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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평점 :
한류 열풍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K-POP.
욘사마를 필두로 일본에 진출하며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드라마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는 문학작품들.
올림픽, 월드컵, WBC 등 국제대회에서의 우수한 성적으로 스포츠 강국으로 떠오른 대한민국.
심심찮게 1000만 관객 영화가 등장하며 질적인 성장을 이루었다는 한국영화.
정부가 광고하고 여론이 몰아가는 한국 문화의 모습은 세계를 향한 힘찬 전진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우리 문화의 모습도 그럴까? 한국의 문화는 발전하고 있는 걸까?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가 한국 문화의 참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학자가 무슨 문화를 말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문화경제학'이었다.
즉, 문화로 돈을 벌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히는 방안을 찾는 고민이다.
이 책에서는 방송/출판/영화/음악/스포츠의 5가지 카테고리로 문화산업을 분류하여
현장에서 느끼는 한국 문화산업의 실제적인 모습과 정책적 실수들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을 하고
한국의 문화산업이 고사하지 않고 돈을 버는 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적 대안들을 제시한다.
스타들의 화려함을 만들어 내는 드라마 작가들의 대부분은 박봉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다.
방송사는 경영합리화를 명분으로 1년에 한두명의 PD만 새로 뽑을 뿐이다. 나머지는 외주제작이다.
외주제작사들은 이미 정해져 있고 점점 줄어드는 수입을 나눠갖기 위해 제로섬 게임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제작 스태프들의 처우는 갈수록 열악해지고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삶의 질은 낮아진다.
출판의 경우는 더욱 심해서 대한민국에서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는 100여명 안팎이라고 한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편집자들의 현황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도서관은 '토건세력'의 노력(?)으로 겉모양은 화려하지만 내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왜곡된 모습이고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은 직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직종이 되어 버렸다.
한국의 영화산업은 그나마 오래 버텼다고 하지만 스크린쿼터의 죽소로 인해 점점 고사되어 가고 있다.
영화 스태프들의 비인간적인 처우와 보수는 이미 수차례 언론에 보도 되기도 했다.
연극은 이제 살아남을 가능성이 점점 더 희박해지는 분야가 되었다.
한 때 1년에 100만장 이상 판매한 음반이 여러개 나왔었던 음반시장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1년에 음반 구입에 사용하는 비용이 가구당 불과 300원이라는 현실은 믿어지지 않는다.
엘리트 스포츠 중심의 체육은 국수주의로 빠져들어 선수들의 가혹한 희생을 강요하는 실정이고
엘리트 체육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은 은퇴 후 먹고 살 길이 없어 생계유지가 힘든 지경이다.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를 양성하기 보다는 국가가 원하는 스포츠를 양성한 결과 사회체육은 무너지고
우리 국민의 체력은 OECD 국가 중 최악이라는 결과는 스포츠 분야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체육은 필요없는 과목으로 인식되면서 운동 잘하는 아이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 문화산업의 실태는 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비참하다.
20대는 문화산업에서 일하고 싶은 의지와 열정이 가득한데 사회에서는 그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문화가 경제와 연결되 않는다는 인식을 가진 '토건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문화의 살 길은 무엇인가?
저자는 문화가 돈이 되는 사회, 국민이 고급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사회로 가기 위한 대안들을 제시한다.
정책적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인디음악, 비주류 영화, 사회체육, 지역 도서관과 서점에 대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작가들, 스태프들, 배우들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한다.
약간의 억지스러움이 보이는 방안들도 있지만 대부분 지금 당장이라도 실시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방안들이다.
다만 문화를 산업으로 보지 않는 지금의 '토건족 정권'이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제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지금 한국의 문화산업은 고사와 성장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좀 더 많은 돈을 문화에 투입해 보자.
1년에 한 두번은 공연장을 찾아가고 스스로 사회체육을 찾아서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달에 한권 정도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구입해서 자신만의 콜렉션을 만드는 것도 좋다.
비용이 없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죽자고 마시는 음주문화의 5분의 1의 비용이면 충분한 비용이다.
다만 우리 국민들은 팍팍한 삶에서 문화를 즐길 여유를 찾지 못한 것 뿐이다.
무심코 지나가고 정책성 광고에 왜곡된 시선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문화라는 산업.
21세기에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될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