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 가족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인들과 너구리는 너무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오래전에 보았던 '폼포포 너구리 대작적'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봐도 그렇고
일본의 여러 소설들을 보아도 그렇고 너구리는 친근한 상대로 그려집니다.
너구리는 둔갑을 잘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만사가 여유로우며 즐거운 것을 최고로 치고 장난을 좋아합니다.
흡사 우리나라의 도깨비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너구리가 둔갑을 잘 한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아무튼 일본의 전통문화 곳곳에 숨겨져 있는 너구리들을 읽다보면 친근한 친구 같습니다.

현대 일본의 경제적 성장과 최첨단 일본의 모습을 대변하는 도시가 도쿄라고 한다면
일본의 전통과 역사를 상징하고 잊혀지지 않고 보존되고 있는 옛날의 일본을 대변하는 도시가 쿄토입니다.
우리나라로 말한다면 경주 정도 된다고 할까요?
처음으로 만나는 일본작가인 모리미 토미히코는 이 유서깊은 도시를 뿌리로 하는 교토작가로 유명합니다.
그가 교토를 중심으로 너구리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입니다.

너구리 가문의 최고의 가문이었지만 가장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몰락한 가문의 자식들.
아버지의 뛰어난 능력을 단 한가지씩만 물려받은 4명의 아들은 '호부견자'로 통합니다.
그러나 못난 아들들을 감싸안는 위대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서로뭉쳐 살아갑니다.
라이벌 너구리 가문인 작은 아버지 가문과의 갈등을 중심으로 너구리와 인간, 그리고 텐구들이 어울리며
너구리들이 부리는 둔갑술과 텐구들이 펼치는 신기한 능력들이 어울려져서
일본의 전통적 색채가 강한 유쾌하고 따뜻한 판타지 소설로 만들어 졌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일본의 시골을 배경으로 자연과 동심을 소재로 한 애니를 많이 만듭니다.
이 소설은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연상시키고
가짜 전철로 변신하는 둘째 형의 모습은 '이웃의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를 연상시킵니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내자면 이 두개의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야기 속에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형을 배신하는 동생이 나오고
자연을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인간들이 나옵니다.
그리 아름답지 않은 장면들도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참 이쁜 이야기 입니다.
소설의 주제는 가족이 처한 위기를 끈끈한 가족애로 이겨내는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을 너구리로 만들었을 뿐 인간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옮겨올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 하더라도 가족만은 안아줄 수 있습니다.
세상의 시각에서 못난이 4형제인 주인공들도 가족으로 뭉쳤을 때 위대한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가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매사에 낙천적이고 원한을 가지지 않는 유유자적한 너구리의 삶이 참 부럽습니다.
너구리들의 시각으로 본다면 아둥바둥 살아가는 인간들이 얼마나 한심할까요?
누구나 너구리처럼 여유로움을 찾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서
소설 속 너구리들의 모습을 통해 잠시나마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내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 권할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강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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