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이야기의 모델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실제 모델이 되었던 '박서양'에 대한 소설이 나왔다고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북카페에서 이벤트에 당첨되서 읽게 되었습니다. 내용으로 보자면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나오는 많은 소설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최소한 그런 범위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마케팅 차원에서 제목을 붙인게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소설의 내용은 <제중원>이라는 장소와는 많이 겹치는 부분이 없습니다. 물론 서양이 처음으로 의학을 배운 곳이 제중원이었고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지만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절망에 빠졌던 한 소년이 절망의 한 복판에서 작은 빛을 던져준 의학에 의지하여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이야기입니다. 제중원이라는 배경보다는 박서양이라는 인물의 성장에 촛점을 맞춘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에 낚였다는 느낌이 조금은 듭니다. 소설의 흐름이 느린것은 아니지만 박서양의 내면에 대한 묘사가 많다보니 쉽게 읽히지는 않습니다. 실제인물의 삶을 그대로 그린 전기가 아니라 소설로 창조된 이야기이기에 여기저기 드러나는 우리의 아프고 쓰라린 역사가 아프게 그려지면 격한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는 한 인간의 모습이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대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백정이라는 신분, 인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동물로 취급되던 그들의 삶. 그럼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세상의 모든 시선을 견디고 이겨내는 인간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뛰어난 자질이나 모든 것을 해결해내는 특출한 주인공이 아닌 모든 면에서 부족한 주인공의 모습에 더 큰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모습이 친일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의사는 의사로서 보아야 할 뿐이고 시대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모든 핑계아닌 핑계는 지금의 친일파들이 자기 합리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소설 자체로 본다면 문장이 쉽게 읽히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서양은 여전히 오늘도 강의원을 그 시린 눈으로 뚫어질 듯 노려보고 있는 사람의 집 앞에 멈춰 선 그의 뒤에 바짝 다가섰다' 위의 문장에서 '그'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문장을 몇번을 읽어야 했습니다. 뭔가 우리가 흔히 쓰는 말투와는 다르다는 느낌. 한국어를 공부하기는 하되 한국에서 살지는 않은 외국인의 문장이라는 느낌입니다. 문법적으로 전혀 틀리는 것은 없지만 한번에 뜻이 파악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더욱 책 읽는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습니다. 아쉽네요. 드라마 '제중원'에서 보여지는 닥터 알렌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의 닥터 알렌도 볼 수 있답니다. 드라마가 미화하지 않는, 보다 공감되는 그 시대의 모습과 인물들을 만나고 싶으시면 이 책은 한번 쯤 읽어 보실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