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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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운명이고 사랑이었던 여인을 떠나보내야 했던 조선의 젊은 태양 - 훤.

단 하나의 운명이고 사랑이었던 남자의 곁을 떠나 숨어지내야 했던 달 - 연.

죽음마저 갈라 놓을 수 없었던 왕과 액받이 무녀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의 사이에 놓여있는 벽은 서로의 마음도 아니고 밀고 당기는 연애도 아니다.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이 놓인 위치와 그들을 둘러싼 상황이 벽이었다.

그들만의 힘과 의지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한 벽.

안타깝고 애절하고 그래서 더 아름다우면서 때로는 장난같은 그들의 사랑이야기.

MBC가 드라마로 제작하고 있는 소설 [해를 품은 달]의 이야기는 바로 사랑이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읽으면서 이 소설의 존재를 알았다.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던 [성균관 유생들..]의 작가 정은궐.

그의 소설을 읽어 본 팬들이 말하는 최고의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해를 품은 달]이었고

드라마 판권이 팔린 것은 이미 오래전 이었는데 이제서야 뒤늦게 드라마로 나온다고 한다.

[성균관..]과 [규장각...]에 빠져 있을 때 이 소설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읽었다.

역시 소문대로 정은궐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해도 될 재미가 있다. [성균관...] 이상의 재미가.

 

소설의 중심엔 훤과 연이 있고 그들의 사랑이 있고 그들을 둘러싼 권력을 향한 암투가 있다.

그들이 소설의 주인공이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임은 틀림없지만 소설엔 다른 이야기도 많다.

연의 오빠인 염을 바라보는 훤의 동생 민화 공주의 해바라기 같은 사랑.

자신의 주인이며 차마 바라볼 수 조차 없는 염을 바라보는 연의 몸종 설의 사랑.

뒤늦게 알게 된 애절함을 오롯이 감추어야만 했던 훤의 호위무사 제운의 연을 향한 연정.

모든 것을 아우에게 양보했음에도 차마 양보할 수 없었던 연에 대한 양명군의 안타까운 감정.

역사 로맨스 소설의 최고 작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작가는 이 모든 감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낸다.

얽히고 설키는 감정의 실타래 가져 온 가슴 아픈 비극과 그 비극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훤과 연의 이야기.

어찌 이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소설에 나오는 모든 감정들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감정인데...

 

[성균관...]과 [규장각...]을 통해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을 현미경처럼 들여다 보게 해 주었던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조선시대 왕들의 삶에 대한 정밀한 관찰능력을 보여준다.

작가가 얼마나 많은 사료를 읽고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는지 소설을 읽는 동안 계속 느낄 수 있다.

복잡한 궁중의 예법은 물론이고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쌓인 왕이 느끼는 한없는 외로움의 깊이까지 들여다 본다.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배척되었지만 궁중의 여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무속 신앙의 모습.

거기에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이라는 정치적인 요소까지 버무리는 작가의 솜씨는 놀라울 뿐이다.

그러면서도 결국 '모든 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술은 사람의 마음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세상의 벽을 핑계로 도망치려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가 아닐까?

 

이미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고 내년 1월이면 볼 수 있다고 한다. 김수현과 한가인 주연의 '해를 품은 달'

소설을 읽으면서 두 사람의 이미지를 대입해 보니 나름 잘 맞는 것 같아 한층 기대가 높아진다.

다만 소설에서 글로 표현한 애틋한 감정선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해 낼 지가 다소 걱정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고나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대폭 상승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역사 로맨스 소설이다. 강추 !!!

 

P.S : 드라마가 시작되면 '연' 역할을 할 한가인이 엄청나게 스타덤에 오를 것 같다.

        누군지 모르지만 '제운' 역할을 할 배우과 '설' 역할을 할 배우도 분명히 뜰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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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1 : 국내편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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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인터넷이 발전되지 않았던 90년대 초반에 열풍을 일으켰던 소설.
인터넷을 쓰면 전화를 쓸 수 없어서 식구들의 눈치를 보며 인터넷을 했던 그 시절.
PC통신이라는 이름으로 통하던 인터넷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던 사람들.
[어느날 갑자기]로 유명한 '유일한' 작가와 [퇴마록]의 '이우혁' 작가는 그들 중 최고였다.
인터넷이 느린 관계로 이미지는 꿈도 못꾸고 텍스트로만 소통해야 했던 시절.
그 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퇴마록]이 소장용으로 재발행 되었다.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덥석 들었는데 푹~ 빠져서 읽어 버렸다.
그 당시 소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고 영화로 까지 만들어져 대박을 쳤다.
안성기, 신현준, 추상미가 주연했던 것으로 기억되고 다소 조악했던 CG가 기억에 남은 영화.
무려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지금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배경인데도 재미있다.
그 당시 이우혁이라는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력의 크기가 얼마나 컸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파문당한 신부와 밀교의 아이 준후, 극강의 외공을 가진 현암과 신비한 힘을 지닌 승희.
실제로 인간 세상에 존재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영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
그 사건들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그들의 힘겨운 퇴마행의 여정.
그 여정 속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모습과 다소 진부하지만 진실이길 바라는 권선징악의 교훈.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문명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여있는 시선들.
세기말의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아련한 향수를 전한다.
내가 이 소설에 열광했던 시절의 내 모습이 그리워졌고 그 시절의 모든 것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지금도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를 국내에서 거의 최초로 개척했던 소설이다.
4명의 퇴마사가 가진 능력은 그 어떤 논리적인 설명도 불가능한 말 그대로 상상일 뿐이다.
그런 상상의 힘으로 그들보다 훨씬 강한 악한 영들과 싸워나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말 그대로 술술 읽히는 책이고 시간을 보내기에는 최고인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퇴마록]은 [왜란종결자]와 [치우천왕기]로 이어지는 이우혁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첫번째 작품이고
국내편와 해외편, 외전과 말세편, 혼세편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이야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퇴마록-외전]이 조만간 다시 발간되고 나머지 편들도 계속 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점점 커진다. 

어느새 [퇴마록]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린 내 아들에게도 읽어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다.
물론 그들의 퇴마행이 다소 잔인한 장면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런 잔인함을 능가하는 재미가 있지 않은가?
[퇴마록]을 읽었던 사람들에게는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최고의 소장가치를 지닌 양장본이다.
[퇴마록]을 읽지 못한 세대들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한국형 판타지의 명작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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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 시친의 지구연대기 1
제카리아 시친 지음, 이근영 옮김 / AK(이른아침)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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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12번째 행성이 있다.
이 행성은 원래 태양계에 있던 행성이 아니었는데 우연히 태양계로 진입한다.
그리고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던 커다란 행성과 정면충돌 한다.
그 결과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지금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소행성대가 생기고
떨어져 나간 나머지 덩어리는 화성 아래의 궤도에 안정되어 지구가 된다.
그리고 12번째 행성의 우주인들이 지구로 내려와서 고대의 신이 된다.
3600년을 주기로 태양을 도는 12번째 행성의 우주인들은 고도의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지구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금으로 대표되는 광물들이다.
그들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우주기지를 만들고 아프리카 남부에서 광물을 채취한다.
그리고 노동을 덜기 위해 원인(호모에렉투스)와 자신들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인간을 창조한다.
그러나 뜻하지 않는 대홍수가 몰려옴을 알고 자신들이 만든 인간을 버리고 지구에서 떠나간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인간과 다시 귀환한 신(우주인)이 새롭게 문명을 만들어 발전시켜 나간다. 

어떤가? 공상과학 소설의 이야기 같은가?
이건 뭐... 싸구려 공상과학 보다 훨씬 못한 아이들의 상상력 수준인가?
그런데 이 모든 내용을 뒷받침하는 수메르 문명의 수많은 유물들과 그림들과 기록들을 본다면?
저자인 시친이 수메르 유적에 남아있는 수천개의 점토판들의 기록들을 분석하고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공상과학 같은 추론에 강력한 증거들을 제시한다면?
서로가 배척하고 있는 창조론과 진화론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완벽한 이론을 제시한다면?
오늘날의 신학자들 조차 그 뜻을 해석할 수 없어 적당히 얼버무리는 구약성서를 완벽히 해석한다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들리는 수준을 넘어 동조하게 되는 그의 논리를 반박할 수 없다.
그저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믿었던 구약 성서가 역사의 기록이라는 것에 놀랄 수 밖에...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는 수메르의 신화들의 신비한 이야기와 그 속에 숨겨진 초고대 문명의 진실.
그 숨겨진 진실을 파악해 나가는 시친의 놀라운 추론과 그를 뒷받침하는 놀라운 유물과 기록들.
왜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모르고 지나갔는가? 왜 그 모든 것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가? 

2012년 종말론에도 등장하는 행성X가 아마도 이 책의 12번째 행성을 모델로 하지 않았을까?
달 음모론과 외계인의 인간 창조설 같은 거의 모든 음모론도 그 바탕이 수메르에 있었다.
이 책은 어쩌면 그 모든 음모론들에 보다 강력한 논리를 만들어 줄 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세상은 내가 알아가기에 힘든 곳이고 내가 알아야 할 진실은 너무나도 많다.
과연 인간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적어도 원숭이에서 진화된 것은 아닌것이 확실하다. 

시친이 지구연대기의 첫번째로 쓴 이 책은 1976년에 나왔지만 여전히 놀랍기만 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시친의 추론이 진실이라는 믿음만 더 강해질 뿐이다.
그의 지구연대기를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빨리 다음편을 찾아봐야 겠다.
다음편은 12번째 행성의 이야기라는데 역시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놀랍고 신비로운 숨겨진 초고대문명으로의 시간여행에 초대한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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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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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TV 광고를 기억한다.
전자제품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10년을 좌우하는데 우리의 선택은 어떠한가?
어떤 선택은 우리의 인생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자포자기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모멘트]는 운명으로 받아들인 아픈 사랑의 이야기이다. 

동서냉전의 시대. 냉전의 표상이었던 도시 '베를린'
도시 하나를 동서가 분할하여 점령했던 비극의 현장에서 비극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어린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랑에게서 도망치던 미국남자 토마스와
동베를린에서 지낸 시절의 커다란 상처로 마음을 닫아버린 동독여자 페트라.
운명처럼 베를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스스로가 거부하던 사랑을 받아들이며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페트라가 동독 비밀경찰의 협력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둘의 사랑은 파국을 맞는다.
운명처럼 나타난 유일한 사랑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삶을 산 토마스에게
20여년이 시간이 흐른 후 페트라의 일기와 편지가 배달되고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냉전'이라는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개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선택'이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결과는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인생의 무게가 되고 운명이 된다.
토마스의 삶은 그가 한 마지막 선택의 결과였고 그것은 그가 짊어지고 가야할 인생의 무게였다.
토마스 자신은 그것을 운명이라 체념하며 살았지만 페트라의 일기는 그것이 선택이라 말하고 있다.
그녀가 동독 비밀경찰에 협조해야만 했던 절실함에 대해 알려하지 않았던 토마스의 선택.
독일이 통일되고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도 토마스를 찾아가지 못했던 그녀의 선택.
그런 선택들이 모여서 우리가 '운명'이라고 말하는 굴레가 되어버린 것이다.
제목을 '모멘트'라고 지으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다.
토마스가 그녀를 선택하지 않은 선택의 결과는 그가 가져가야할 인생의 무게가 되었지만
또다른 여자를 선택하고 가정을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토마스는 비난 받아야 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은 읽기 쉬운 소설은 아닌다.
재미가 있기는 한데 초반부의 전개가 절대로 빠른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인내를 필요로 한다.
[빅 피쳐]도 그랬고 [위험한 관계]도 그랬고 이 소설도 그렇다.
그러나 초반부의 더딘 진행을 참을 수만 있다면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스토리의 폭풍은 정말로 매력적이다.
초반부에는 짜증이 나다가도 다 읽고나면 너무 재미있었다는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소설들이다. 

오늘도 나는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결과는 나의 운명이 된다.
그 수많은 선택들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스스로 다짐해 본다.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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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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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실존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했다.
다만 12월 개봉예정인 강재규 감독의 신작 [마이웨이]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에 잡힌 포로들 사이에 끼어있는 낯선 조선인의 이야기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투에 참여해야 했던 한국인.
그는 어떻게 그곳까지 갈 수 있었을까? 전쟁의 광기에서 그를 견디게 한 힘은 무엇일까? 

이재익 작가가 처음 시도한 역사소설이라는 점에서 관심도 갔고 주인공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고 길수의 기구한 운명에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리고 그가 걸어가야 했던 아버지의 길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생각하면 숙연해진다.
빼앗긴 조국에서 태어나 자신은 원치 않았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던 길수.
그와 같은 운명으로 살고자 했으나 결국 헤어지고 또 다른 운명의 길을 걸어야 했던 월화.
그 둘의 운명에서 잉태되어 또 다른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던 건우의 삶이 안타깝고 슬펐다.
왜 그들은 그렇게 비극적인 운명에 휘둘려야 했는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세계사에서 중요했다는 2차 세계대전도, 그 전쟁의 중심이었던 노르망이 상륙작전도
그 속에서 죽어가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는 큰 관계가 없었을 것이다.
위정자들의 정치적 욕망, 인간의 근원적 폭력성, 경제논리 등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범죄.
전 인류에게 큰 생채기만 남긴 커다런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
그 속에서 나라마저 빼앗긴 상황의 조선에서 태어난 죄로 더한 고통을 당해야 했던 사람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야 했던 힘없는 민초들의 삶에 안타까운 연민의 시선을 던지고
그들을 그렇게 몰아갔던 전쟁을 만들어 낸 이들에 대한 분노의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이다.
도저히 살아 남을 수 없었을 것 같았던 길수의 삶을 끝까지 살아남게 한 것은 바로 '희망'이다.
살아남아야 아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아들에게 돌아가야만 한다는 의무감을 동반한 희망.
그의 스산한 삶에서 단 하나의 불빛이었던 아들이라는 이름의 희망.
어떤 절망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작가의 뜻이 읽힌다. 

또 하나 이 책의 주를 이루고 있는 감정은 '부성애'이다.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거나 아들을 위해 불가능한 것을 해주는 헌신적인 삶으로 보여주는 부성애가 아니라
단 하나,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굴의 의지를 끝까지 꺾을 수 없었던 아버지로서의 길수의 삶.
그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길이 전해는 묵직한 감동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나에게 전하는 바가 클 수 밖에 없는 메세지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말투이다.
역사소설을 처음 쓰는 작가라는 것은 감안 하더라도 말투가 너무 현대적이라서 낯설었다.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겪어야 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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