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박서양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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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이야기의 모델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실제 모델이 되었던 '박서양'에 대한 소설이 나왔다고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북카페에서 이벤트에 당첨되서 읽게 되었습니다.

내용으로 보자면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나오는 많은 소설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최소한 그런 범위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마케팅 차원에서 제목을 붙인게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소설의 내용은 <제중원>이라는 장소와는 많이 겹치는 부분이 없습니다.
물론 서양이 처음으로 의학을 배운 곳이 제중원이었고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지만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절망에 빠졌던 한 소년이
절망의 한 복판에서 작은 빛을 던져준 의학에 의지하여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이야기입니다.
제중원이라는 배경보다는 박서양이라는 인물의 성장에 촛점을 맞춘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에 낚였다는 느낌이 조금은 듭니다.

소설의 흐름이 느린것은 아니지만 박서양의 내면에 대한 묘사가 많다보니 쉽게 읽히지는 않습니다.
실제인물의 삶을 그대로 그린 전기가 아니라 소설로 창조된 이야기이기에 여기저기 드러나는
우리의 아프고 쓰라린 역사가 아프게 그려지면 격한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는 한 인간의 모습이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대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백정이라는 신분, 인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동물로 취급되던 그들의 삶.
그럼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세상의 모든 시선을 견디고 이겨내는 인간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뛰어난 자질이나 모든 것을 해결해내는 특출한 주인공이 아닌 
모든 면에서 부족한 주인공의 모습에 더 큰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모습이 친일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의사는 의사로서 보아야 할 뿐이고 시대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모든 핑계아닌 핑계는 지금의 친일파들이 자기 합리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소설 자체로 본다면 문장이 쉽게 읽히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서양은 여전히 오늘도 강의원을 그 시린 눈으로 뚫어질 듯 노려보고 있는 
사람의 집 앞에 멈춰 선 그의 뒤에 바짝 다가섰다'
위의 문장에서 '그'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문장을 몇번을 읽어야 했습니다.
뭔가 우리가 흔히 쓰는 말투와는 다르다는 느낌.
한국어를 공부하기는 하되 한국에서 살지는 않은 외국인의 문장이라는 느낌입니다.
문법적으로 전혀 틀리는 것은 없지만 한번에 뜻이 파악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더욱 책 읽는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습니다. 아쉽네요.

드라마 '제중원'에서 보여지는 닥터 알렌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의 닥터 알렌도 볼 수 있답니다.
드라마가 미화하지 않는, 보다 공감되는 그 시대의 모습과 인물들을 만나고 싶으시면
이 책은 한번 쯤 읽어 보실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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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3 - 제1부 외장(外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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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시리즈를 읽기 시작한 지 한달이 되어가지만 이제 겨우 3권을 끝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쁜 시기이기에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객주에 나오는 낯선 옛날 말들에 대한 이해가 힘들었다고 해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주라는 책의 재미는 조금도 반감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실제 우리네 인생살이처럼 얼키고 설킨 이야기 때문이지요.
조성준과 천봉삼, 쇠돌이 3명의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는 
최돌이와 월이, 길소개 이야기, 천봉삼과 천소례의 이야기, 조성준의 긴 이야기 등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수많은 사연들이 굽이치고 오르막과 내리막, 평지와 험한길이 섞인
그들이 걸어가는 여정을 닮아있는 우리의 인생살이를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수많은 매력과 장점을 가지고 있는 시리즈이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 입니다.
우리네 인생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네 공감의 크기가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조성준의 분노에 함께 분노하고 그의 복수에 같이 통쾌함을 느끼게 됩니다.
천봉삼과 천소례 남매의 이야기는 눈물이 맺히게 하는 한과 슬픔이 담겨있고
길소개와 최돌이의 행태는 밉기는 하되 충분히 이해는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제 이야기는 1부를 끝내게 됩니다.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수많은 인생들이 기대가 됩니다.
굳이 여기에서 1부를 끝내게 된 이유를 아직은 알 수가 없네요.
계속 읽어보면 이야기가 나누어진 이유를 알 수 있겠지요. 그 이유를 빨리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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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2 - 제1부 외장(外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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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의 매력 찾기. 
2권에서 찾은 매력은 우리 조상들의 직설적이고 숨김없는 그네들의 삶이었습니다.
우리의 역사교육에서 우리가 배우는 조선시대 서민들의 삶이란
한 줌도 안되는 양반들에게 수탈 당하고 '유교'라는 굴레에 매인 박제된 모습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온전히 당하고만 사는 순박함.
과연 우리네 조상들의 삶이 그렇듯 답답한 이데올로기에 매인 삶이었을까요?
적어도 객주에서 보여주는 장돌뱅이들의 삶은 그렇치 않았나 봅니다.

장터를 돌면서 서로에게 수작을 거는 장면에서는
어설픈 사자성어와 실생활에서 얻어낸 삶의 철학이 베인 속담들이 어우러져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야말로 해학과 위트가 넘쳐나는 명언들입니다.
조금의 숨김도 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그네들의 감정은 살아있는 그대로 입니다.
한자어와 속담이 섞인 대사들이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펄떡대는 물고기의 느낌입니다.
교과서에 갇혀서 박제가 되어버렸던 장돌뱅이들의 삶이 소설속에서 되살아 납니다.

이리저리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장돌뱅이들이 육허기를 달래는 장면은
요즘의 어느 인터넷 야설보다도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출근길 버스 안에서 읽기에는 옆 사람의 눈치가 보일 정도 입니다.
'유교'라는 이데올로기를 과감히 벗어던져버린 그네들의 삶은 
지금의 우리들의 삶과 별로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자유분방 합니다.

아무리 장돌뱅이이라고 하지만 서로가 속고 속이는 모습은 눈을 찡그리게 만듭니다.
때로는 속이고 때로는 폭행을 일삼고 때로는 살인까지 감행하는 모습이
순박하고 착한 이미지로만 그려졌던 역사책 속의 조상들의 모습과 완전 딴판입니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게는 하지만 그런 모습이 우리들 사는 모습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더욱 더 정감이 나는 모습으로 우리 조상들을 우리 곁으로 데리고 옵니다.

모든 것이 억압된 채 역사책 속으로 박제되었던 우리네 조상들의
솔직하고 과감하며 거침없는 삶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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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1 - 제1부 외장(外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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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많이 읽는다고는 하지만 길어야 2권짜리 정도.
10권 정도 되는 전집들을 읽는다는 것은 이제는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직장인이라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는 핑계아닌 핑계를 대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긴 호흡의 책들을 읽어낼 자신이 없다고 해야겠지요.
그래서 올해의 목표를 최소한 3개의 전집을 읽는 것으로 정하고
그 첫번째로 선택한 소설이 [객주]입니다.

1981년에 초판이 발행되었으니 2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소설이지만
[객주]라는 소설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테디셀러입니다.
유명한 소설을 이제야 읽는 것은 위에서 말한 변명아닌 변명 때문입니다.
총 9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하나씩 소설의 매력을 파악해 나가려 했습니다.
1권을 읽으면서 느낀 매력은 바로 사라져가는 우리말, 우리글의 멋드러진 매력이었습니다.

봉충다리에는 울력걸음 : 절뚝거리는 다리더라도 함께 걸으면 따라갈 수 있다는 뜻.
염초청 굴뚝 같다 : 마음이 검고 엉큼하다.
생게망게하다 : 하는 행동이나 말이 갑작스럽고 터무니없다.
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 : 무엇을 원망하기는 하지만 입속에서만 웅얼거려 
 그 말소리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 이르는 말.
어정뜨기는 칠팔월 개구리 : 몹시 엉뚱하고 덤벙대기만 함을 이르는 말.

어떠신가요?
때로는 은근하고 때로는 노골적이고 때로는 웃음이 묻어나는 멋진 표현들 아닌가요?
말 하나 하나, 글 하나 하나가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 낯설음에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이런 표현들에 익숙해지면 하나 하나에 담긴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해학과 자연을 관찰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지혜로움,
유교적 범절에 얽매이지 않은 일반 평민들의 거침없고 노골적인 표현들.
책을 읽는 내내 잊혀진 표현들이 살아 숨쉬고 그 말들을 사용한 보부상들의 삶이 되살아 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고전문학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고어사전'도 들고다닌던 기억에
지금도 사극에 나오는 웬만한 표현들이나 단어들은 꿰고있다고 자부하던 내가
이 책에 나오는 표현들을 차마 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얼마나 오만한 자신감이었는지...
그만큼 작가의 공부와 연구가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수많은 표현들을 발굴하고 소설에 사용해서 되살리는 일련의 작업에 박수를 보냅니다.

소설 [객주]의 첫번째 매력.
사라져가는 우리말의 질펀한 놀이마당 !!!
함께 즐겨보세요. 우리말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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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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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이라는 소설은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무서운 소설중의 하나입니다.
깊은 밤이 아니라 환한 낮에 읽었는데도 저절로 식은 땀이 배어나던 그 느낌.
그 이후 나에게 가장 무서운 소설을 쓰는 작가로 인식되는 작가가 '기시 유스케'입니다.
그의 신작 소설 [크림슨의 미궁]을 선물 받았을 때 그 기억이 되살아나 선입견이 생겼습니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소설이기에 어디서 무서운 이야기가 나올까 기대(?)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그의 소설은 무서웠지만 [검은 집]의 무서움과는 다른 무서움이었습니다.

두 소설 모두 '싸이코패스'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작가가 특별히 싸이코패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작가는 인간이긴 하되 인간성이 없는 그들을 통해 인간성의 가치를 강조하고 싶었나 봅니다.
인간에게 다른 모든 영장류를 지배하고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성의 가치임을 강조하고 싶었나 봅니다.
[검은 집]의 살인마도, 이 소설의 '식시귀'도 그 인간성이 없기 때문에 무서운 겁니다.
'기시유스케'에게 공포란 인간성을 잃어버린 인간에 의한 공포가 가장 큰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공포를 고스란히 소설에 담아냄으로써 독자에게 인간성의 가치를 깨우치게 합니다.
[검은 집]의 싸이코패스가 선천적으로 그렇게 태어난 것이라면
이 소설의 싸이코패스는 인간을 도구로 생각하는 또다른 의미의 싸이코패스에 의해
'만들어진' 싸이코패스라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싸이코패스에 의한 '인간사냥'의 공포만을 그리는 소설이 아닙니다.
'만들어진' 싸이코패스라는 것을 통해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인간성이
얼마나 나약한 것이고 인간이란 동물이 얼마나 쉽게 인간성을 버릴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소설 속 9명의 인물들이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식시귀'로 변한 인물들과 나머지 인물들의 차이가 백지 한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극한 상황 대 인간성의 대결을 펼쳐놓고 누가 이기는 가를 관전하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과연 그 승자는 누가 될까요?

소설 속 악인은 물론 '식시귀'로 변한 2명이라고 하겠지만
가장 큰 악인들은 끝내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그들을 조종한 이들이지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는 인간들.
그들이야 말로 최고의 악인이자 최고의 싸이코패스가 아닐까요?
더 무섭고 슬픈 사실은 그들의 존재가 결코 소설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거지요.
실제로 그런 인간들이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지요.
정말 세상은 참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새삼 다시 들게 되는 소설입니다.

'기시유스케'라는 작가가 아직은 추리소설 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싶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소설의 전편을 통해서 추리소설의 모든 구성요소를 멋지게 만들어 놓고도
마지막까지 그 매듭을 풀어주지 않은 채 결말을 만들어냈으니까요?
충분히 추리소설로 만들어 낼 수도 있는 마지막을 강한 추측으로만 마무리 한 것은
아직은 작가가 추리소설 보다는 스릴러 작가로 남기를 바라는 희망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충분히 추리소설 작가로도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게 합니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이 소설 숨 쉴틈이 없도록 정신없이 몰아치는 재미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개봉했던 우리 영화 '10억'과 비슷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다
소설이라기 보다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박진감 넘치고 긴박한 전개가 뛰어납니다.
순간 순간 위기에 처하고 아슬아슬 위기를 피해가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함께 가슴이 뛰고 함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가 정말 뛰어납니다.
재미로 읽으셔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소설입니다.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죠.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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