 사랑만이 진실이고 사랑만이 삶의 의미라고 주장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들이죠.
이 책에 나오는 4편의 사랑이야기도 그 공통된 주제의 범중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낯선 대륙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그래서 익숙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 입니다.

다만 이 책의 이야기들은 다른 사랑이야기들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 속에는 인도의 정신문화와 인도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녹아 있습니다.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서 인도인들이 개인과 가족의 명예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생각하는 명예의 기준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과 가족의 명예라는 것이 4쌍의 연인들에게 강요하는 가혹한 운명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도인들의 가치관에서는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자신의 현실에 좌절하기 보다는 타인의 불행을 스쳐가지 못하는 인도인들의 심성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인도라는 나라는 빈부의 격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묘사하듯 하위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죠.
그런 삶을 살면서도 인도인들은 크게 불평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그들은 자신의 현세가 전생의 잘못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현실의 삶을 견디며 내세의 삶을 위해 자신보다 타인을 위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이 내세를 말하지는 않지만 인도인들의 생활속에 배어있는 이타심의 일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육체적 욕망에서 시작되서 영혼의 성숙으로 이어지는 구도의 과정을 닮아 있습니다.
4편의 이야기 모두 그들의 사랑의 시작은 얼굴로 대표되는 외모로 시작되고 육체적 욕망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서 연인들은 서로의 영혼을 키워나가고
성숙된 자신들의 영혼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 영혼의 성장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서 자신들의 사랑에 대한 강한 믿음을 주고
죽음앞에서도 초연하게 자신들의 절대가치인 사랑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마치 사랑이라는 절대적 신앙을 향해 걸어가는 한쌍의 구도자들의 여정을 보는 듯 합니다.
이것 또한 인도의 정신적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 자체가 구도인 인도인들의 모습이죠.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번도 만나지 않는다. 언제나 서로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당신은 한 사람이지만 한 사람에게 당신은 세상입니다.'
'한 사람을 사랑할 때 그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됩니다.'
'사랑에 관해서는 모든 사람이 틀리다. 사랑하는 두 사람만이 옳다'

4편의 이야기에 앞서 나오는 말들입니다. 하나 하나 가슴을 찌르는 말들입니다. 
특히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이 말에 대한 공감이 더욱 크겠지요.
불같은 사랑의 시절을 보내고 지금의 평온함에 빠진 중년의 아저씨에게도 공감이 가는 말들 입니다.

'류시화'라는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해 봅니다.
부드럽고 잔잔하게 이어지는 문체가 여자들이 참 좋아할만한 작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삽화의 느낌이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를 더욱 감성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 사랑에 빠져있는 연인들, 그리고 사랑의 난관에 막혀있는 연인들에게 추천합니다.
차가운 바람이 가슴을 스치는 계절에 따뜻함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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