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TV 광고를 기억한다.
전자제품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10년을 좌우하는데 우리의 선택은 어떠한가?
어떤 선택은 우리의 인생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자포자기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모멘트]는 운명으로 받아들인 아픈 사랑의 이야기이다. 

동서냉전의 시대. 냉전의 표상이었던 도시 '베를린'
도시 하나를 동서가 분할하여 점령했던 비극의 현장에서 비극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어린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랑에게서 도망치던 미국남자 토마스와
동베를린에서 지낸 시절의 커다란 상처로 마음을 닫아버린 동독여자 페트라.
운명처럼 베를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스스로가 거부하던 사랑을 받아들이며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페트라가 동독 비밀경찰의 협력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둘의 사랑은 파국을 맞는다.
운명처럼 나타난 유일한 사랑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삶을 산 토마스에게
20여년이 시간이 흐른 후 페트라의 일기와 편지가 배달되고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냉전'이라는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개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선택'이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결과는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인생의 무게가 되고 운명이 된다.
토마스의 삶은 그가 한 마지막 선택의 결과였고 그것은 그가 짊어지고 가야할 인생의 무게였다.
토마스 자신은 그것을 운명이라 체념하며 살았지만 페트라의 일기는 그것이 선택이라 말하고 있다.
그녀가 동독 비밀경찰에 협조해야만 했던 절실함에 대해 알려하지 않았던 토마스의 선택.
독일이 통일되고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도 토마스를 찾아가지 못했던 그녀의 선택.
그런 선택들이 모여서 우리가 '운명'이라고 말하는 굴레가 되어버린 것이다.
제목을 '모멘트'라고 지으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다.
토마스가 그녀를 선택하지 않은 선택의 결과는 그가 가져가야할 인생의 무게가 되었지만
또다른 여자를 선택하고 가정을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토마스는 비난 받아야 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은 읽기 쉬운 소설은 아닌다.
재미가 있기는 한데 초반부의 전개가 절대로 빠른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인내를 필요로 한다.
[빅 피쳐]도 그랬고 [위험한 관계]도 그랬고 이 소설도 그렇다.
그러나 초반부의 더딘 진행을 참을 수만 있다면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스토리의 폭풍은 정말로 매력적이다.
초반부에는 짜증이 나다가도 다 읽고나면 너무 재미있었다는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소설들이다. 

오늘도 나는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결과는 나의 운명이 된다.
그 수많은 선택들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스스로 다짐해 본다. 추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