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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1 - 제1부 외장(外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는 하지만 길어야 2권짜리 정도.
10권 정도 되는 전집들을 읽는다는 것은 이제는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직장인이라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는 핑계아닌 핑계를 대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긴 호흡의 책들을 읽어낼 자신이 없다고 해야겠지요.
그래서 올해의 목표를 최소한 3개의 전집을 읽는 것으로 정하고
그 첫번째로 선택한 소설이 [객주]입니다.
1981년에 초판이 발행되었으니 2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소설이지만
[객주]라는 소설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테디셀러입니다.
유명한 소설을 이제야 읽는 것은 위에서 말한 변명아닌 변명 때문입니다.
총 9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하나씩 소설의 매력을 파악해 나가려 했습니다.
1권을 읽으면서 느낀 매력은 바로 사라져가는 우리말, 우리글의 멋드러진 매력이었습니다.
봉충다리에는 울력걸음 : 절뚝거리는 다리더라도 함께 걸으면 따라갈 수 있다는 뜻.
염초청 굴뚝 같다 : 마음이 검고 엉큼하다.
생게망게하다 : 하는 행동이나 말이 갑작스럽고 터무니없다.
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 : 무엇을 원망하기는 하지만 입속에서만 웅얼거려
그 말소리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 이르는 말.
어정뜨기는 칠팔월 개구리 : 몹시 엉뚱하고 덤벙대기만 함을 이르는 말.
어떠신가요?
때로는 은근하고 때로는 노골적이고 때로는 웃음이 묻어나는 멋진 표현들 아닌가요?
말 하나 하나, 글 하나 하나가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 낯설음에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이런 표현들에 익숙해지면 하나 하나에 담긴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해학과 자연을 관찰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지혜로움,
유교적 범절에 얽매이지 않은 일반 평민들의 거침없고 노골적인 표현들.
책을 읽는 내내 잊혀진 표현들이 살아 숨쉬고 그 말들을 사용한 보부상들의 삶이 되살아 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고전문학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고어사전'도 들고다닌던 기억에
지금도 사극에 나오는 웬만한 표현들이나 단어들은 꿰고있다고 자부하던 내가
이 책에 나오는 표현들을 차마 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얼마나 오만한 자신감이었는지...
그만큼 작가의 공부와 연구가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수많은 표현들을 발굴하고 소설에 사용해서 되살리는 일련의 작업에 박수를 보냅니다.
소설 [객주]의 첫번째 매력.
사라져가는 우리말의 질펀한 놀이마당 !!!
함께 즐겨보세요. 우리말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