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작 1 - 천하를 취하게 할 막걸리가 온다!
이종규 지음, 김용회 그림, 허시명 감수 / 북폴리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최초의 막걸리는 대학교 1학년 야유회에서 마셨던 동래산성 막걸리이다. 그날 나는 새로 만난 동기들과 죽이 맞아 떡이 되도록 막걸리를 마셔댔고 23명의 과 여학생 모두를 껴안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날 이후 나에겐 막걸리 금지령이 내렸지만 내 대학생활에서 막걸리는 빼 놓을 수 없는 것들 중에 하나였다. 지금은 간이 나빠져서 알코올을 마실 수 없는 처지라 술자리에서 구경만하는 처지이지만 막걸리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아련한 추억이다. 요즘들어 막걸리가 새롭게 재조명되면서 '한류'스타의 자리까지 노리고 문화의 전 부문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에서 막걸리를 소재로 한 만화가 나왔다는 소식에 읽고 싶었는데 북카페 이벤트로 읽어 볼 기회가 생겼다. 한 권 짜리 만화라서 하루만에 다 읽었지만 이 책이 되살려 낸 그 시절의 기억은 여전히 흐믓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시골에서 평생 막걸리를 빚어 온 할머니와 함께 사는 태호는 망나니짓을 하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찮은 기회에 할머니의 막걸리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되면서 그에게 일생 일대의 최고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기에 내용은 짧고 1권은 등장인물의 소개에 그친 것이 아쉽다. 서평단으로 받은 책이라 1권 밖에 없어서 아쉽다. 2권까지 나온 책이기에 서점에서 2권을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평을 쓰기에는 너무 짧은 내용이지만 그래도 이 책에서 건져 올린 것은 많다. 그 옛날 아버지 심부름으로 들락거리던 마포 '최대포' 집의 풍경이 아련히 떠오르고 그날 동래산성에서 껴안아 주었던 23명의 여자 동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의도하지 않은 스타가 된 막걸리지만 막걸리가 치르는 유명세는 그저 반짝 지나가는 것일 뿐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막걸리에게는 한국인들의 정이 흐르고 있다. 막걸리에는 한국인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막걸리는 술 이상의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막걸리의 유명세에 허세가 끼어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막걸리에 대한 추억은 아무런 거짓이 없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막걸리를 마시며 그런 추억도 함께 마시는 것이다.
만화의 스토리는 이제 시작이니 뭐라 말할 수 없다. 다만 중간 중간에 나오는 막걸리에 대한 상식들은 읽을 거리로 충분하다. 그저 먹고 즐기기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막걸리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 출판사의 전략은 성공한 것 같다. 1권을 읽은 사람이라면 2권을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1권을 내놓고 2권을 파는 전략이라고 할까? ^^ 바로 2권을 사서 읽어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