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김성민 글, 이태진.조동성 글 / IWELL(아이웰)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북카페 이벤트로 받은 이 책은 정말 당혹스러웠다.
문고판도 안될 정도로 작은 크기에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내용.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읽어 버릴 정도로 적은 내용에 황당했다.
100페이지라고는 하지만 글씨도 크고 간격도 넓어서 일반책이라면 20페이지 정도 될까?
택배로 온 책을 손에 든 순간 느낀 당혹감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작은 책자에 담긴 버려진 영웅의 아들의 삶은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긴다.
짧은 내용이 전하는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 또한 부끄러운 현실에 또 한번 당황했다.
민족의 영웅이라 말하는 안중근의 삶은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서 화려하게 재조명 되고 있지만
난 그의 큰 아들이 일본인의 증오범죄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도 몰랐고
그의 작은 아들 준생이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호랑이 아비의 개 자식'이라는 말이 순간 떠올랐지만 그 보다 부끄러운 감정이 더 앞선다.
영웅의 아들이라 하지만 우리에겐 영웅을 영웅으로 추앙할 수 있는 국가가 없었고
영웅의 가족들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이 없었기에 버려진 영웅의 가족들은 비참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안준생 한 명의 삶을 옹호하기 위해 친일파들의 논리에 긍정할 수 있는 위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서 국가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희생에 앞선 국가가 개인에게 해주어야 할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역사의 슬픈 교훈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얼마전 상해에서 철거된 안중근 장군의 동상이 국내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이 선진국의 문턱을 넘었다는 2009년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결국 부천시의 협조로 자리를 잡게 된 안중근 장군의 동상을 보면서도 그의 가족의 이야기는 모르고 있었다.
그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부끄러운 역사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끄럽다.

책이 던지는 무거운 주제에 비해 소설로서의 가치는 전혀 없다.
이 책의 저자도 이 책이 소설로 읽히기를 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저자의 글을 보면 이 책은 안중근 장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우리가 냉정히 버렸던 그의 가족들에 대한 역사의 반성을 촉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출판사에서 어떠한 이벤트로 이슈화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업적 목적으로 이 책을 이용해서도 안 된다. 어떤 형태의 마케팅도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차라리 일선 교육의 현장에 무료로 배포해서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게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당연히 정부에서 지원을 해야 하고 출판사는 이 책을 일반인들 보다는 학생들에게 홍보해야 한다.
국민들의 반대가 더 많은 4대강을 밀어부치는 예산의 10000분의 1만 있어도 이 책을 배포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의 행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책은 역사소설로 팔려서는 안되는 책이다. 그 이유는 누구보다 출판사가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이런 식으로 마케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을 일반적인 소설로 인식했다가 나처럼 실망한 독자들이라면 그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독자의 착각이라고 말하고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사기라는 느낌이다.
출판사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나 철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역사가 바로서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한다.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이미 너무 많이 팔아먹을 역사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사상누각 위에 세워진 위태로운 미래일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우리의 역사인식에 다시 한번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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