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메시지 -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개와 돼지 외 지음 / 수선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북카페에서 서평이벤트를 하는 경우 대부분 좋은 책들이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서평이 좋은 방향으로 쓰이게 되어 있다.
그런데 가끔은 이 책처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책들도 있다.
그런 경우 난 고민은 한다. 어떤 식으로 서평을 써서 올려야 하나?
개인적인 감상을 배제한 채 책의 장점만 부각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내 느낌 그대로 써서 책을 선택하는 사람에게 참고가 되게 할 것인가?
언제나 고민하지만 언제나 나의 선택은 같다. 최대한 솔직하게 쓰자.
내 스스로 구입한 책이 아니라 출판사에서 받은 책이니 표현은 최대한 순화해서.

이 책의 장점
이 책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 지구 환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명상을 통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정령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그들이 말하는 지구의 환경은 우리의 인식보다 훨씬 심각하고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들이 말하는 인간의 모습은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사악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강력하게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진다.
인식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고 이제는 실천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책.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닌 생활속의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세지.

이 책의 단점
우선 이 책은 어떤 의도로 기획되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라고 하지만 읽는 내내 명상에 대한 설교에 가깝다.
기획의도가 환경인지 자신들이 빠져있는 명상에 대한 전도인지 확인할 수 없다.
난 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 사람이기에 그들의 이런 식의 태도는 강한 반감을 가지게 한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을 알릴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속임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대안이라는 것도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개발을 중단하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대안은?
지금의 문명화된 사회에서 어떻게 개발을 중단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인가?
이 책의 대안들은 개발과 보존의 중간적 합의를 끌어내기 보다는 오로지 개발 반대에 매여있다.
이런 식의 주장은 누가 못하겠는가? 현실성 없는 대안은 그저 지껄임에 불과하다.

인간은 육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주장 또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뿐이다.
이론적으로 그럴지 몰라도 이미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 되어 버렸다. 
채식이 좋다는 것은 대부분 인식하고 있지만 인간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간의 먹는다는 행위는 그저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먹는다는 행위가 즐거움을 위한 욕구 충족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채식이 좋다고, 자기들이 그렇게 산다고 다른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하느 식의 말은 말이 아니다.
불쾌하고 기분 나쁘다. 그들이 무슨 권리로 나에게 이런 불쾌감을 주는가?

책을 보내 준 출판사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책은 나오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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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그저 한편의 야구소설로 알았다. 워낙에 야구를 좋아하니 이유없이 끌렸다.
서울대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 전하는 야구가 궁금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이 소설은 단순한 야구소설이 아니다. 
언제나 성공만을 경험했던 최고의 엘리트 집단의 실패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가 말하는 '성공'의 의미를 다시 묻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재미와 감동과 눈물과 웃음이 섞인 멋진 소설이다.

서울대에 야구부가 있다는 것은 야구팬이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들은 어릴때부터 선수로 키워져 온 사람들이 아니라 야구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일반적인 대학교 선수들과의 시합에서 그들이 이기기란 불가능한 사건이다.
그런 그들이 단 한번 이겼을 때 신문의 한쪽면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언제나 엘리트였고 승리만은 경험했던 그들이 지독한 패배를 거듭하며 야구를 하는 이유.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 소설에는 실제 서울대 야구부들도 인정할 정도의 리얼리티가 있다.
서울대 졸업 후 잘나가던 주인공이 한 순간의 실수로 낙오되어 그 시절을 회상하는 형태이다.
스스로가 현실적이 선택으로 안전한 선택만을 했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바라보는 성공.
그 성공의 기준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야구부 선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서울대 야구부원들의 캐릭터들이 살아있고 야구가 좋아 야구에 미치는 그들의 열정이 살아있다.
세상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성공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기준에서 성공한 한 사람의 이야기.
그의 삶을 바라보면서 나 역시 성공의 기준을 잘못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한다.
감독이 주인공에서 던진 한마디.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져야 투수 아이가?' 라는 말.
그 한마디에 이 소설이 전하는 메세지가 함축되어 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공을 던지고 있는가?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써 30년의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더듬는 이야기들을 추가했다고 한다.
나 보다 몇살 어린 작가의 나이이기에 그의 기억은 나의 추억들과 괘를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이야기하는 영웅들 - 박철순, 최동원, 선동렬, 박정태 등-은 나의 영웅들이고
그가 전하는 故김상진의 이야기는 나의 가슴에도 눈물을 흘리게 한다. 해태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프로야 역사에서 길이 남을 수많은 명승부들 중에서 끌어낸 이야기들도 새록새록 기억을 자극한다.
야구팬이라면 이 소설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정말 멋진 소설이다.

한 남자의 우직한 걸음을 끝까지 지켜보는 한 여자의 순정에 눈물이 난다.
긴 세월, 자신에게 눈길조차 허락하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의 심정을 남자인 내가 공감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남자를 지키는 그녀의 사랑이 한없이 부러워지는것은 어쩔 수 없다.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무뚝뚝한 말. '가시나, 보고싶었다'라는 남자의 말에 담긴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 두사람의 사랑이 한없이 부럽고 한없이 이쁘고 한없이 행복하게 느껴저서 나 또한 웃음이 났다.
게다가 그 결말이 해피엔딩이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역시 난 해피엔딩이 좋다.
야구라는 소설의 소재로 인해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희정의 사랑이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그녀의 사랑에 눈물을 흘릴 여성 독자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야구가 소재에 그치지 않고 야구를 통해 인생과 성공의 의미를 이끌어내는 소설.
거기다 재미와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이런 멋진 소설을 만난 것은 나에게 행운이었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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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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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든 생물은 바다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말은 우리도 태고의 언젠가는 물고기였던 기억이 DNA에 남아있다는 뜻이다.
소설의 주인공 '곤'은 이런 DNA적인 흔적에 '아가미'라는 형태적 흔적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버지의 선택에 의해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야 했던 그가
'아가미'라는 행태적 흔적이 원래부터 있던 것이었는지 죽음의 문턱에서 얻은 것인지는 모른다.
소설은 그렇게 세상에 버려진 '곤'이라는 인어왕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거품으로 사라진 인어공주의 비극과는 달리 슬프지만 비극은 아닌 현대판 인어왕자 이야기.

소설에서 곤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의 부모가 왜 이혼을 했는지, 그의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마치 세상에 뚝 떨어지듯이 버려진 곤의 삶에 대한 이야기만 잔잔하게 이어질 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부모의 품을 떠나 세상에 혼자서기를 시도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곤이 가진 아가미는 세상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시련을 비유한다.
그 중에서도 누구나 의식하며 살아가는 타인의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곤이 아가미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은 성장을 의미한다.
그렇게 난 이 소설을 하나의 성장소설로 읽었다.

시종일관 조용하게 서술되는 이야기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중간에 끊어짐이 없이 물이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는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이다.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지럽게 얽혀있는 대단한 구성의 소설도 대단하지만
등장인물들을 최소화 시키고 이야기의 뼈대를 단순하 시킨 이 소설의 이야기도 매력있다.
현실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이어서 어린시절 읽었던 예쁜 동화가 생각나기도 한다.
곤이 스스로를 숨기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내가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사람들에 대한
뒤늦은 미안함과 내 자신의 미숙함에 얼굴이 살짝 달아 오르기도 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조용히 가슴에 다가오는 동화같은 이야기.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래서 더욱 매혹적인 소설이다.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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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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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7'이라는 숫자가 길게 늘여진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전작이었던 [내 심장을 쏴라]로 나를 한눈에 사로잡았던 작가 정유정.
그녀의 신작을 선택하는데 잠시의 망설임도 없었음은 전작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지는 힘있는 서사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너무 좋았다.
이 소설 역시 힘있는 문장과 사연많은 주인공들 속에 치밀한 구성이 더해졌다.
읽는 내내 무겁고 답답했지만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스릴러 소설을 만났다는 느낌이다.
작가의 말 대로 '사실과 진실사이'에 있는 '그러나'를 이야기 하고 있는 소설은
그 '그러나' 속에 얽혀있는 등장인물들의 삶들이 치밀한 구성으로 최고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자신의 세계를 파괴한 인간에게서 그의 세계를 빼앗으려는 악마적 인간과
'운명이 느닷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의 실수에서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는 나약한 인간의 대결.
인물들의 대립과 갈등이 최고조에서 폭발했다가 7년의 숙성을 거쳐 2차 폭발을 일으키는 구성.
그 7년간의 숙성의 기간이 전혀 어색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풀어내 가는 작가의 힘.
7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앞뒤가 기가막히게 들어맞는 치밀한 구성의 힘이 최고의 매력이다.

오영제
어린시절 부터 소위 '대지주의 아들'로 성장하여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던 적이 없었고 실패한 기억도 없는 그에게 세상은 그의 것이다.
아내와 딸 마저 그의 통제를 벗어나면 '교정'이라는 이름의 폭력으로 제자리에 돌려 좋아야 하는 인간.
그런 그의 일상에서 아내는 달아나서 이혼소송을 요구하고 딸은 교정을 피해 달아나다 죽게된다.
다시 되돌려야 하지만 영원히 되돌릴 수 없도록 파괴되어 버린 자신의 삶에 대한 복수는 당연한 일.
어설프게 경찰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치밀하게 게획을 세워 사람들을 조종하는 모습에 치가 떨린다.
인간의 내재된 악마성을 상징하는 그의 냉정함과 차가움, 살이 떨리게 만드는 영리함과 치밀함.
그가 쳐놓은 덫에 걸린 최현수는 도망갈 틈이 없어 보이고 그의 계획은 완벽하게까지 느껴진다.
인간이 얼마나 악마적으로 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그는 사실에 가려진 진실에서 최고의 악역이다.

최현수
한 때 촉망받는 야구선수 였으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부상으로 좌절해야 했던 사내.
자신의 꿈이었던 야구를 잃어버렸으나 또다른 꿈인 아들 서원을 얻어 그를 위해 살아갔던 사내.
운명이 그를 원하지 않는 장소에 내던져 버렸을 때 순간의 실수로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버린 사내.
사소한 실수가 또 다른 실수를 낳고 실수는 눈덩이처럼 커져 마침내 그의 운명마저 삼켜버린다.
자신을 삼켜버린 운명과 어린 날의 기억속에 그를 놓아주지 않는 과거의 악령에 사로잡혀
방황하고 해메이고 이리저리 채이지만 누군가 자신의 아들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운명과도 같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만 했던 그의 모습에 안쓰러움을 느낀다.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그의 행동을 정당화 할 수 없지만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그의 선택과 판단을 마냥 비난할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다. 오영제의 덫에 걸린 그의 운명이 안타까울 뿐.

오영제와 최현수라는 두 주인공의 대결 속에 그것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안승환이라는 인물이 나오고
현수의 아들이자 영제의 복수의 대상이 된 불행한 운명의 최서원의 삶이 보태진다.
현수의 사고의 최종 방아쇠 역할을 한 그의 부인 강은주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필요한 역할을 한다.

이야기의 힘만으로도 최고의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에 많은 주제의식이 담겨져 있다.
가정폭력, 왕따, 범죄자의 가족에 대한 냉대, 돈 앞에 무너지는 가족의 붕괴까지...
소설의 주 무대인 세령호에 시종일관 짙게 깔려있는 무거운 안개처럼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겁다는 이유로 책을 놓아버릴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책의 마지막 몇장까지 이어지는 긴장감과 표지의 7자처럼 질기에 이어지는 악몽의 밤이
읽는 이의 발목을 붙잡아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빠지면 쉽게 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소설이다.
남성적인 힘과 여성적인 섬세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정유정의 매력적인 문장은 보너스이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스릴러 소설이다. 강추 !!!

P.S :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를 바래본다.
         겉과 속이 다르고 냉정함과 잔인함이 공존하는 오영제의 캐릭터는 이정진
         운명에 휩쓸리지만 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최현수 캐릭터는 김윤식이나 최민식 추천 !!
         단, 최현수의 캐릭터는 덩치가 커야 할텐데 마땅히 떠오르는 남자배우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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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팔천 - 나도 사람이 되고 싶다
이상각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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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신분에 대한 의식이 남아있던 기억이 난다.
'천방지축마골피'하는 성을 가진 친구들에게 '상놈'이라고 놀렸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신분제도라는 것이 이성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퍼진건 최근의 일이다.
지금은 사극에서 나타나는 신분제도와 적서차별에 대한 불합리함을 인정하지만
불과 100여년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엄연한 신분제도가 존재하는 나라였다.
이 책은그런 신분제도 중에서도 최하층을 형성했던 천민들의 이야기이다.

역사 자체가 승자의 기록이고 양반의 기록이기 때문에 평민들의 기록도 보기 힘든데
하물려 역사에서 천민들의 기록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의 생활에서 찾아본다면 민속촌의 모든 전통들이 천민들의 일이었다.
노비, 백정, 기생, 공장, 백정, 승려, 무당, 상여꾼 등 조선팔천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정치적인 이유와 유교에 대한 숭배로 인해 천민으로 떨어져야 했던 승려,무당을 제외하면 
모두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나 양반들의 손으로 하기 싫었던 일들을 했던 이들이다.
지배층은 양반들이었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조선 사회를 움직이게 한 것은 바로 이들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한줌도 안되는 양반들에 의해서 강요되었던 신분제도.
그 최하층에서 사람대접도 받지 못했던 그들의 삶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책은 조선의 8대 천민들을 주제로 그들의 생성과정과 천민으로 떨어지게 되는 과정,
그들이 등장하는 몇 안되는 역사의 기록들을 보여주고 그들이 계승한 전통문화를 보여준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민속사의 대부분이 그들의 일상의 기록임을 알려준다.
어떤 역사관을 주입하기 보다는 역사 속에서 천민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내서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은 교양역사서이기는 하지만 역사서의 범주에 넣기에 애매한 책이기도 하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들의 삶과 그들이 역사에 남겨놓은 흔적들을 따라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조선이라는 사회가 양반들의 온갖 악행으로 일반인들이 고통을 받았던 사회임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알려지는 사건들을 보면 그들의 악행이 상상을 초월했음에 치가 떨린다.
노비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한 가족을 생이별 시키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비인륜적 처사들과
불교의 핵심교리인 '살생을 금한다'를 어기게 하면서 백정의 일을 승려에게 부과했던 치사함들,
자신들의 기득권에 위협이 되자 '향약'을 통해 상여꾼들을 천민으로 만들어 버리는 비열함 등.
정말 한 줌도 안되는 양반들의 행태가 부끄러움을 넘어 분노를 가지게 만든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오직 지금의 우리가 우리의 상황에 맞춰 판단하는 것일 뿐이다.
신분제도라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살았더라면 그 모든것이 정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회라는 것이 공통으로 받아들이는 가치관과 도덕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가치관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그와 동시에 우리 사회가 잘못된 가치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도록 지적하고 감시해야 함을 깨닫는다.
역사를 통해 뭔가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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