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소설의 실존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했다.
다만 12월 개봉예정인 강재규 감독의 신작 [마이웨이]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에 잡힌 포로들 사이에 끼어있는 낯선 조선인의 이야기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투에 참여해야 했던 한국인.
그는 어떻게 그곳까지 갈 수 있었을까? 전쟁의 광기에서 그를 견디게 한 힘은 무엇일까? 

이재익 작가가 처음 시도한 역사소설이라는 점에서 관심도 갔고 주인공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고 길수의 기구한 운명에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리고 그가 걸어가야 했던 아버지의 길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생각하면 숙연해진다.
빼앗긴 조국에서 태어나 자신은 원치 않았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던 길수.
그와 같은 운명으로 살고자 했으나 결국 헤어지고 또 다른 운명의 길을 걸어야 했던 월화.
그 둘의 운명에서 잉태되어 또 다른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던 건우의 삶이 안타깝고 슬펐다.
왜 그들은 그렇게 비극적인 운명에 휘둘려야 했는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세계사에서 중요했다는 2차 세계대전도, 그 전쟁의 중심이었던 노르망이 상륙작전도
그 속에서 죽어가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는 큰 관계가 없었을 것이다.
위정자들의 정치적 욕망, 인간의 근원적 폭력성, 경제논리 등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범죄.
전 인류에게 큰 생채기만 남긴 커다런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
그 속에서 나라마저 빼앗긴 상황의 조선에서 태어난 죄로 더한 고통을 당해야 했던 사람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야 했던 힘없는 민초들의 삶에 안타까운 연민의 시선을 던지고
그들을 그렇게 몰아갔던 전쟁을 만들어 낸 이들에 대한 분노의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이다.
도저히 살아 남을 수 없었을 것 같았던 길수의 삶을 끝까지 살아남게 한 것은 바로 '희망'이다.
살아남아야 아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아들에게 돌아가야만 한다는 의무감을 동반한 희망.
그의 스산한 삶에서 단 하나의 불빛이었던 아들이라는 이름의 희망.
어떤 절망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작가의 뜻이 읽힌다. 

또 하나 이 책의 주를 이루고 있는 감정은 '부성애'이다.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거나 아들을 위해 불가능한 것을 해주는 헌신적인 삶으로 보여주는 부성애가 아니라
단 하나,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굴의 의지를 끝까지 꺾을 수 없었던 아버지로서의 길수의 삶.
그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길이 전해는 묵직한 감동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나에게 전하는 바가 클 수 밖에 없는 메세지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말투이다.
역사소설을 처음 쓰는 작가라는 것은 감안 하더라도 말투가 너무 현대적이라서 낯설었다.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겪어야 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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