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존 론슨 지음, 정미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염소를 노려보기만 해도 심장을 멈추게 할 수 있게 하는 훈련.
정신력을 높혀서 벽을 통과해서 지나갈 수 있다는 믿음.
사진을 통해서 사진속의 물건이나 현상들을 알아낼 수 있다는 능력.
원격투시를 통해서 멀리 떨어진 장소를 보거나 미래의 일을 볼 수 있다는 능력.
노려보기만 해서 구름을 흩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적진 깊숙히 침투할 수 있는 투명인간 같은 능력.

어떤가요?
어릴 적 누구나 한번 쯤은 해 보았을 상상.
그러나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누구나 허황된 이야기라고 비웃을 이야기들입니다.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할 이런 것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얼마 전까지 미국의 군 수뇌부에서 비밀리에
실행되고 있던 이른바 '초능력부대' 사람들이 믿었고 훈련했던 것이라면 
도대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런 황당한 부대의 시발은 월남전이죠.
미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에서 유일한 치욕으로 남아 있는 월남전의 휴유증은
참전군인들의 개인적인 문제를 벗어나 미 군부 전체에 커다란 트라우마를 남기고
그 트라우마의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뉴에이지 계열의 인간능력 향상 운동이 접목되면서
다소 황당하지만 이해할 수준의 '초능력부대 운영 매뉴얼'이 만들어 집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죠.
문제는 이 매뉴얼을 만든 사람은 자신의 말이 실현불가능함을 알 수 있는 이성이 있었던 반면
그의 매뉴얼만 보고 이를 미 군부에 도입한 수뇌부들은 그런 최소한의 이성마저 없었다는 거죠.
그 결과 위에서 열거한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일들이 미 군부의 비밀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군의 장군이 혼자서 거실에서 벽을 통과하려다 벽에 부딫혀 다치는 일이
실제로 불과 얼마 전에 일어났던 실화라는 거죠. 이거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네요. 허허.

최고의 저널리스트라는 저자는 '초능력 부대'와 연관되어 있던 수많은 인물들과
2년여의 인터뷰를 거쳐서 미국이 숨기고자 했던, 그러나 진지하게 추진된 비밀을 파헤쳐 냅니다.
그 과정을 통해 군사력 증대에 목을 메는 미국의 모습을 고발하고
전쟁에 미쳐 살아가는 일부 미 군부와 행정부 수뇌부들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가혹행위와 우습게 보이는 행동들이
모두 '초능력부대'의 잘못된 유산임을 알리고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알려줍니다.
마지막에는 우습게 보이고 말도 안되는 이런 일들이 비단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되고 있음을 비추어 줌으로써 이 책을 읽고 뜨끔할 이들에게 경고를 합니다.

인터넷에서 소개를 읽었을 때는 꽤나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니 어느 정도 재미는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죠.
물론 책의 내용은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할 정도로 재미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쉽게 읽어 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수많은 인터뷰이들이 나오고 그들의 이야기들이 산발적으로 전개된 데다가
번역상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일상적인 용어로 보기 어려운 말투들도 보입니다.
게다가 다분히 미국적인 문화코드가 들어가 있어서 저같은 사람이 읽기에 쉽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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