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튼 탐정 동물기
야나기 코지 지음, 박현미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시튼의 동물기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내 기억에는 '늑대왕 로보'의 이름난 남아있을 뿐이다. 그래도 시튼의 동물기가 무척 재미있는 책이었다는 기억은 선명하다. 어린 시절 나의 필독서였고 지금은 내 아들의 필독서인 명작을 이렇게 기막히게 추리소설과 연결시킨 이 작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처음에 북카페에서 이벤트를 한다고 했을 때 제목만 보고 아들이 읽을 만한 책이라는 생각에 신청했다. 물론 아들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겠지만 이 책은 어른이 읽기에도 너무나 재미있는 기발한 발상과 기막힌 이야기를 가진 멋진 추리소설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튼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있는 동물학자나 화가의 모습이 아니다. 오랫동안 야생동물과 생활하면서 야생동물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생긴 뛰어난 관찰력과 직관을 통해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멋지게 추리해내는 명탐정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자신은 별로 한 것이 없고 동물들이 모든 사건을 풀었다고 얘기하지만 동물들의 단순한 동작에서 힌트를 얻어 사건을 풀어가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추리소설에서 익히 보아 왔던 명탐정의 모습을 닮아 있다. 그러나 온갖 트릭과 억지스러운 설정들이 넘쳐나는 다른 추리소설들과는 분명 다른 매력이 있다. 이야기마다 동물들이 나오고 동물들의 습성을 알려주는 동물학자의 모습과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의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시튼의 모습은 위인전이나 동물기에 박제된 시튼의 모습이 아니다. 책 속에 박제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동물학자이자 탐정이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었던 자연주의자였다.

  사건들이 아주 단순한 것에서 부터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어려운 트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추리소설의 재미를 보여주면서도 동물들의 활약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인간은 동물이 살아가는 자연을 파괴하고 들어가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연을 정복하려 하고 자연 위에 군림하려 든다. 인간이 자연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생태를 보면 그들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보다 훨씬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지구와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배웠다. 우리가 의도적 무시하는 이런 사실들을 다시 한번 일깨워서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 보호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결국 소설은 추리소설의 재미를 주면서도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따분할 수 밖에 없는 환경서적 보다는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니 일석이조라고 할까?

  어른이 읽어도 좋고 아이들이 읽어도 좋다, 추리소설로 읽어도 좋고 동물기로 읽어도 좋다. 한 권의 책으로 두 권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다. 드디어 시작된 추리의 계절의 서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작 1 - 천하를 취하게 할 막걸리가 온다!
이종규 지음, 김용회 그림, 허시명 감수 / 북폴리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최초의 막걸리는 대학교 1학년 야유회에서 마셨던 동래산성 막걸리이다. 그날 나는 새로 만난 동기들과 죽이 맞아 떡이 되도록 막걸리를 마셔댔고 23명의 과 여학생 모두를 껴안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날 이후 나에겐 막걸리 금지령이 내렸지만 내 대학생활에서 막걸리는 빼 놓을 수 없는 것들 중에 하나였다. 지금은 간이 나빠져서 알코올을 마실 수 없는 처지라 술자리에서 구경만하는 처지이지만 막걸리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아련한 추억이다. 요즘들어 막걸리가 새롭게 재조명되면서 '한류'스타의 자리까지 노리고 문화의 전 부문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에서 막걸리를 소재로 한 만화가 나왔다는 소식에 읽고 싶었는데 북카페 이벤트로 읽어 볼 기회가 생겼다. 한 권 짜리 만화라서 하루만에 다 읽었지만 이 책이 되살려 낸 그 시절의 기억은 여전히 흐믓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시골에서 평생 막걸리를 빚어 온 할머니와 함께 사는 태호는 망나니짓을 하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찮은 기회에 할머니의 막걸리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되면서 그에게 일생 일대의 최고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기에 내용은 짧고 1권은 등장인물의 소개에 그친 것이 아쉽다. 서평단으로 받은 책이라 1권 밖에 없어서 아쉽다. 2권까지 나온 책이기에 서점에서 2권을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평을 쓰기에는 너무 짧은 내용이지만 그래도 이 책에서 건져 올린 것은 많다. 그 옛날 아버지 심부름으로 들락거리던 마포 '최대포' 집의 풍경이 아련히 떠오르고 그날 동래산성에서 껴안아 주었던 23명의 여자 동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의도하지 않은 스타가 된 막걸리지만 막걸리가 치르는 유명세는 그저 반짝 지나가는 것일 뿐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막걸리에게는 한국인들의 정이 흐르고 있다. 막걸리에는 한국인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막걸리는 술 이상의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막걸리의 유명세에 허세가 끼어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막걸리에 대한 추억은 아무런 거짓이 없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막걸리를 마시며 그런 추억도 함께 마시는 것이다.

  만화의 스토리는 이제 시작이니 뭐라 말할 수 없다. 다만 중간 중간에 나오는 막걸리에 대한 상식들은 읽을 거리로 충분하다. 그저 먹고 즐기기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막걸리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 출판사의 전략은 성공한 것 같다. 1권을 읽은 사람이라면 2권을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1권을 내놓고 2권을 파는 전략이라고 할까? ^^ 바로 2권을 사서 읽어야 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D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PD수첩 제작진.지승호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회는 건강하다. 자신이 본 진실을 말해도 되는 상식적인 사회는 그러나 생각처럼 상식적이지 않다. 어느새 그런 사회를 꿈꾸는 것은 이상주의자로 비춰지는 세상이 되었다. 어린 시절 독재 시절에는 하고픈 말을 다 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세상은 이미 많이 변해서 대통령이 개그의 소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역사의 시계를 꺼꾸로 돌린 듯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시 '입조심'을 해야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입조심'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PD 수첩]이다. 황우석 사건, JMS 사건, 광우병 사건 등 우리 사회의 이슈를 생산해 온 '트러블 메이커'(?)인 이 프로그램이 탄생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단다. 그래서 [PD 수첩]에 참여했던 전현직 PD들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었다. 

  나 역시 '황우석 사건' 때 [PD수첩]을 폐지하라고 소리를 높혔던 사람이기에 이 책을 읽기가 부담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그 때의 [PD 수첩]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된 지금 난 반성하는 심정으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진실, 그들이 목숨걸고 지키고 싶었던 가치, 그들이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었던 희망을 보았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스가 다양해 졌다고 하지만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들었던 진실이라는 것이 진정 진실이었는지는 더욱 더 판단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PD 수첩]은 자신들은 진실을 말했다고 항변한다. 검찰이, 보수언론이, 이 정권이 억지로 만들어 낸 치욕을 감내하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목소리가 진실되게 느껴진다.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피의사실 공표'를 밥먹듯이 해대는 검찰, 자신들의 정책을 비판했다고 장관이 언론인을 고발하는 정권에서 그들의 힘있는 목소리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한다. 세상이 아무리 위협해도 진실을 외칠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꼭 지키고 싶어진다. 20년을 넘어 30년, 40년, 나아가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목소리의 볼륨을 낮추지 않고 우리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이 없어도 되는 세상을 꿈꾼다. 이 책에 나오는 PD들의 바램과 같이.

  그 동안 [PD 수첩]이 걸어온 길은 가진자와의 싸움, 힘있는 자들과의 투쟁,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이다. 그들은 거대 권력의 횡포에 반발했고 그 권력에 상처받은 힘없는 자들의 상처에 아파했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거대권력과의 싸움에서 이제 [PD 수첩]은 믿도 의지할 수 있는 무기가 된 것이다. 그러기까지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수많은 PD들의 열정과 눈물이 있었음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할 수 없기에 바라볼 수 밖에 없었지만 누군가는 대신 싸워주었으면 하는 싸움을 대신 해 준 [PD 수첩]에 뜨거운 박수밖에 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 그들의 지난 20년을 축하하며 앞으로 나아갈 20년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희망으로 자리잡기을 바라본다.

  중간 중간에 자화자찬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D들의 열정과 사회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프로그램에서 할 수 없었던 숨겨진 이야기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색다른 재미이다. 사회에 대한 생각이 없어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여름휴가 도서로 추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 안도현의 시집을 한권도 읽지 않았다. 그런데 시인이 쓴 소설이라는 것이 눈길이 가서 책을 읽게 되었다. 개인적인 취향이 시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시집을 잘 읽지는 않지만 시인들의 오랜 고민끝에 얻어 낸 시어들의 아름다움은 좋아하기 때문에 시인이 쓴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까지 있다. 세상에 치이고 생활에 치이다 보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동화를 기억하고 여유를 찾고는 하는데 이 책에서 기대한 부분도 그런 따뜻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를 휘젓다가 다시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여정을 통해 가슴 떨리는 사랑과 어딘가에 있는 희망을 찾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비쳐내고 있다. '은빛연어'와 '눈맑은 연어'의 여정은 우리네 삶과 닮아 있다.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만 견뎌내야 하는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관점을 가진 '은빛연어'가 마음을 읽어내는 '눈맑은 연어'와 아버지처럼 안아주는 '초록강'의 도움으로 자신만의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우리의 삶도 하루하루 견디는 것이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의미가 없는 삶은 하나도 없다라는 깨달음을 얻는 '은빛연어'를 통해 지금 힘겹고 지친 우리의 삶도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전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시인의 소설이기에 소설속에 나오는 단어 하나 하나가 아름답다. 소설의 장점인 서사적인 매력과 시가 가진 함축된 언어의 아름다움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소설을 읽었지만 시집을 읽은 기분이 든다. 우리의 말이, 우리의 글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시인의 고뇌로 탄생한 아름다운 시어들이 그대로 아름다운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소설과 시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짧은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소설이다.

  세상에 어렵고 힘들어 지칠 때 이런 소설 하나는 삶에 작은 쉼표 하나를 남겨줄 수 있는 훌륭한 피로회복제 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왕을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조선 왕을 말하다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역사관을 형성하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은 학교 때 역사선생님이 아니라 이덕일 선생이다. [사도세자의 고백], [조선왕 독살사건], [조선선비 살해사건], [정조와 철인 정치시대],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등 내가 읽은 그의 저서만도 책장의 2칸을 채우고 남음이 있다. 선생의 역사서를 통해 나는 조선사의 뼈대를 완성할 수 있었으며 이제는 어느 왕의 이야기가 나오든지 한참동안 그 시대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선생은 나에게 역사관을 재정립 해 주었으며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었기에 인생의 스승으로 생각한다. 선생의 신작인 [조선 왕을 말하다]는 기존에 내가 읽었던 수많은 그의 저서와 중복되는 내용이 많은 것이 사실이기에 나에게는 아쉬움이 있지만 조선의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쉽게 풀어 쓴 조선의 왕조사이다. 역사의 순간에서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가거나 흐름에 올라타야만 했던 최고 권력자의 선택이 당시의 백성들과 후세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역사서이다.

  '악역을 자처한 왕', '신하들에게 쫓겨난 왕', '전란을 겪은 왕', '절반만 성공한 왕'의 4가지 분류로 총 8명의 왕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태종과 세조, 연산군과 광해군, 선조와 인조, 성종과 영조의 이야기는 조선의 왕이라는 직책이 중국의 황제와는 다르게 혼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대부 중의 1등 사대부 이상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조선의 역사는 전기에 공신과 왕권의 대립,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이 후기에 왕권과 신권의 대립, 사색당파로 이어지는 사대부들의 권력투쟁의 역사였음을 알려준다. 그 투쟁의 가운데에 선 왕의 선택은 그대로 백성들의 삶과 직결될 수 밖에 없었으며 성군과 폭군의 차이도 여기에 기인함을 알 수 있다. 

  태종과 세조는 똑같이 왕권을 위해 피의 숙청을 단행한 왕들이지만 태종은 그 과정을 통해 개국초 공신들의 세상이었던 조선에서 공신들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강력한 왕권을 세종에게 넘겨줌으로써 조선 최고의 성군을 만든 업적이 있는 반면에 세조는 태종이 피를 묻히고 세종이 번영시켜 놓은 조선을 자신의 권력욕에 사로잡혀 다시 공신들의 세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연산군은 왕이 될 자질이 아니었으나 왕이 됨으로써 정치를 할 줄 몰라서 신하들에 휘둘리다 쫓겨났지만 광해군은 세계 정세를 바라보는 정확한 시각을 가졌음에도 신하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유교국가에서 패륜적인 폐모론으로 사대부의 적개심을 사서 명분없는 쿠데타로 물려난 왕이었다. 그 밖에 방계승통의 컴플렉스을 극복하지 못한 선조와 명분없는 쿠데타의 명분을 위해 전란을 감수했던 못난 인조, 정치적 개혁을 밀고나가기 보다는 현실 타협에 만족해야 했던 성종과 경종 독살설과 생모의 출신에 대한 컴플렉스로 노론의 세상을 만들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던 영조. 하나의 주제에 서로 다른 평가가 따르는 2명의 왕을 대비시킨 방식으로 지루할 수 있는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나간 역사서이다.

  이덕일 선생의 저서의 특징은 역사서이지만 재미있다는 것이다. 사서의 원문들을 인용하고 있지만 인용에 그치지 않고 그 뜻을 풀이해내고 그런 기사들이 나온 배경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쓰고 있다. 또한 역사서의 딱딱한 문체가 아니 역사소설에 가까운 문체로 역사서의 지루함을 탈피했다. 그래서 선생의 책을은 읽는 내내 역사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게 된다. 물론 사서의 원문을 선택하는 부분에서 선생의 주관적 역사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나 역시 선생의 역사관에 상당부분 동조하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힘있는 자의 논리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는 수많은 편견이 존재하고 의도된 왜곡들이 끼어들어 있다. 이런 왜곡과 편견들을 벗겨내면 비로소 역사의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연산군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희대의 난봉꾼이 아니었으며 영조는 우리가 알고있는 성군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런 진실된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왜곡과 편견을 없애고 새로운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이 책의 시도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명분없는 밀어부치기는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 인조의 명분없는 쿠데타는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치욕을 낳았고 선조의 명분없는 세자 흔들기는 광해군의 비극을 낳았으며 세조의 명분없는 왕위찬탈은 조선의 시계를 꺼꾸로 돌리는 역사의 반역이 되었다. 역사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소통이 없는 일부세력의 일방적인 밀어부치기가 얼마나 큰 역사의 과오로 남는지를... 지금의 정치지도자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역사의 교훈이다. 역사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고 지금도 기록되고 있는 현재이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역사의 교훈은 끝없이 되새겨야 한다. 지금의 정치 지도자들이 제발 이런 역사의 교훈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