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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왕 ㅣ 미스터리 소년추격전 1
한상운 지음 / 톨 / 2012년 2월
평점 :
지금의 세계는 그런 물리적인 힘이 아닌 인터넷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인터넷의 선의적 목적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최근 학교폭력의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수많은 규제가 게임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게임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온라인 게임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우리의 아이들이 PC방에서 만나는 세계는 과연 어떤 곳이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학교에서 왕따는 아니지만 그림자 수준의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태식.
자신의 학교에 다니는 아이돌 여자애의 주목을 끌고 싶어서 판타지온라인이라는 게임을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그 여자애는 게임에 관심이 없고 자신의 노력은 한심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조용히 게임마저 포기하려 하는 순간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바램을 갖게된다.
우연히 발견한 게임의 버그로 인해 갖게 된 자신의 캐릭터의 보잘것 없는 능력을 바탕으로
게임에서 절대 죽을 수 없도록 설정된 지옥의 수문장 용을 죽이는 대담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별로 없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용을 죽이는데 성공하지만 그 후에 상상도 못할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소설은 태식이라는 한 찌질한(?) 고등학생이 자존감을 회복해 나가는 전형적인 성장소설이다.
뭐 하나 특출한 것 없이 일진에게 얻어맞고 공부도 잘 못하고 자신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이.
자의식이 가장 강할 수 밖에 없는 시기에 그런 자의식과는 동떨어진 존재감에 방황하는 아이.
태식이 게임을 통해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위치에 맞는 자의식을 형성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성장소설이 가지는 전형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소설의 또 다른 부분은 아이들이 용을 잡고 난 이후에 아이들에게 벌어지는 상상초월의 사건들에 담겨 있다.
점점 인기가 사그러져 가는 게임을 어떻게든 되살려야 하는 게임업체 CEO 중경,
판타지온라인을 근거지로 아이템 거래로 돈을 벌어온 전직 조폭 출신의 훈남길드의 수장 인투더레인,
훈남길드의 일원이었다가 자신의 길드릉 따로 만들어 훈남길드와 서버를 양분하는 인맥길드의 수장 사또딸보.
아이들의 세계로 생각되어지는 게임의 세계에 돈 냄새를 맡고 뛰어든 어른들의 진흙탕 싸움은 씁쓸하다.
게임을 아이들의 것으로만 인식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인식이지만 게임에 인생을 거는 그들의 모습도 지저분하다.
온라인 게임의 시초와 그 의도는 이미 잊혀진 지 오래이고 이제는 돈 냄새를 맡고 덤비는 욕망의 구렁텅이일 뿐이다.
게임이라는 여가활동이 돈이라는 인간의 욕망과 만났을 때 얼마나 저급하게 몰락할 수 있는 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이 용을 죽인 의도는 그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용을 죽인 아이들을 자신들의 욕망에 이용하면 그 뿐이다.
그런 어른들의 모습은 같은 어른인 내가 다 부끄러워질 정도로 추잡하고 비열하고 저급하다. 그저 창피할 뿐이다.
태식이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는 모습, PC방 알바를 하면서 만나는 세상을 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지금 내 아이는 어떤 세상을 만나고 있을까? PC방에 보내놓고 방관하는 부모들은 그들이 만나는 세상을 알고 있을까?
PC방이 아이들의 여가를 위한 장소가 아니게 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세상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온라인 게임의 세상에 돈을 쫓아 몰려드는 어른들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알 지 못했다.
내가 모른 사이 내 아이가 만나는 세상이 이렇게 망가져 있을 줄은 알 지 못했다. 내 아이가 만나는 세상이 무섭다.
나는 아이를 PC방에 보내지 않는다. 온라인게임도 시키지 않는다. 대신 아이와 함께 TV 게임을 한다.
게임의 최초 의도인 여가활동 이상은 아이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도 되도록이면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이런 조치가 나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최선을 아닐 것이다.
아이들만의 세상에 우리 아이가 끼어들지 못할까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이 무섭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온라인 게임의 단점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스스로의 자의식을 통제하지 못하는 태식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순기능도 보여준다.
결국 모든 것은 내 아이가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임 뿐 아니라 어디라도 빠질 수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온 세상이 온갖 정보로 넘쳐나고 있는 시대에 스스로가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통제력은 중요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 아이에게 내가 해 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소설은 번역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세상의 모습을 소설로 번역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 이 소설은 내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모르던 세상의 모습을 제대로 번역해 주고 있다.
아이들이 읽으면 성장소설로 최고이고 어른들이 읽으면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소설이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