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아마도 [너무 친한 친구들]을 읽은 직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소설은 그즈음에 베스트셀러 소설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지금도 상위권에 있다.
궁금하기도 하고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독일소설을 읽은 직후이기도 했고
내 몸속에 베어있는 '베스트셀러 기피 증후군' 때문에 일부러 이 책을 외면했었다.
- 문제는 결국 내가 기피했던 베스트셀러들을 언젠가는 읽는 다는 것이다. -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집어 든 이 소설은 책을 놓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딱! 맞는 소설. 스티븐킹으로 대표되는 스릴러 장르에서 이 작가를 만난 건 행복이다. 

소설은 시각장애인 소녀가 누군가에게 납치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 후 10년. 비슷한 외모의 시각장애인 소녀가 또다시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가 시작된다.
10년전 사라진 소녀의 오빠이자 유럽 복싱 챔피언이 된 막스와 담당형사 프란치스카는 추적을 시작한다.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숨겨놓지 않는다. 처음부터 범인의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다만 일반인과는 다른 심리상태를 가진 범인의 심리와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공포를 극대화 시킨다.
제대로 저항도 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 소녀를 납치해서 온갖 독충들이 우글대는 한 가운데 던져 넣는다.
그리고는 소녀가 독충들에게 사냥(?) 당하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소녀가 독에 의해 쓰러지면 해독제로 다시 살려내고 음식으로 체력을 회복 시킨 후 다시 던져넣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인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그런 심리를 가지게 된 원인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막스는 10년전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여동생을 잃어버린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막스가 가진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 과거와 범인을 추적하면서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다.
피해자인 사라의 심리는 가장 끔찍하다. 공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범인이니까.
한없이 부드러운 범인의 행동에 숨겨진 내면의 무시무시함에 경악하고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벌인다.
공포에서 체념, 범인에게 의지하고 반항을 포기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심리의 변화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각각의 등장인물의 심리에 대한 묘사와 범인을 좁혀가는 추리의 과정이 끝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게 만든다. 

사이코패스의 원인이 유전적 요인인지 환경적 요인인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적어도 소설속에 나오는 많은 사이코패스들의 원인은 환경적 요인인 경우가 많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범인도 어린시절의 학대와 그로 인한 심리적 파괴과 결국 사이코패스로 이어진 경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범죄는 너무도 잔인하고 끔찍하기 때문에 동정의 여지가 없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막스의 동생 지나의 모습이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그녀가 견뎌야 했던 고통.
수없이 반복된 절망과 희망의 곡예 속에서 그녀가 느꼈을 심리적 상처는 얼마나 깊은 것일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한순간에 딸을 잃은 막스의 아버지의 상처도 깊이 공감이 된다.
물론 그런 상처를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음으로써 벗어나려 했던 그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지만... 

사이코 패스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극대화 되기 때문에 흔적을 많이 남긴다고 한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함 때문에 쉽게 잡히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은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추리해내면 여기저기에 널린 것이 범인의 흔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설에 나오는 범인도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게 위장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흔적을 지우려 노력한다거나 하는 모습은 그려지지 않는다. 전형적이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다.
작가은 독일에서 스릴러의 천재로 불린다고 한다. 소설을 읽고 난 후 100% 공감한다.
스티븐킹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그의 소설에 필적하는 재미있고 무서운 스릴러를 만나 기분이다. 

결국 언제나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인간의 천적은 결국 인간이라는 씁쓸하고 무서운 진실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멋진 스릴러.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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