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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맏아들 - 대한민국 경제정의를 말하다
유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월
평점 :
60, 70년대를 다룬 통속 드라마 같은 제목을 가진 교양경제서.
서점에서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통속소설인지 알았는데 경제학자가 쓴 교양경제학 서적이다.
대한민국의 재벌과 부자, 친일파 등 경제적 부를 독점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난한 집 맏아들]로 비유하여 경제정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교양경제학 서적.
'경제 정의', '경제 민주주의'라는 어려운 말로 표현되고 있는 일련의 사회현상에 대한 해설서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들이 봇물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는 지금.
사람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역시 경제에 대한 부분이고
그 경제의 가장 민감한 부분은 점점 심화되고 있는 소득양극화와 분배에 대한 문제이다.
지난 5년간 재벌의 확장을 돕고 부자감세 등을 펼쳐온 한나라당(새누리당) 마저
서민을 위한 정책을 외치며 수많은 지원책을 여야 모두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일련의 현상이나 정책에 대한 판단을 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가난한 집 맏아들 처럼 국가와 사회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재벌과 부자들,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는 그들에 대해 도덕적 의무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무턱대고 부자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분배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재벌의 성장과정이나 부자들의 부의 축적과정, 그 과정에서 강요되었던 희생들에 대해 말한다.
부의 재분배에 대해 이야기하면 소위 부자들은 '왜 내 재산을 나누어야 하는가?'라는 반발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부분, 왜 그들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의 구성원들과 나누어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시골 가난한 집이 맏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쏟아부어서 맏아들의 성공을 밀어주었다면
그 과정에서 강요당한 다른 가족들의 희생에 대해 맏아들이 가지는 의무감에 대해 설명한다.
그것을 그대로 지금의 사회에 적용하여 재벌과 부자들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마이클샐던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도 나왔던 부분이다.
이 책은 샐던 교수의 책 중에서 경제 부분, 그 중에서도 부의 재분배에 대해 떼어내 놓았다.
그렇다고 그것이 장하준 교수처럼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책이나 경제사상에 대한 복잡한 이론이나 판단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서양에서 '노블레서 오블리제'로 불려지고 있는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고찰한다.
우리 사회의 성장과정에서 '가난한 집 맏아들'의 이야기는 재벌이나 부자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나 조차도 말 그대로 '가난한 집 맏아들'로 성장했고 내가 가진 도덕적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작게는 개인에서 부터 크게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지고 있는 도덕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 까지.
단순히 재벌, 부자, 친일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경고의 나열이 아니라
나의 성공, 혹은 내가 가진 지금의 것이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기에
우리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책임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짧은 기간 빠른 성장을 통해 경제적 '공정'이나 도덕적 부채의식이 성장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 자본주의를 발전 시켜온 선진국들의 사례들을 볼 때 마다 그들의 의식이 부러웠다.
우리의 부자들, 재벌들, 가진 자들에게 갑자기 그들과 같은 수준의 요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SNS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의 보편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세상에서
더 이상 그들이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살아갈 수 없음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정부도 단지 선거철 표심만을 생각한 일시적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고
성장 보다는 공정한 분배에 맞춘 정책, 밴덤의 모델이 아닌 롤스의 모델에 맞는 정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성장은 이제 충분하지 않은가? 우리가 꼭 세계의 1등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지금의 성장 만으로도 이제 우리는 충분이 분배를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 청년 실업,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모습은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위기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작은 걸음이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