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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으면서 처음 북유럽의 소설을 접했다.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어려워서 해매다가 나중에 완전 몰입했던 대단한 시리즈.
그 후 넬리 노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너무 친한 친구들]을 읽으면서 좋았었다.
그리고 다시 [밀레니엄]의 스티그라르손의 뒤를 잇는다는 새로운 작가 요네스뵈를 만났다.
그를 만나는 첫 작품은 그의 명성을 만들어 준 '해리홀레' 시리즈의 7번째 작품 [스노우맨].
전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30여개국으로 번역되어 출판된 대단한 스릴러라고 하는 작품.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의 감상은 작품에 대한 평가가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늘한 스릴러.
우리 아들이 어렸을 때 아이들이 필수로 보는 '스노우맨'이라는 비디오가 있었다.
거기에 나오는 스노우맨을 차가운 외피와 다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착하고 친숙한 캐릭터였는데
이 소설에서 나오는 스노우맨은 누구보다 잔혹하고 차가운 피를 가진 연쇄살인마의 별명이다.
너무도 친숙했던 눈사람을 잔혹한 살인마로 둔갑시킨 작가에게 비난을 퍼부어야 할까?
이제는 더 이상 눈사람을 보면 낭만적인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을 수는 없게 되어 버렸다.
특히나 그 눈사람이 길 쪽이 아니라 우리 집 쪽을 향하고 있다면 공포에 사로잡힐 것 같다.
비록 나는 남자이고 스노우맨의 범행대상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유럽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닌 경우가 20%에 달한다는 통계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친자확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친자확인을 하는 사람은 의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면
뉴스에서 말하는 통계는 자극적인 면만을 부각시킨 전형적인 낚시성 기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뉴스가 전하는 것은 성에 대한 개방적인 사고가 가져온 유럽의 가정파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 스노우맨은 부부의 눈이 아닌 그들 사이에 태어난 죄없는 아이의 시선에서 그 현상을 이해하고 있다.
자신이 믿던 세계가 어느 순간 와르를 무너져 내리는 경험은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힘든 것이다.
또한 그 경험이 유발시킨 유전병이 정한 유한한 운명은 그의 광적인 행동에 합리화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유교 문화의 흔적으로 아직은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와 사뭇 다르게 느껴지지만
점점 더 개방적으로 변화는 성에 대한 의식, 성 윤리의 변화가 조만간 우리 사회에도 이런 문제를 안길 수 있다.
작가가 소설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사회 시스템의 붕괴와 가정의 파괴 속에 점점 고독해지는 개인의 모습이다.
스노우맨이나 해리홀레, 카트리네 브라트가 보여주는 인간상은 현대인의 고독을 보여주는 다양한 스펙트럼이다.
해리홀레 시리즈는 유럽에서는 대단히 유명하다고 한다. 이 소설을 그 중에 7번째 소설이다.
총 9편의 시리즈가 나왔고 그 중에서도 다른 시리즈와의 연관성이 적으면서도 가장 흥미로운 소설이라고 한다.
해리홀레 시리즈에 입문하기에는 딱 맞는 소설이라고 한다. 아마도 계속 번역되어서 나오지 않을까?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홀레의 모습은 남자인 내가 봐도 꽤나 매력적이다. 여자라면 한번쯤 반할것 같은 캐릭터다.
샤프하고 말끔한 신사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상처받은 짐승 같지만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마초적인 캐릭터.
점점 연성화 되어가고 있는 남성성에 반기를 들 듯 경찰이라는 조직에 반기를 들면서도 나름 적응하는 문제 형사.
다른 시리즈를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시리즈 다른 작품들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 같다.
해리홀레라는 형사의 매력만으로도 시리즈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다.
620 페이지라는 분량이 주는 압박감은 책을 들기 어렵게 만든다.
시리즈의 7번째이기 때문에 해리홀레나 그의 연인 라켈, 그녀의 아들 올리그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그래서 초반에는 소설을 읽어 나가기가 쉽지않고 사건의 진행도 빠르지 않아서 다소 지루하기도 하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서서 해리홀레와 숨어있는 스노우맨의 대결이 본격화 되면 읽는 소설에 가속이 붙는다.
나 같은 경우도 초반 300페이지를 읽는데는 3일정도 걸렸는데 후반 300페이지는 하루만에 읽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도가 높아지면서 이야기의 속도고 빨라지고 소설의 재미가 증폭된다. 재미있다.
북유럽의 서늘한 감성을 뼈 속 까지 느낄 수 있는 잘 만들어진 스릴러다.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