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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어줘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아버지
-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철저히 은둔속에 살아가는 이은재. 그의 삶은 얼마 남지 않았다. 삶에 대한 미련도 없다. 죽으려 했던 자신의 목숨을 이어가게 해 준 유일한 여인을 사랑했지만 결국 그녀에게서 떠나야만 했던 남자. 오직 그녀만을 사랑했고 그녀에게 저당잡힌 목숨을 살아간 그에게 그녀가 죽고 난 후의 삶은 의미가 없다. 이제 자신도 그녀의 뒤를 따라가려 하는 순간 그에게 삶을 연장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자신을 온전히 바쳐 한 여인을 사랑했고 당당히 앞에 나타나지 못하지만 자신이 지켜야만 하는 그녀의 딸이 있는 남자. 그의 슬프고 애절한 사랑에 눈물을 참으려 무진 애를 써야 했다.
죽음을 바라는 딸
- 아버지는 그녀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자신의 생모인지조차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차가운 엄마에 비해 아버지는 그녀를 품에 안고 보살피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런 아버지가 떠난 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엄마에 대한 반항이 미움으로 번지고 그런 엄마마저 죽고 난 후 그녀는 세상에 홀로 버려진 외로움에 몸부림친다. 하루하루의 삶이 의미가 없어지고 오직 죽음만이 그녀를 구원해 줄 것 같은 절망에 빠져 죽음의 문으로 몸을 던진 순간 그녀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려 줄 사람을 만난다.
아버지와 딸의 만남, 그 기묘한 관계
- 자신이 친부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주위만 맴돌던 사이 딸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그런 그녀를 다시 삶의 길로 인도하기 위한 아버지의 투쟁은 시작된다. 이미 회복하기 힘든 삶의 끈을 끝까지 놓지 못하는 아버지. 그가 아버지인 줄 모르지만 그와의 동행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삶의 가치를 깨달아 가는 딸. 시한부 삶이라는 소재가 가지는 예정된 비극의 시간 동안 딸을 돌려놓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사랑. 자신의 고통을 인내하며 함부로 끼어들지 않으면서 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무한한 애정.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딸을 지키는 그의 사랑은 천적의 공격에도 맹렬히 대항하며 새끼를 지키는 곤줄박이의 사랑과 닮아 있다. 그 사랑이 너무 안타까워, 예정된 결말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서 책을 읽을수록 슬픔의 깊이는 더해간다.
서로가 맞물리는 두개의 사랑이야기
- 은재와 인희, 그리고 기호가 그리는 사랑은 때로은 아름답고 때로는 애처롭고 때로는 집요하며 때로는 처절하다. 서로가 서로의 운명에 물려 숙명적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은재와 인희의 사랑은 버거운 삶의 둔턱을 넘어가는 그들의 인생여정 속에서도 찬란히 빛나지만 삶의 무게 때문에 처절할 수 밖에 없다. 함께 몰려 다니면서도 자신의 외사랑을 드러내지 못하고 결국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참관객에 머물러야 했던 기호의 외사랑은 애처롭다. 시간이 흘러 남겨진 은재와 인희가 남기고 간 해나의 이야기는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지막까지 은재와 해나에게 남기고자 했던 말. 그 무거운 의미가 감수성이 매말라버린 40대 아저씨의 눈가마저 붉게 물들인다. 두개의 사랑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마지막 남은 감수성까지 자극한다. 그래서 눈물을 참아내기 힘들었다.
도서 추천 지수
- 슬퍼서 울고 싶어지는 사람에게는 99점
- 살아가는 것이 힘겹고 지쳐서 세상에서 밀려난 기분이 든다면 99점
- 가족이라는 것이 만들어 줄 수 있는 행복을 모르고 있다면 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