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 시선 속에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세상을 판단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담겨있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시선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런 시선의 차이가 충돌을 일으킬 때 우리는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에세이'의 가치는 큽니다.
워낙에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에세이는 손이 잘 가지 않는 저같은 사람도 가끔은 좋은 에세이를 만나곤 합니다.
지금까지 읽은 몇 안되는 에세이들 중에서 제 기억에 오래동안 남아있던 책들을 소개합니다.
1.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전담하고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OST로 유명한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
그가 말하는 프로에 대한 정의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그리고 애정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에세이 입니다.
그의 음악은 언제나 사람의 감정선을 예민하게 자극해서 진한 감동을 전해주며 영화나 드라마의 작품성을 높혀줍니다.
그런 그가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라는 다소 어이없는 명제를 두고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결과물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를 '천재적 재능을 가진 음악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어보면 그가 가진 재능 보다는 그의 열정과 노력, 자신을 채찍질하는 무단한 단련의 결과임을 알게 됩니다.
또한 그의 이러한 성공의 비결은 언제든지 우리들 자신의 일과 삶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스스로 프로가 되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히사이시 조의 애정어린 조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아빠, 어디가?
아들을 두명이나 둔 아버지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버지들 처럼 아이들과 캐치볼을 하고 싶고 함께 놀이동산에 가고도 싶은 평범한 아버지.
그러나 그런 일상의 일이 간절한 소원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이야기 입니다.
형은 스스로 걸을 수도 없고 어떤 언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정신장애와 육체장애가 동반된 상태이고
동생 또한 형을 닮아가는 상황에서 '아빠, 어디가?'라는 질문을 무한반복하고 있은 상태.
세상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그 누구보다 불쌍한 아버지의 역할을 강요받게 된 아버지의 실화 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고 장애를 가진 자식들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비하하는 속에서 웃음을 찾고 자식들의 황당한 에피소드들에서 유머를 끌어냅니다.
세상의 불쌍한 시각으로 바라보다 그렇게 불쌍한 아이들로 떠나 보낼 수 없었던 아버지의 역설적인 부성애가
쓰디 쓴 웃음을 물게 만드는 슬픈(?) 에세이 입니다.
3. 야구의 추억
2009년 처럼 야구의 인기가 많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적같은 끝내기 홈런으로 결정된 우승을 비롯하여 수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즐긴 프로야구.
이 에세이는 지금처럼 체계화된 선수관리도 없었고 프로야구의 기반도 취약했던 80,90년대 프로야구의 이야기 입니다.
저 처럼 20년 골수 롯데팬이 아니더라도 그 시대 프로야구를 보았다면 누구나 그리워할 영웅들의 이야기 입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기억속에 남아있거나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들의 숨겨진 이야기도 있고
대부분의 팬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졌지만 그를 기억하는 팬들의 기억속에는 최고의 영웅이었던 이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치적 이유를 달고 출범하였으나 이제는 대한민국 서민들의 대표적인 여가생활이 되어가는 프로야구.
누구도 정리하지 않았던 그 오래된 영웅들의 기록을 정리해서 올드팬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 준 소중한 책 입니다.
4. 솔로이스트
얼마 전 영화로 개봉해서 지금도 상영되고 있는 영화의 원작이 되는 실화 입니다.
줄리어드에서 인정받던 천재적인 음악가가 하루아침에 발병한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노숙자가 되고
그런 그를 발견한 노련한 칼럼니스트가 그의 이야기를 신문에 쓰면서 미국 전체를 감동시키고
로스엔젤레스의 노숙자 정책에 까지 변화를 일으킨 감동적인 실화를 엮은 에세이 입니다.
영화는 이 책에서 감동적인 부분을 극대화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에 무리한 첨삭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읽은 이 에세이의 가장 큰 매력은 노숙자이자 정신분열 환자를 보는 칼럼니스트 로페즈의 시선입니다.
처음엔 자신이 나다니엘을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있고 해 줘야 한다는 오만을 부리지만
나중엔 자신이 나다니엘에게서 너무도 큰 것을 배우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변화의 과정이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가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동정하는 이들에 대한 위선이 얼마나 창피한 것인지 깨닫게 되죠.
세상을 보는 저의 시선을 한 번 더 깨워 준 소설보다 훨씬 소중한 실화 입니다.
5.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2
경제전문가로 더 유명한 시골의사 박경철님이 자신의 원래 직업인 의사의 입장에서 쓴 에세이 입니다.
삶과 죽음이 수시로 교차하고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가 극단적 상황을 맞이하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환자에 대한 애정,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적인 의사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언제나 사랑한다 말하고 언제나 이해한다 말하는 우리의 인간관계가 삶과 죽음의 극단적 상황 앞에서
모든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드러나게 될 때 얼마나 허술하고 얼마나 위선적인 수 있는지....
우리가 무시하고 외면했던 너무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랑이 그 어떤 드라마 보다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식의 시신을 안고 영안실로 내려가는 아버지의 흔들리는 어깨를 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보며
사랑이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님을, 그리 거창하지도 그리 아름답지만도 아님을 다시 한번 깨우쳐 줍니다.
시골의사의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아직은 그리 매정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에도 따뜻함으로 메워지는 가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의 어줍잖은 글들로 이 책들의 감동을 전하기는 어렵네요.
직접 읽어 보시면 제가 소개한 소개글이 얼마나 초라한 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조금씩 차가워지는 겨울의 초입에서 가슴 속에 따뜻함을 충전할 수 있는 좋은 책들 입니다.
 | 솔로이스트
스티브 로페즈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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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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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히사이시 조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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