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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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안도현의 시집을 한권도 읽지 않았다. 그런데 시인이 쓴 소설이라는 것이 눈길이 가서 책을 읽게 되었다. 개인적인 취향이 시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시집을 잘 읽지는 않지만 시인들의 오랜 고민끝에 얻어 낸 시어들의 아름다움은 좋아하기 때문에 시인이 쓴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까지 있다. 세상에 치이고 생활에 치이다 보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동화를 기억하고 여유를 찾고는 하는데 이 책에서 기대한 부분도 그런 따뜻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를 휘젓다가 다시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여정을 통해 가슴 떨리는 사랑과 어딘가에 있는 희망을 찾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비쳐내고 있다. '은빛연어'와 '눈맑은 연어'의 여정은 우리네 삶과 닮아 있다.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만 견뎌내야 하는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관점을 가진 '은빛연어'가 마음을 읽어내는 '눈맑은 연어'와 아버지처럼 안아주는 '초록강'의 도움으로 자신만의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우리의 삶도 하루하루 견디는 것이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의미가 없는 삶은 하나도 없다라는 깨달음을 얻는 '은빛연어'를 통해 지금 힘겹고 지친 우리의 삶도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전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시인의 소설이기에 소설속에 나오는 단어 하나 하나가 아름답다. 소설의 장점인 서사적인 매력과 시가 가진 함축된 언어의 아름다움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소설을 읽었지만 시집을 읽은 기분이 든다. 우리의 말이, 우리의 글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시인의 고뇌로 탄생한 아름다운 시어들이 그대로 아름다운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소설과 시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짧은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소설이다.

  세상에 어렵고 힘들어 지칠 때 이런 소설 하나는 삶에 작은 쉼표 하나를 남겨줄 수 있는 훌륭한 피로회복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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