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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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게이고의 소설을 읽고나서 '다소 실망'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
언제나 게이고의 소설은 아무 고민없이 선택했고 언제나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그런데 이 소설은 다소 실망이다. 물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소 아쉬울 뿐. 

찾는 사람이 줄어들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신케쓰 스키장이 개장하던 날.
슬로프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메일이 도착한다. 이유는 환경파괴.
다소 어이없는 이유이지만 협박의 신빙성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승객의 안전 보다는 스키장의 경영에 우선을 둔 경영자들은 협박범의 요구를 들어준다.
한 두 명의 인질이 아니라 스키장 전체를 인질로 삼은 희대의 협박범과의 대결이 시작된다. 

설원을 배경으로 한 범죄극의 형태를 지닌 이 소설은 이 계절에 딱 맞는 소설이다.
우리나라에도 스키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배경 자체로 이목을 끈다.
게다가 스키장 전체를 볼모로 삼은 협박이라니... 그 대범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범인의 지시에 끌려가는 경영진과는 달리 범인을 추격하는 패트롤 요원들의 활약도 재미있다.
특히나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 본 적이 없는 내가 읽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속도감은 백미다.
범인과 패트롤 요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중간 중간에 나오면서 짜릿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스키장 경영진과 스키장에서 사고로 아내를 잃은 아빠와 아들, 스키를 즐기는 여유로운 노부부,
사고로 인한 슬로프 폐쇄로 나날이 시들어가는 인근 마을 사람들, 순수한 열정의 스키어 까지.
사건에 이런 저런 이유로 엮이게 되는 등장인물들 하나 하나가 흥미롭고 잘 짜여진 구조에 묶여있다.
게이고의 실력은 전혀 줄지 않았고 마지막에 크지는 않지만 나름 괜찮은 반전도 여전하다.
전반부의 사소한 복선들을 조합하여 마지막에 사건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특유의 능력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내가 '다소 실망'이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스키라는 스포츠에 대한 나의 무지함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가 스스로 만능스포츠맨이고 훌륭한 스키어이다 보니 전문용어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해가 안된다.
그러니 머리속으로 장면을 그리기가 어렵고 생생함이 많이 떨어진다. 그저 글자로 보인다.
우리보다 동계스포츠와 생활스포츠가 활성화 된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생생하다고 느꼈을테지만
내가 읽기에는 많이 어려웠다. 근본적인 원인은 나에게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비슷하지 않을까?
두번째는 역시 개인적인 문제이겠지만 게이고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내가 예상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게이고의 소설은 사건의 키가 되는 부분을 전반부에서 알아채기 힘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가서는 다시 앞쪽으로 돌아가서 그 부분으 다시 읽기를 여러번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전반부를 읽으면서 후반부에 키가 될 만한 단서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사건의 진실과 다른 작가의 트릭도 눈에 보이는 상황이었고 마지막 반전도 어느정도 예상이 됐다.
게이고의 소설에서 내가 예측이란 걸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작은 실망을 안긴다.
마지막으로 너무 착한 결말이다. 이 소설의 결말은 너무 착하고 우연이 많이 작용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결말을 말할 수는 없지만 너무 착하게 마무리 지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고 모두가 착하게 마무리 되는 해피엔딩.
게이고가 언제부터 이런 착한 작가가 되었는가?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수학교사, [붉은 손가락]에서 아들, [백야행]의 남자 주인공까지...
어떻게든 좋은 결말로 끝내기를 바랬던 안타까운(?) 범인들은 가차없이 처벌하던 게이고였는데...
나이가 들어서 게이고의 성격이 다소 부드러워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 결말이 너무 아쉽다.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 진다고 한다. 영화로 만든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시원한 설원을 배경으로 한 거대한 추격전 하나 만으로도 영화의 재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재미는 충분하지만 개인적으로 게이고의 매력을 반감시킨 소설이기도 하다. 다소 실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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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자이언츠 때문에 산다 한국프로야구단 시리즈 3
김은식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30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8번이나 꼴찌를 했던 구단.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4시즌 연속 꼴찌를 했던 구단.
창단 후 단 한번도 시즌 1위를 하지 못한 유일한 구단.
그럼에두 불구하고 30년 중에 8년을 100만 관중을 기록한 구단.
해태(기아) 타이거즈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MVP를 배출한 구단.
세계신기록인 9게임 연속홈런의 기록을 가진 선수를 가진 구단.
4강에 들지 못하고도 시즌 MVP를 배출한 유일한 구단.
'신이 부산에 최고의 팬과 최악의 구단을 주었다'는 말로 상징되는 구단.
누가 뭐래도 한국 프로야구 흥행의 절대적 Key를 가지고 있는 구단.
30년 골수광팬 나 자신도 항상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구단, 롯데 자이언츠. 

맞다! 이 책은 그 롯데 자이언츠의 30년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극성스러운 팬들의 기질과 자이언츠에 새겨진 DNA를 설명한 책이다.
왜 나는 자이언츠에 빠져 사는가? 자이언츠는 어떻게 부산에서 종교가 되었나?
궁금한가? 그렇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
단 한번도 풍족한 지원을 받지 못했으면서도, 단 한번도 리그를 지배하지 못했으면서도
2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 그리고 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명승부를 만들어냈던 그들의 이야기를. 

최동원의 시대를 거쳐 김민호의 시대를 지나 염종석의 시대와 주형광의 시대, 그리고 이대호의 시대까지.
자이언츠의 30년 역사는 그 어떤 드라마 보다 강한 중독성을 지닌 자이언츠 야구의 DNA를 보여준다.
스토브리그에서는 언제나 구단의 처사에 분노하고 다시는 야구 안 본다고 화를 내다가도
시즌만 시작하면 사직에서, 잠실에서, 문학에서 목이 터져라 '자이언츠'를 외치는 나의 광기를 설명한다.
그 역사속에는 가슴에 묻은 영웅도 있었고 안타깝게 보내야 했던 슬픈 영웅도 있었고
짧은 순간 찬란히 빛나다가 사라져버린 영웅도 있었고 여전히 찬란히 빛나는 영웅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영웅들과 함께 해 나갔던 나의 청춘과 추억이 담겨있다.
가족과 함께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계속 만들어 나갈 기억도 담겨있다.
그 역사 속에서 내가 '자이언츠'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가 담겨 있다. 

내 아들은 아무런 이유없이 아빠 때문에 '롯빠'가 되어 버렸다.
이 책을 통해 아들에게 내가 왜 광팬이 되어야 했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롭게 자이언츠 야구에 중독된 사람이라면 지독한 중독성의 원인을 조금은 알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나처럼 오래된 광팬이라면 피속에 흐르는 자이언츠라는 마약을 다시 기억하는 책이 될 것이다.
그 누구든 자이언츠 팬이라면 100% 만족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강추 !!! 

덧. 서평에서 가급적 '롯데'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난 '롯데'라는 기업이 싫다.
덧2. 제발 롯데가 자이언츠를 놓아주어서 '부산 자이언츠'로 날아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
덧3. 어쩌면 롯데의 그 지독한 처우가 자이언츠 팬들을 뭉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덧4. 어찌되었든 나의 사랑스러운 선수들아. 난 오늘도 니들 떄문에 산다 아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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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양장본)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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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학교 때 처음 매킨토시를 만났던 것을 기억한다.
MS-DOS로 컴퓨터를 배우던 전산학과 대학생에게 매킨토시는 꿈의 컴퓨터 였다.
초록 바탕에 노란 글씨가 대부분이던 텍스트 중심의 PC세계에서
GUI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매킨토시는 눈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너무 비싸고 호환이 되지 않는 폐쇄성으로 인해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내 예상대로 개방성을 무기로 한 MS의 PC들이 매킨토시를 이기고 PC세계를 장악했다.
그렇게 나에게 애플은 이쁘지만 비싸고 폐쇄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었고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처음 아이폰이 발매되었을 때에도 애플의 이미지가 남아있어 사용하지 않았지만
개발자의 호기심으로 개발을 위해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애플에 대한 이미지는 완전히 바뀌었다.
도대체 애플의 무엇이 反애플 정서의 나를 애플빠에 가깝게 만들었을까?
애플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누가 뭐라해도 스티브 잡스이다. 이제 그는 없지만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자서전이나 누구의 전기를 잘 읽지 않는 내가 그의 자서전을 읽기 까지는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국내에서 나온 자서전이나 전기들과는 다르게 자화자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서전의 주인공인 잡스의 변명이나 자화자찬으로 일관되어 있었다면 나는 많이 실망을 했을 것이다.
잡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잡스의 입장만 대변하거나 잡스의 편을 들지 않는다.
하나의 사건에 얽혀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일일이 인터뷰를 해서 그 사건에 대한 입체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그런 사건들 하나 하나가 모여서 잡스의 일생을 구성하면서 그의 본질적 모습에 다가가고 있다.
그가 보여주었던 비정상적인 태도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강한 자신감과 추친력의 근원을 파헤친다.
애플이 지금껏 유지하고 있는 폐쇄성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제품들에 담긴 철학을 이야기 한다.
애플이라는 회사의 DNA를 완성시킨 잡스의 세계관과 예술적 감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서 난 애플의 DNA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이 끝까지 유지하고자 하는 폐쇄성과 통합된 사용자 경험의 주는 장점과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난 그들의 철학을 한번도 이해하려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우리는 TV를 일일이 분해하려 하지 않지만 PC는 분해하려 한다.
누구나 자신의 PC나 스마트폰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경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러다 보니 개방성에 더 많은 손을 들어주는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탈옥의 끝은 순정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개인화는 하나로 수렴된다.
어째서 PC나 스마트폰은 TV나 냉장고처럼 단순해지면 안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TV나 냉장고 처럼 PC나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자제품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잡스가 생각한 PC는 TV나 냉장고 처럼 사람들이 아무런 고민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그 모든것을 통제하고 제어하여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
폐쇄성을 바탕으로 한 통일성과 단순함으로 사람들에게 최고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
그러면서 제품의 질을 최고로 만들어서 그 누구에게도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를 항상 채찍질하고 때로는 가혹하게 다루었던 그 치열함의 과정들.
이 책을 통해서 그 과정을 보았기 때문에 난 어쩌면 더 애플을 좋아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개이적인 삶에서 잡스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일생을 통해보면 그는 오만에 가까운 자신감으로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몰아갔고
가족에게도 좋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되지 못했으며 직원들에게 좋은 상사가 되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런 성격적인 결함마저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과 예술적 감성이 담긴 최고의 제품으로 승화시켜
우리의 삶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온 그의 업적은 에디슨에 버금가는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기까지는 그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협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잡스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의 일생을 따라가는 여정은 내가 먹고사는 IT세계의 역사를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한 인간이 이렇게 많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냈고 그것이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의 밥벌이가 되었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지금의 우리 사회와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이른 죽음이 안타깝다. 그가 심어놓은 애플의 DNA가 지속적인 혁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잡스의 죽음으로 열풍이 분 이 책이 모두에게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그가 기여한 공로를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9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와 커다란 판본이 주는 압박감만 이겨낼 수 있다면...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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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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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K-POP. 
욘사마를 필두로 일본에 진출하며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드라마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는 문학작품들.
올림픽, 월드컵, WBC 등 국제대회에서의 우수한 성적으로 스포츠 강국으로 떠오른 대한민국.
심심찮게 1000만 관객 영화가 등장하며 질적인 성장을 이루었다는 한국영화.
정부가 광고하고 여론이 몰아가는 한국 문화의 모습은 세계를 향한 힘찬 전진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우리 문화의 모습도 그럴까? 한국의 문화는 발전하고 있는 걸까?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가 한국 문화의 참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학자가 무슨 문화를 말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문화경제학'이었다.
즉, 문화로 돈을 벌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히는 방안을 찾는 고민이다.
이 책에서는 방송/출판/영화/음악/스포츠의 5가지 카테고리로 문화산업을 분류하여
현장에서 느끼는 한국 문화산업의 실제적인 모습과 정책적 실수들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을 하고
한국의 문화산업이 고사하지 않고 돈을 버는 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적 대안들을 제시한다. 

스타들의 화려함을 만들어 내는 드라마 작가들의 대부분은 박봉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다.
방송사는 경영합리화를 명분으로 1년에 한두명의 PD만 새로 뽑을 뿐이다. 나머지는 외주제작이다.
외주제작사들은 이미 정해져 있고 점점 줄어드는 수입을 나눠갖기 위해 제로섬 게임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제작 스태프들의 처우는 갈수록 열악해지고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삶의 질은 낮아진다.
출판의 경우는 더욱 심해서 대한민국에서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는 100여명 안팎이라고 한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편집자들의 현황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도서관은 '토건세력'의 노력(?)으로 겉모양은 화려하지만 내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왜곡된 모습이고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은 직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직종이 되어 버렸다.
한국의 영화산업은 그나마 오래 버텼다고 하지만 스크린쿼터의 죽소로 인해 점점 고사되어 가고 있다.
영화 스태프들의 비인간적인 처우와 보수는 이미 수차례 언론에 보도 되기도 했다.
연극은 이제 살아남을 가능성이 점점 더 희박해지는 분야가 되었다.
한 때 1년에 100만장 이상 판매한 음반이 여러개 나왔었던 음반시장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1년에 음반 구입에 사용하는 비용이 가구당 불과 300원이라는 현실은 믿어지지 않는다.
엘리트 스포츠 중심의 체육은 국수주의로 빠져들어 선수들의 가혹한 희생을 강요하는 실정이고
엘리트 체육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은 은퇴 후 먹고 살 길이 없어 생계유지가 힘든 지경이다.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를 양성하기 보다는 국가가 원하는 스포츠를 양성한 결과 사회체육은 무너지고
우리 국민의 체력은 OECD 국가 중 최악이라는 결과는 스포츠 분야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체육은 필요없는 과목으로 인식되면서 운동 잘하는 아이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 문화산업의 실태는 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비참하다.
20대는 문화산업에서 일하고 싶은 의지와 열정이 가득한데 사회에서는 그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문화가 경제와 연결되 않는다는 인식을 가진 '토건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문화의 살 길은 무엇인가?
저자는 문화가 돈이 되는 사회, 국민이 고급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사회로 가기 위한 대안들을 제시한다.
정책적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인디음악, 비주류 영화, 사회체육, 지역 도서관과 서점에 대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작가들, 스태프들, 배우들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한다.
약간의 억지스러움이 보이는 방안들도 있지만 대부분 지금 당장이라도 실시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방안들이다.
다만 문화를 산업으로 보지 않는 지금의 '토건족 정권'이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제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지금 한국의 문화산업은 고사와 성장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좀 더 많은 돈을 문화에 투입해 보자.
1년에 한 두번은 공연장을 찾아가고 스스로 사회체육을 찾아서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달에 한권 정도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구입해서 자신만의 콜렉션을 만드는 것도 좋다.
비용이 없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죽자고 마시는 음주문화의 5분의 1의 비용이면 충분한 비용이다.
다만 우리 국민들은 팍팍한 삶에서 문화를 즐길 여유를 찾지 못한 것 뿐이다. 

무심코 지나가고 정책성 광고에 왜곡된 시선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문화라는 산업.
21세기에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될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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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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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너무 친한 친구들]을 읽은 직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소설은 그즈음에 베스트셀러 소설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지금도 상위권에 있다.
궁금하기도 하고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독일소설을 읽은 직후이기도 했고
내 몸속에 베어있는 '베스트셀러 기피 증후군' 때문에 일부러 이 책을 외면했었다.
- 문제는 결국 내가 기피했던 베스트셀러들을 언젠가는 읽는 다는 것이다. -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집어 든 이 소설은 책을 놓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딱! 맞는 소설. 스티븐킹으로 대표되는 스릴러 장르에서 이 작가를 만난 건 행복이다. 

소설은 시각장애인 소녀가 누군가에게 납치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 후 10년. 비슷한 외모의 시각장애인 소녀가 또다시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가 시작된다.
10년전 사라진 소녀의 오빠이자 유럽 복싱 챔피언이 된 막스와 담당형사 프란치스카는 추적을 시작한다.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숨겨놓지 않는다. 처음부터 범인의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다만 일반인과는 다른 심리상태를 가진 범인의 심리와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공포를 극대화 시킨다.
제대로 저항도 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 소녀를 납치해서 온갖 독충들이 우글대는 한 가운데 던져 넣는다.
그리고는 소녀가 독충들에게 사냥(?) 당하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소녀가 독에 의해 쓰러지면 해독제로 다시 살려내고 음식으로 체력을 회복 시킨 후 다시 던져넣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인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그런 심리를 가지게 된 원인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막스는 10년전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여동생을 잃어버린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막스가 가진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 과거와 범인을 추적하면서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다.
피해자인 사라의 심리는 가장 끔찍하다. 공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범인이니까.
한없이 부드러운 범인의 행동에 숨겨진 내면의 무시무시함에 경악하고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벌인다.
공포에서 체념, 범인에게 의지하고 반항을 포기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심리의 변화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각각의 등장인물의 심리에 대한 묘사와 범인을 좁혀가는 추리의 과정이 끝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게 만든다. 

사이코패스의 원인이 유전적 요인인지 환경적 요인인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적어도 소설속에 나오는 많은 사이코패스들의 원인은 환경적 요인인 경우가 많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범인도 어린시절의 학대와 그로 인한 심리적 파괴과 결국 사이코패스로 이어진 경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범죄는 너무도 잔인하고 끔찍하기 때문에 동정의 여지가 없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막스의 동생 지나의 모습이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그녀가 견뎌야 했던 고통.
수없이 반복된 절망과 희망의 곡예 속에서 그녀가 느꼈을 심리적 상처는 얼마나 깊은 것일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한순간에 딸을 잃은 막스의 아버지의 상처도 깊이 공감이 된다.
물론 그런 상처를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음으로써 벗어나려 했던 그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지만... 

사이코 패스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극대화 되기 때문에 흔적을 많이 남긴다고 한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함 때문에 쉽게 잡히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은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추리해내면 여기저기에 널린 것이 범인의 흔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설에 나오는 범인도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게 위장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흔적을 지우려 노력한다거나 하는 모습은 그려지지 않는다. 전형적이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다.
작가은 독일에서 스릴러의 천재로 불린다고 한다. 소설을 읽고 난 후 100% 공감한다.
스티븐킹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그의 소설에 필적하는 재미있고 무서운 스릴러를 만나 기분이다. 

결국 언제나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인간의 천적은 결국 인간이라는 씁쓸하고 무서운 진실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멋진 스릴러.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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