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악인열전 - 시대를 배신한 역사의 반역자
도현신 지음 / 채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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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잊혀진 인물들이 많습니다.
역사에는 승자에 의해 어울하게 죄인으로 몰린 인물들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요즘의 역사 드라마를 보면 잊혀진 인물들을 재발견하거나
억울하게 낙인이 찍힌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드라마가 많이 나옵니다.
물론 그 역사드라마의 재조명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요.

이 모든 이들과 달리 역사 속에 숨어 세상에서 잊혀진 인물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역사에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으면서도 그렇게 역사속에 숨은
역사의 죄인이자 한 시대의 최고의 악인들을 다시 불러내 고발하는 책입니다.
어릴 때 부터 역사교육을 받으며 우리는 자랑스러운 조상의 역사를 배웠지만
한 번도 부끄러운 역사를 배우지도 못했고 역사의 죄인들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의 시도 자체는 참으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제간의 왕위 싸움에 한나라를 불러들인 고구려의 왕족 '발기'로 부터
백제를 멸망의 길로 몰고갔던 백제 최고의 악인 '임자'
고구려를 멸망의 길로 몰고갔던 고구려 최고의 악인 '연남생,남건' 형제 등등.
이 책에 나오는 15명의 악인들은 비록 모두가 악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작가의 판단과 독자의 저의 판단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한 번도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지 않았던 인물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 중에서 '발기'나 '임자', '홍복원', '홍다구', '충혜왕', '사화동', '국경인', '김경징' 등은 
모두 역사 속에 숨은 채 유구한 세월동안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진 인물들입니다.
그들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을 생각하면 그들의 후손들이 떳떳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역사란 언제나 우리가 말하는 정의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인 지금의 현실입니다.

특히 동학혁명의 불씨가 되었고 조선말기 탐관오리의 대명사였던 '조병갑'의 이야기는 충격이었습니다.
우리의 역사에서는 그가 관군에 끌려가 유배를 간 이야기까지는 나오지만 그 뒤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가 수많은 뇌물을 통해 불과 몇년 뒤 복직하고 죽을 때 까지 똑같은 탐학을 했으며
일제 시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후손들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충격적이고 우리가 말하는 정의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물론 그들의 처지도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기에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요.
그러나 그 판단의 기준이 국가나 백성들이 아니라 개인의 사리사욕에 의한 것이란 것이 문제지요.
그들이 일개 개인의 입장이었다면 그런 판단에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작게는 한 고을의 관리에서 부터 크게는 왕에게까지 된다는 것이 문제지요.
그들이 용케 역사의 심판은 피했을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그들의 행위가 정당화 되지는 못하지요.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도 떳떳하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추천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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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벨로스 2012-11-0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글 스크랩해합니다여 ^^
http://cafe.daum.net/shogun
게임카페인데 좋은책게시판의 추천글로
올리려고여 또한 저자분또한 운영진으로
카패내서 활동하시고 계십니다여 ^^
 
유정천 가족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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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과 너구리는 너무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오래전에 보았던 '폼포포 너구리 대작적'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봐도 그렇고
일본의 여러 소설들을 보아도 그렇고 너구리는 친근한 상대로 그려집니다.
너구리는 둔갑을 잘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만사가 여유로우며 즐거운 것을 최고로 치고 장난을 좋아합니다.
흡사 우리나라의 도깨비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너구리가 둔갑을 잘 한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아무튼 일본의 전통문화 곳곳에 숨겨져 있는 너구리들을 읽다보면 친근한 친구 같습니다.

현대 일본의 경제적 성장과 최첨단 일본의 모습을 대변하는 도시가 도쿄라고 한다면
일본의 전통과 역사를 상징하고 잊혀지지 않고 보존되고 있는 옛날의 일본을 대변하는 도시가 쿄토입니다.
우리나라로 말한다면 경주 정도 된다고 할까요?
처음으로 만나는 일본작가인 모리미 토미히코는 이 유서깊은 도시를 뿌리로 하는 교토작가로 유명합니다.
그가 교토를 중심으로 너구리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입니다.

너구리 가문의 최고의 가문이었지만 가장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몰락한 가문의 자식들.
아버지의 뛰어난 능력을 단 한가지씩만 물려받은 4명의 아들은 '호부견자'로 통합니다.
그러나 못난 아들들을 감싸안는 위대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서로뭉쳐 살아갑니다.
라이벌 너구리 가문인 작은 아버지 가문과의 갈등을 중심으로 너구리와 인간, 그리고 텐구들이 어울리며
너구리들이 부리는 둔갑술과 텐구들이 펼치는 신기한 능력들이 어울려져서
일본의 전통적 색채가 강한 유쾌하고 따뜻한 판타지 소설로 만들어 졌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일본의 시골을 배경으로 자연과 동심을 소재로 한 애니를 많이 만듭니다.
이 소설은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연상시키고
가짜 전철로 변신하는 둘째 형의 모습은 '이웃의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를 연상시킵니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내자면 이 두개의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야기 속에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형을 배신하는 동생이 나오고
자연을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인간들이 나옵니다.
그리 아름답지 않은 장면들도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참 이쁜 이야기 입니다.
소설의 주제는 가족이 처한 위기를 끈끈한 가족애로 이겨내는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을 너구리로 만들었을 뿐 인간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옮겨올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 하더라도 가족만은 안아줄 수 있습니다.
세상의 시각에서 못난이 4형제인 주인공들도 가족으로 뭉쳤을 때 위대한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가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매사에 낙천적이고 원한을 가지지 않는 유유자적한 너구리의 삶이 참 부럽습니다.
너구리들의 시각으로 본다면 아둥바둥 살아가는 인간들이 얼마나 한심할까요?
누구나 너구리처럼 여유로움을 찾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서
소설 속 너구리들의 모습을 통해 잠시나마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내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 권할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강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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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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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개인적으로 천재성을 가진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다작을 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작품들이 평균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이죠.
추리소설이 장기인 그는 한편에 한번 나오기도 힘든 트릭들을 여러 개 깔아놓기도 하고
'반전의 대가', '소재를 천재적으로 이용하는 작가'라는 평가에 맞게
소설의 전편에 던져놓은 작은 단서들을 모아서 커다란 반전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난 작가입니다.
그러나 '비밀', '레몬', '편지' 등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추리소설 이외의 장르에서도 뛰어납니다.
장편 뿐 아니라 '탐정 갈릴레오'나 '예지몽' 같은 단편에도 능한 작가입니다.
그런 그가 웃음을 소재로 한 단편집 3편을 썼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까지 망설이다
이제서야 3편 중 하나인 '흑소소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흑소'라는 한자를 굳이 영어로 번역하자면 'Black Humor'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랙유머'라고 하는 것은 쉴새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는 폭소와는 달리
웃음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이없는 실소, 혹은 씁쓸한 웃음이 나오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혹은 가끔은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을 통해 흔히 말하는 '썩소'를 머금게 하는 이야기.
이 책에 나오는 13편의 이야기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썩소 유발형' 이야기들 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천재적 재능을 가진 작가이기는 하지만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13편의 단편들 중에 나오는 상상을 보면 그의 상상력은 기발합니다.
모든 물건이 '거대 유방'으로 보이는 '거대유방 증후군'이라는 병,
'비아그라'와 정반대의 효과(?)를 나타내는 완벽한 임포텐츠를 만드는 '임포그라'라는 약,
시력이 너무 좋아서 세상의 작은 먼지와 음식의 모든 향료, 향수의 입자까지 보이는 '시력 100,0',
뿌리기만 하면 모든 여성을 유혹할 수 있는 '사랑가득 스프레이'까지....
기발한 상상들을 통해서 현대 문명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작은 반전을 통해 '썩소'를 유발합니다.
어느날 부터 몸매의 기준이 된 거대 유방, 정력을 위해 약이라도 먹겠다는 남자들의 무모한 욕망,
차라리 모르고 살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을 굳이 알려고 하면서 스스로 만들어 내는 많은 걱정들.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살아있는 유머가 가득찬 이야기들 입니다.

소설 속 단편들이 유독 문학계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 또다른 특성입니다.
그의 소설들을 통해 문학계의 모습이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더욱 특별합니다.
게다가 소설 속 모든 이야기가 출판계와 문학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라는 것을 보면
평소 작가가 문학계와 출판계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작심하고 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스스로에 대한 서글픈 자기비판도 약간 비춰지기도 합니다.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출판계와 문학계의 모습들이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그 밖의 이야기들도 대체적으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습니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와 반전을 통해서 우리가 작은 '썩소'를 머금을 수 있는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이 소설 속 '썩소'만큼의 웃음을 머금게 하는 정도의 우스운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생활속에서 스스로 코메디언이 되고 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아무도 웃길 수 없는 그런 코메디언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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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존 론슨 지음, 정미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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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노려보기만 해도 심장을 멈추게 할 수 있게 하는 훈련.
정신력을 높혀서 벽을 통과해서 지나갈 수 있다는 믿음.
사진을 통해서 사진속의 물건이나 현상들을 알아낼 수 있다는 능력.
원격투시를 통해서 멀리 떨어진 장소를 보거나 미래의 일을 볼 수 있다는 능력.
노려보기만 해서 구름을 흩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적진 깊숙히 침투할 수 있는 투명인간 같은 능력.

어떤가요?
어릴 적 누구나 한번 쯤은 해 보았을 상상.
그러나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누구나 허황된 이야기라고 비웃을 이야기들입니다.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할 이런 것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얼마 전까지 미국의 군 수뇌부에서 비밀리에
실행되고 있던 이른바 '초능력부대' 사람들이 믿었고 훈련했던 것이라면 
도대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런 황당한 부대의 시발은 월남전이죠.
미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에서 유일한 치욕으로 남아 있는 월남전의 휴유증은
참전군인들의 개인적인 문제를 벗어나 미 군부 전체에 커다란 트라우마를 남기고
그 트라우마의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뉴에이지 계열의 인간능력 향상 운동이 접목되면서
다소 황당하지만 이해할 수준의 '초능력부대 운영 매뉴얼'이 만들어 집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죠.
문제는 이 매뉴얼을 만든 사람은 자신의 말이 실현불가능함을 알 수 있는 이성이 있었던 반면
그의 매뉴얼만 보고 이를 미 군부에 도입한 수뇌부들은 그런 최소한의 이성마저 없었다는 거죠.
그 결과 위에서 열거한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일들이 미 군부의 비밀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군의 장군이 혼자서 거실에서 벽을 통과하려다 벽에 부딫혀 다치는 일이
실제로 불과 얼마 전에 일어났던 실화라는 거죠. 이거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네요. 허허.

최고의 저널리스트라는 저자는 '초능력 부대'와 연관되어 있던 수많은 인물들과
2년여의 인터뷰를 거쳐서 미국이 숨기고자 했던, 그러나 진지하게 추진된 비밀을 파헤쳐 냅니다.
그 과정을 통해 군사력 증대에 목을 메는 미국의 모습을 고발하고
전쟁에 미쳐 살아가는 일부 미 군부와 행정부 수뇌부들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가혹행위와 우습게 보이는 행동들이
모두 '초능력부대'의 잘못된 유산임을 알리고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알려줍니다.
마지막에는 우습게 보이고 말도 안되는 이런 일들이 비단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되고 있음을 비추어 줌으로써 이 책을 읽고 뜨끔할 이들에게 경고를 합니다.

인터넷에서 소개를 읽었을 때는 꽤나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니 어느 정도 재미는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죠.
물론 책의 내용은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할 정도로 재미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쉽게 읽어 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수많은 인터뷰이들이 나오고 그들의 이야기들이 산발적으로 전개된 데다가
번역상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일상적인 용어로 보기 어려운 말투들도 보입니다.
게다가 다분히 미국적인 문화코드가 들어가 있어서 저같은 사람이 읽기에 쉽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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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김성민 글, 이태진.조동성 글 / IWELL(아이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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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이벤트로 받은 이 책은 정말 당혹스러웠다.
문고판도 안될 정도로 작은 크기에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내용.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읽어 버릴 정도로 적은 내용에 황당했다.
100페이지라고는 하지만 글씨도 크고 간격도 넓어서 일반책이라면 20페이지 정도 될까?
택배로 온 책을 손에 든 순간 느낀 당혹감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작은 책자에 담긴 버려진 영웅의 아들의 삶은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긴다.
짧은 내용이 전하는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 또한 부끄러운 현실에 또 한번 당황했다.
민족의 영웅이라 말하는 안중근의 삶은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서 화려하게 재조명 되고 있지만
난 그의 큰 아들이 일본인의 증오범죄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도 몰랐고
그의 작은 아들 준생이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호랑이 아비의 개 자식'이라는 말이 순간 떠올랐지만 그 보다 부끄러운 감정이 더 앞선다.
영웅의 아들이라 하지만 우리에겐 영웅을 영웅으로 추앙할 수 있는 국가가 없었고
영웅의 가족들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이 없었기에 버려진 영웅의 가족들은 비참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안준생 한 명의 삶을 옹호하기 위해 친일파들의 논리에 긍정할 수 있는 위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서 국가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희생에 앞선 국가가 개인에게 해주어야 할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역사의 슬픈 교훈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얼마전 상해에서 철거된 안중근 장군의 동상이 국내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이 선진국의 문턱을 넘었다는 2009년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결국 부천시의 협조로 자리를 잡게 된 안중근 장군의 동상을 보면서도 그의 가족의 이야기는 모르고 있었다.
그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부끄러운 역사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끄럽다.

책이 던지는 무거운 주제에 비해 소설로서의 가치는 전혀 없다.
이 책의 저자도 이 책이 소설로 읽히기를 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저자의 글을 보면 이 책은 안중근 장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우리가 냉정히 버렸던 그의 가족들에 대한 역사의 반성을 촉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출판사에서 어떠한 이벤트로 이슈화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업적 목적으로 이 책을 이용해서도 안 된다. 어떤 형태의 마케팅도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차라리 일선 교육의 현장에 무료로 배포해서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게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당연히 정부에서 지원을 해야 하고 출판사는 이 책을 일반인들 보다는 학생들에게 홍보해야 한다.
국민들의 반대가 더 많은 4대강을 밀어부치는 예산의 10000분의 1만 있어도 이 책을 배포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의 행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책은 역사소설로 팔려서는 안되는 책이다. 그 이유는 누구보다 출판사가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이런 식으로 마케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을 일반적인 소설로 인식했다가 나처럼 실망한 독자들이라면 그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독자의 착각이라고 말하고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사기라는 느낌이다.
출판사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나 철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역사가 바로서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한다.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이미 너무 많이 팔아먹을 역사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사상누각 위에 세워진 위태로운 미래일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우리의 역사인식에 다시 한번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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