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기억에 관한 이야기

울기 좋은 방
용윤선 지음 / 달 / 2014년 5월

  한창 커피에 빠져 살고 있는 내게 커피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책은 엄청난 유혹이다. 커피의 유래나 역사, 커피를 내리는 방법 등에 관한 책도 관심이 가지만 가장 매혹적인 것은 커피와 세상을 연결하는 에세이들이다. 이 책도 커피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쓴 에세이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무척이나 매혹적인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작가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이야기, 살아가면서 스치고, 이어지고, 사랑하고, 아파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제목이 예고하고 있듯이 책 속의 이야기는 가볍지 않다. 살아가는 동안에 만나는 수많은 순간들 속에서 혼자 침잠하고 사색하고 울고 싶은 순간들에 대한 기억. 그 기억속에 함께 했던 커피를 제목으로 달고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을 꺼내놓는다. 유쾌하고 발랄한 밝은 분위기의 에세이도 좋지만 이 책처럼 차분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에세이도 나름 괜찮다. 오히려 커피와는 이런 차분한 에세이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사랑하는 커피, 그리고 그 커피가 가져다 준 순간의 기억들. 세상을 살아가면서 혼자 울고 싶은 순간이 없는 사람은 없다. '울기 좋은 방'은 물리적 장소가 아닌 누구나의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자신만의 장소. 혼자 숨어서 마음껏 울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 책은 쉽게 읽어내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많은 분량의 문제이다. 비슷한 이야기가 너무 두껍게 이어진다. 천성이 차분하지 못한 내가 다 읽어내기에 너무 어려웠던 책이다. 그래도 언젠가 혼자서 울고 싶을 때 두고두고 꺼내 읽을 수 있는 좋은 에세이다. 추천 !!!